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대전·부산 KTX로 이동…설렁탕으로 한끼 해결
대구서 홍준표 '깜짝 등장'…부산 서면서 유세 마무리 "저는 정치에 발을 들인 지 얼마 되지 않은 신인입니다.
어느 누구에게도 부채가 없습니다!"
20대 대선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15일 유세 출정식.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의 목소리가 영하 4도 한파를 뚫고 서울 청계광장에 울려 퍼졌다.
'기호 2번'이 적힌 빨간색 점퍼를 입고 뛰는 인생 첫 '공직선거 유세'였다.
말은 '정치 신인'이었지만, 특유의 내지르는 어투로 자신감 있게 연설을 시작했다.
정치에 뛰어든 지 8개월. 그간 쌓아온 경험을 모두 쏟아내겠다는 태세였다.
흩날리는 눈발을 맞으며 유세차 위에 선 윤 후보는 '윤석열 대통령' 구호에 자신감이 붙은 듯 목소리까지 갈라져가며 연설을 이어갔다.
"전진합시다.
전진합시다.
전진합시다!"라고 외치며 주먹을 불끈 쥐고, '정책 공약' 배달 퍼포먼스를 할 때는 "좋아 빠르게 가!"라며 손바닥을 활짝 펼쳤다.
윤 후보는 60대 지지자가 뜨개질해 선물한 빨간색 목도리를 둘렀다.
곳곳에는 태극기를 든 지지자도 있었다.
이들은 '윤석열 대통령'을 외쳤다.
현장을 떠날 때는 모여든 인파가 윤 후보의 검정색 카니발을 에워싸기도 했다.
카니발 내부에는 '전투복'과 같은 당 점퍼 세 벌이 나란히 걸러져 있었다.
윤 후보가 선거 기간 '벙커'처럼 머무를 '제1의 후보실'이기도 하다.
윤 후보와 같이 문재인 정부 출신인 최재형 전 감사원장도 함께 '윤석열'을 외쳤다.
'기호 2번' 어깨띠를 두르고 종로 재보선에 출마한 그 또한 '첫 선거'였다.
달궈진 유세 현장의 분위기와 달리 윤 후보의 앞선 첫 공식 일정은 차분했다.
윤 후보는 이날 오전 9시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의장대의 사열을 받으며 충혼탑 앞에 섰다.
웃음기 없이 차분한 표정이었다.
순국선열에 헌화와 분향을 한 뒤 생각에 잠긴 듯 눈을 질끈 감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와의 '박빙 우세' 추이 속에서 들뜨지 않겠다는 윤 후보의 의지가 반영된 행보였다.
처음부터 선거 운동의 축포를 터뜨리지 않겠다는 것이다.
"샴페인 먼저 터뜨리는 분위기는 패착이 될 테니 절대 명심하라. 신발끈을 조여달라. 들떠있으면 안 된다.
윤석열 후보도 우려하고 있다.
"
전날 밤 비공개 선거대책본부 회의에서도 이러한 권영세 선대본부장의 경고가 당 관계자들에게 날아든 것으로 알려졌다.
일종의 '기강 잡기' 차원이다.
윤 후보는 숨 돌릴 틈 없이 서울을 떠나는 KTX에 몸을 실었다.
대전·대구·부산으로 촘촘하게 이어지는 '경부선 유세'를 모두 열차를 통해 이동했다.
열차 시간을 놓칠세라 발걸음은 분주했다.
윤 후보를 근접 경호하는 경호팀도 덩달아 바빠졌다.
수행팀 관계자들도 뒤쫓아가느라 숨을 헐떡이기는 마찬가지였다.
급히 열차에 올라탄 윤 후보는 자리에 앉자마자 다음 연설 원고를 읽어보거나 정책 공부를 하며 시간을 쪼개 썼다.
두 번째 거점 유세 장소는 대전 중구 으느정이 문화의거리였다.
역대 대선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며 민심의 풍향계로 통했던 충청에 한 표를 호소했다.
윤 후보는 '충청의 아들'을 자임했다.
부친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의 고향이 충남 공주인 점을 고리로 충청 대망론을 자극하고 나선 것이다.
사회자도 "우리가 그토록 바라던 충청 출신 대통령의 바람이 이제 곧 실현될 것입니다"라고 분위기를 띄웠다.
가수 김흥국 씨도 유세차에 올라 "우리 집사람이 파평 윤씨다.
윤 후보를 적극 도와줘서 3월 9일 정권 교체를 해야 한다"고 외쳤다.
으레 선거철마다 대규모로 동원하던 선거 운동원의 율동은 보이지 않았다.
코로나19 방역 상황을 고려한 것이다.
마스크를 쓴 지지자들은 400여명 몰려들었다.
이윽고 연단에 오른 윤 후보는 '브이'를 그리는 포즈가 한층 자연스러워졌다.
윤 후보는 "충청의 아들 윤석열이 여러분을 찾아뵀다"며 제가 정치를 시작하고 첫 번째로 대전을 방문했고, 공식 선거운동 첫날 여러분을 찾아뵀다"고 외쳤다.
이어 "충청이 어떤 곳입니까.
나라의 중심이고 어려울 때 늘 중심을 바로잡은 곳 아니냐"며 "이 나라를 위해 충청을 위해 압도적 지지를 보내달라"고 호소했다.
한 중년 여성 지지자는 "윤석열 후보님 국민의 눈물을 닦아주세요.
힘들어서 못 살겠어요"라면서 울부짖기도 했다.
길이 막힌 터에 표정을 찌푸린 시민도 있었다.
유세는 '밥심'이란 말이 있다.
바쁜 틈에도 점심은 설렁탕으로 해결했다.
식사를 끝내자마자 '보수의 심장부' 불리는 대구로 윤 후보는 달려갔다.
열차에 내릴 때부터 구름인파였다.
동대구역 플랫폼에서 대기하던 지지자들이 윤 후보를 순식간에 에워쌌고 경호원들이 길을 트면서 겨우 역사를 빠져나왔다.
동대구역 앞 광장에는 1천명이 넘는 지지자들이 집결했다.
윤 후보는 이번에는 '대구의 아들'이 됐다.
윤 후보는 "사회생활을 대구에서 시작했고 어려울 때 대구가 깍듯이 맞아줬고 저를 이렇게 키우셨다.
그런 면에서 저는 대구의 아들과 다름없다"며 "단디(단단히) 하겠습니다!"라고 외쳤다.
지난 두 번의 연설보다 더 고조된 목소리였다.
그러자 지지자들은 "단디 잘하이소"라며 웃음을 터뜨렸다.
하이라이트는 경선에서 경쟁했던 홍준표 의원의 등장이었다.
홍 의원이 TK(대구·경북) 신공항을 약속해달라고 하자 윤 후보는 "예 형님!"이라고 화답했다.
윤 후보는 파란색 마스크를 쓴 홍 의원을 얼싸안은 뒤 손을 꼭 붙잡았다.
대구에 여운이 남은 듯 보였다.
내심 아쉬움도 얼굴에 묻어났다.
윤 후보는 부산행 열차가 출발하기 전 열차 밖으로 얼굴을 내밀었다.
동대구역 플랫폼에 서서 빨간색 풍선을 흔드는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했다.
유세의 종착지는 '젊음의 거리' 부산 서면 쥬디스태화백화점 앞이었다.
서면 거리 약 200m 일대에 지지자들이 대거 몰렸다.
이준석 대표를 비롯해 부산 지역 국회의원들도 총출동해 화력을 보탰다.
윤 후보는 "저는 부산역 앞에만 내리면 가슴이 뛴다"며 "3월 9일은 저와 국민의힘이 대한민국을 바꾸고 부산을 바꾸는 위대한 승리의 날"이라고 외쳤다.
이어 "부산 시민께서 키워주신 저 윤석열이 국민께서 제게 준 권력을 함부로 쓰지 않고 여러분 말씀을 경청하며 남용하지 않겠다"며 "무한한 책임 의식을 갖고 신중하고 또 신중하게 (권력을) 행사하겠다"라고 말했다.
"제 주변과 측근의 부정부패에도 단호하게 읍참마속하는 대통령이 되겠습니다"라고 외칠 때에는 '윤석열 대통령'이라는 연호가 한동안 이어졌다.
윤 후보는 '레드 카펫'처럼 꾸며진 무대를 오가며 지지자들의 손을 잡았다.
피곤한 기색은 없어 보였다.
한 지지자가 손을 확 잡아당겨 넘어질뻔 하기도 했다.
지지자들이 빨간색 종이비행기를 단체로 날리면서 이날 유세는 마무리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