기아 슬로바키아 공장. 사진=기아 제공
기아 슬로바키아 공장. 사진=기아 제공
전 세계 완성차 업체들이 연초부터 반도체 공급난으로 신음하고 있다.

15일(이하 현지시간) 일본공업신문에 따르면 도요타자동차는 다음 달부터 일본 미야타 공장과 이와테 공장 가동을 중지한다. 반도체 관련 부품 부족 때문이다. 렉서스 등을 생산하는 미야타공장 제1라인이 다음 달 중 약 13일, ES 모델 등을 생산하는 제2라인이 3일가량 가동을 멈출 예정이다. C-HR 모델을 생산하는 이와테공장은 약 5일간 가동을 멈춘다.

도요타는 차량용 반도체 부족 등으로 다음달 전 세계 시장에서 생산하는 차량 대수가 당초보다 10만대가량 줄어든 95만대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생산량 감축분은 일본이 30%, 해외가 70%를 차지할 전망이다.

앞서 미 포드자동차도 지난 7일부터 한 주간 미국·멕시코·캐나다 등 북미 8개 공장의 가동을 중단하거나 감축했다. 반도체 부족으로 지난달 미국 자동차 판매량도 전년 동기 대비 9% 감소해 100만대를 겨우 넘겼다.

미국 앨라배마주에 있는 현대자동차 공장 역시 지난달 18~19일 가동을 멈춘 바 있다. 이 공장은 부품 공급난에도 징검다리(1교대) 근무 체제를 이어갈 계획이었으나 반도체 부족으로 결국 가동을 중단해야 했다.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은 지난해에도 수차례 차량용 반도체 부품 공급난 등으로 공장 가동을 중단한 바 있다.

현대차는 이 같은 생산차질에 지난달 전 세계 시장 판매량이 전년 동월보다 12.1% 감소한 28만대에 그쳤다.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의 주문 대기(백오더) 물량은 현재 각각 100만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각사의 사상 최대치다.

2020년 말부터 본격화한 전 세계 차량용 반도체 공급부족 사태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는 것이 백오더 폭증으로 이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차량 생산에 필요한 반도체가 대부분 고성능이 아닌 마이크로컨트롤유닛(MCU) 같은 범용 반도체라는 점이다.

현대차는 최근 전기의 흐름을 제어하는 모스펫(MOSFET) 계열 칩을 구하기 위해 미국 부품 공급사로 고위 임원을 급파하기도 했다. 이 같은 반도체들은 자동차뿐만 아니라 스마트폰, 노트북, 가전제품 등에도 탑재된다.

반도체 공급 부족이 당장 해결될 수 없기 때문에 완성차 업체들은 차량의 기능 일부를 제거한 '마이너스 옵션'을 확대하고 있다.

한국지엠은 최근 사전계약을 시작한 초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타호에서 전후방 주차 보조 및 후방 자동 제동시스템 등의 옵션을 빼고 출고하기로 했다. 대형 SUV 트래버스는 2열 열선 시트도 뺐다. 기아도 K8 모델의 경우 후방 주차 충돌 방지 보조와 원격 스마트 주차보조 기능을 제외하면 빠른 출고와 동시에 가격을 할인해주기로 했다.

BMW는 올해 국내에 들여오는 주력 세단 3·4·5 시리즈에서 중앙 스크린의 터치 기능을 빼고 이를 예전 방식인 '조그 다이얼'로 바꿨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전동 시트의 메모리 기능(좌석 위치를 기억해주는 기능)을 뺀 2022년형 GLE 모델을 판매 중이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