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가구·인테리어 기업의 영업이익이 지난해 일제히 줄었다. 생산원가 및 영업비용이 급증하면서 소비 증가로 인해 매출이 늘어나는 ‘코로나19 특수’마저 상쇄된 결과라는 분석이다. 원자재 가격이 고공 행진을 이어가고 있어 당분간 급격한 수익성 개선은 힘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소비자 가격 인상 움직임도 속속 나타나고 있다.

원자재 가격 상승 직격탄

목재·PVC 가격 고공행진…"가구 잘 팔려도 남는게 없다"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종합 인테리어 업체 현대리바트는 지난해 매출 1조4066억원, 영업이익 202억원을 잠정 기록했다. 온라인 쇼핑몰과 주방가구 매출이 전년 대비 각각 12.5%, 26.3% 증가하는 등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B2C) 부문이 성장하면서 전체 매출은 1.6% 늘었다. 하지만 영업이익이 45.5% 감소하는 등 수익성은 악화됐다.

인테리어업계 1위 한샘의 작년 매출은 7.9% 증가한 2조2314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반면 영업이익은 681억원으로 26.9% 감소했다. 지난해 4분기엔 75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는 등 손익이 적자로 돌아섰다. 이 회사가 분기 적자를 기록한 건 2002년 기업공개(IPO) 이후 처음이다. 종합 인테리어 업체 LX하우시스도 매출은 14.3%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5.2% 줄었다.

이는 1년 전과는 딴판이다. 코로나19가 터진 직후인 2020년 이들 업체는 모두 영업이익이 증가세를 보였다. 재택근무와 가정 내 생활 시간이 늘면서 가구 소매판매액이 사상 처음 10조원을 돌파했을 정도다. 그러나 글로벌 물류 대란이 발목을 잡았다. 코로나19 영향으로 물류 대란이 장기화하면서 크게 뛴 국제 원자재 가격 탓에 성장에 제동이 걸렸다는 분석이다. 핵심 자재 중 하나인 파티클보드 1장(약 0.4㎥) 가격이 2020년 8000원대에서 작년 말 1만5000원 선으로 급등한 게 좋은 예다. 창호 등의 원재료인 폴리염화비닐(PVC) 가격도 2020년 대비 60% 넘게 오르는 등 원자재 가격이 잇따라 급등했다.

소비자 가격 인상 움직임

목재·PVC 가격 고공행진…"가구 잘 팔려도 남는게 없다"
과열 경쟁도 수익성 악화에 영향을 줬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가구·건자재~설계·시공을 아우르는 인테리어 패키지 사업 강화를 위해 오프라인 매장을 앞다퉈 늘리면서 관리비 및 인건비 부담이 증가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한샘은 지난해 대형 복합 매장인 한샘디자인파크 5개, 리모델링 전문 매장인 리하우스 대형 쇼룸 8개 등을 추가했다. 현대리바트는 B2C 직영·대리점 매장 13개를 출점했다.

수익성 악화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글로벌 물류난이 쉽게 완화될 기미를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대출 규제와 금리 인상으로 부동산 소비심리가 위축돼 있는 것도 업황엔 부정적이라는 평가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매매 거래는 2020년 93만4078건에서 지난해 66만9182건으로 줄었다.

가구·인테리어업계는 제품 가격 인상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한샘은 작년 상반기 건자재 및 부엌 가구 등 대부분 품목의 가격을 평균 5%가량 올린 데 이어 이달 다시 창호 및 도어 제품 가격을 4% 정도 인상할 계획이다. 현대리바트도 지난해 6월과 12월 두 차례에 걸쳐 5%가량 제품 가격을 올렸다. 업계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주기적인 가격 인상이 진행되고 있는 만큼 인상 폭이 더 커질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