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직원들이 지난해 개관한 서울 남구로IDC에서 설비를 점검하고 있다. /KT 제공
KT 직원들이 지난해 개관한 서울 남구로IDC에서 설비를 점검하고 있다. /KT 제공
KT가 클라우드·인터넷데이터센터(IDC) 사업 부문을 별도 법인으로 독립시킨다. 클라우드·데이터 관리·인공지능(AI) 등 디지털 인프라 사업에 집중하는 전문 기업을 세운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신성장동력을 키우고 기업 가치를 더 높이 인정받는 게 목표다.

KT, 클라우드·IDC 사업 독립

KT는 15일 공시를 통해 클라우드·IDC 사업 부문을 분할해 ‘KT 클라우드’로 출범시킨다고 발표했다. KT가 떼어낸 신설 기업 지분 100%를 보유한다. 새 법인인 KT클라우드가 신주 1771만2048주를 발행하고 KT가 현금 대신 부동산이나 채권 등 현물 자산을 목적물로 주식 대가를 치르는 현물출자 방식이다. KT는 총 1조7712억원을 들여 주식을 취득한다. KT는 “클라우드와 IDC 사업의 가치를 높이고, 전문 기업을 육성하고자 분할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KT 클라우드·IDC사업부는 KT의 기업 간 거래(B2B) 사업 핵심으로 꼽힌다. 기업·공공사업 등을 위한 클라우드 서비스와 IDC를 운영한다. 최근 디지털전환(DX) 수요가 높아지면서 고속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작년엔 전년(3909억원) 대비 16.6% 많은 4559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 같은 알짜 사업을 독립시키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별도 전담 기업이 생기면 그만큼 사업 집중도가 올라간다. 사업부의 권한도 이전보다 강해진다.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는 시장에서 사업을 펼치는 영역과 속도가 그만큼 커진다는 얘기다.

KT 전체 기업 가치를 높일 수도 있다. KT 내부에선 KT의 국내 IDC 시장 점유율을 약 40%로 추산한다. 클라우드 시장에서도 빠르게 발을 넓히고 있다. 최근엔 클라우드 서비스에 자체 AI 반도체를 접목한 거대 규모 AI 인프라 대여 서비스 등 신사업 청사진도 내놨다. 하지만 이 같은 성장성이 유·무선통신 등 기존 주력 사업에 가려져 있다는 게 KT 안팎의 평가다. 이날 KT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52배로 시가총액이 장부 가치의 절반 수준에 그친다. 새 기업을 출범시키면 신사업 성장성을 재평가받을 수 있다.

메가존에 1300억원 투자

KT 클라우드는 4월 1일 출범할 예정이다. 윤동식 KT 클라우드/IDC사업추진실장이 수장을 맡는다.

KT는 새 기업을 필두로 클라우드 사업에 대거 투자를 이어갈 전망이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KT는 최근 국내 1위 클라우드 관리 기업 메가존클라우드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13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KT가 1000억원 이상 투자를 단행하는 것은 케이뱅크 이후 처음이다.

이번 투자로 KT는 메가존클라우드의 주요 주주로 올라서게 된다. 앞서 KT는 투자 자회사인 KT인베스트먼트를 통해 간접투자를 했다. KT는 메가존클라우드와 협력해 자체 IDC에서 고집적 AI 인프라를 기업에 빌려주는 ‘하이퍼스케일 AI존’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협력 관계가 공고해진 만큼 비슷한 사업 모델 규모도 늘어날 전망이다.

이후 사업 확대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KT 클라우드가 증시 상장 등에 나설 가능성도 점쳐진다. KT 관계자는 “당장 신규 기업 상장 가능성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그전에 기업 내실을 기해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선한결/최다은/박시은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