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현안 주도하는 통 큰 'TK 정치인' 왜 없나
30년, 혹은 60년 만에 추진되는 대구경북통합신공항 건설, 취수원 이전 등은 여야 협력 속에 진행돼 큰 기대를 모았던 대구·경북 지역 현안 사업이다. 그랬던 사업들이 정치권 이해관계에 부딪혀 다시 위기를 맞고 있다. 대구·경북에서는 “지역 국회의원들 사이에 미래를 이끄는 ‘큰 정치’가 보이지 않는다”는 아쉬움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936년 일제 강점기에 들어선 군공항과 1961년 개항한 대구민간공항은 대구시가 2014년 5월 이전건의서를 국방부에 제출하면서 이전사업이 시작됐다. 이전 예정지가 경북 군위와 의성으로 2020년 7월 말 극적으로 합의되면서 대구·경북 지역의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이때 군위군은 후보지 수용 조건으로 군위군의 대구 편입을 요구했다. 관련 지역 국회의원 25명이 모두 합의문에 서명했지만 1년7개월이 지나 지난주 열린 임시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소위에서 경북 일부 국회의원의 반대로 법안 상정에 실패했다. 그 결과 군위군은 “대구 편입이 완료될 때까지 대구경북통합신공항과 관련한 모든 업무를 중단한다”는 입장문을 지난 13일 발표했다.

통합신공항 건설사업이 난관에 봉착하면서 갈 길 바쁜 대구시와 경상북도에도 사업 지연에 따른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구·경북의 산업생산은 1985년 전국의 11.8%를 차지했으나 2020년에는 8.4%로 쪼그라들었다.

과거 ‘대한민국 산업수도’ 역할을 했던 경북은 2003년 LG디스플레이의 경기 파주 이전 이후 대기업 사업부서의 수도권 이전, SK하이닉스 반도체 클러스터 유치 실패 등으로 성장 동력을 마련하지 못하면서 쇠퇴일로다. 1980년 1330만 명이던 수도권 인구는 지난해 8월 기준 2601만 명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지만, 경북은 같은 기간 318만 명에서 263만 명으로 17.2% 감소했다. 대기업 유출→산업생산 감소→인재 유출의 악순환 고리가 고착화한 것이다.

대구 취수원 이전도 정치권 이해관계에 막혀 매듭을 짓지 못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장세용 구미시장이 지난해 8월 구미 취수원의 공동이용을 포함한 환경부 통합물관리방안에 조건부 찬성하면서 30년 만에 물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잡히는 듯했으나, 이 역시 구미 지역 정치권의 반대에 부딪혀 매듭짓지 못하고 있다.

대구의 한 경제인은 “과거 김만제, 박종근, 강재섭 의원 등은 대구경북과학기술원, 대구테크노폴리스, 국가산업단지 사업 등을 앞장서 추진하는 등 미래 현안을 주도했는데 요즘 TK 의원들은 미래를 주도하기보다 정치적 유불리에 더 민감한 것 같다”며 “지역 국회의원이 미래 현안을 해결하는 데 앞장서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철우 경북지사가 지난해 경북 관할인 군위의 대구 편입에 대해 “더 큰 미래를 위해 생니(군위)를 뽑는 아픔(대구로의 편입)도 견뎌야 한다”고 한 말을 진지하게 되씹어볼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