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는 지난달 국내 처음으로 중형 쿠페 ‘M4 컴페티션×KITH 드로우’ 네 대를 온라인 추첨 방식으로 판매했다. 온라인 판매 채널에서 모집을 시작한 지 하루 만에 2만4000여 명이 참여해 6000 대 1이 넘는 경쟁률을 기록했다. BMW는 앞서 온라인 전용으로 내놓은 모델마다 ‘완판’ 행진을 이어 갔다. 지난해 온라인 판매 대수는 총 5251대로 도요타의 지난해 국내 전체 판매량에 맞먹는 수준이다.

자동차를 온라인으로 구매하는 시대가 본격 열렸다. 수입차를 시작으로 현대자동차 등 국산 완성차 업체는 물론 중고차 업체까지 가세했다. 앞으로 자동차 역시 온라인 구매가 대세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테슬라 이어 현대차까지 가세

車 선택·결제까지 클릭 몇 번에 끝…BMW, 온라인 판매만 5200대
15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자동차(용품 포함) 온라인 거래액은 총 3조3170억원으로 집계됐다. 사상 처음 3조원을 넘어서면서 전통적인 온라인 쇼핑 상품인 서적(2조5949억원), 신발(3조314억원), 가방(3조3002억원), 액세서리(2조4499억원) 등을 모두 제쳤다.

지난해 자동차 온라인 거래액 증가율은 51.8%로, 전체 증가율(21.0%)은 물론 개별 상품군을 모두 압도했다.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는 대당 수천만원에 달해 그동안 온라인 쇼핑의 ‘무풍지대’로 불렸지만 코로나19를 기점으로 시장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온라인 자동차 시장 성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기업은 테슬라로 꼽힌다. 100% 온라인으로만 판매하는 테슬라는 국내 영업을 본격 시작한 2019년 2430대(자동차 정보업체 카이즈유 기준)를 판매한 데 이어 2020년 1만1826대, 2021년 1만7828대로 급격히 성장했다. 지난해 온라인 판매만으로 볼보(1만5056대), 폭스바겐(1만4369대)을 제치고 수입차 4위에 올랐다.

현대자동차도 지난해 가세했다. 100% 온라인으로만 판매하는 경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캐스퍼를 내놓으면서다. 캐스퍼는 출시 당시 오프라인 판매를 고집하는 노동조합이 “실패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반대했지만 이젠 대표적인 성공 모델로 꼽힌다. 매달 4000대 안팎의 판매량이 유지되며 출시 4개월 만인 지난달 누적 판매 1만 대를 넘어섰다. 최근 일본 시장 재진출을 선언한 현대차는 현지에서도 온라인으로만 판매하기로 했다.

“AS까지 온라인 시대 열릴 것”

중고차업계에도 온라인 바람이 거세다. 국내 최대 중고차 플랫폼 기업인 케이카는 지난해 매출 1조9024억원, 영업이익 711억원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실적 상승을 이끈 것은 온라인으로 차량을 구매하는 ‘내차사기 홈서비스’다. 앱을 통해 차량 선택부터 결제까지 비대면으로 진행하는 이 서비스의 지난해 매출은 7330억원으로, 전년 대비 74.1% 증가했다. 온라인 판매는 4만8655대로, 오프라인을 포함한 전체 판매 대수의 45%를 차지했다. 두 대 중 한 대는 온라인으로 판매한 셈이다.

온라인 ‘내차팔기’ 서비스를 제공하는 헤이딜러는 최근 누적 거래액 5조원을 넘어섰다. 2014년 서비스를 시작한 헤이딜러는 약 5년 만인 2019년 누적 거래액 1조원을 달성했지만, 5조원을 돌파하는 데는 2년여밖에 걸리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차량 판매는 물론 관리, 애프터서비스(AS)까지 온라인 서비스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주요 부품에 센서를 부착하고 고장 징후나 잔여 수명을 진단하는 온라인 관리 서비스가 고도화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자동차연구원 관계자는 “대규모 재고와 오프라인 판매 네트워크망을 강점으로 한 자동차 거래 시장도 디지털 전환의 물결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