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상샘암이 착한 암이라고?…림프절 전이 땐 사망률 2배 높아"
갑상샘암은 국내에서 가장 발병률이 높은 암이다. 폐암, 위암 등을 제치고 2019년 기준 암 발생 순위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갑상샘암은 발병률에 비해 ‘악명’은 그리 높지 않다. 2015~2019년 5년 상대생존율이 100%에 달하고 암 진행 속도도 빠르지 않아서다. 이 때문에 ‘착한 암’ ‘순한 암’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붙는다.

윤지섭 강북삼성병원 유방·갑상선암센터 외과 교수(사진)는 “갑상샘암이 다른 암에 비해 생존율이 높긴 하지만 암종, 암 크기, 림프절 침범 여부 등에 따라 예후가 좋지 않을 수 있다”며 “순한 암이라고 해서 마냥 가볍게 생각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올해로 17년째 내분비외과에 몸 담고 있는 윤 교수는 이 분야에서 ‘명의’로 꼽힌다. 지금까지 갑상샘암 수술을 한 환자만 6000명에 달하고, 2007년 세계 최초 갑상샘암 로봇수술에 참여하기도 했다. 윤 교수에게 갑상샘암 증상은 어떤지, 언제 수술이 필요한지 등을 물었다.

▷갑상샘암은 ‘순한 암’으로 불리는데, 잘 관리하면 수술이 필요 없나.

“수술 여부를 가르는 것은 암의 크기와 림프절 전이 여부다. 암이 1㎝ 미만이고, 림프절 전이가 없으며, 기도·식도나 목소리 신경 가까이에 암이 있지 않을 때만 수술하지 않고 지켜볼 수 있다. 암이 기도와 식도 근처에 위치하면 재발률이 높아지고, 목소리 신경 주변에 있으면 나중에 변성이 생기거나 신경을 절제해야 할 수도 있다. 암 크기가 작더라도 인근 조직을 침범했을 땐 반드시 수술해야 한다.”

▷암이 1㎝보다 작은데 림프절에 전이됐을 경우엔.

“수술이 반드시 필요하다. 흔히 암 크기가 작으면 수술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는데, 림프절 전이가 이뤄지면 사망률과 재발률이 2배 이상 높아진다. 단지 크기만으로 수술 여부를 결정해선 안 된다.”

▷암종에 따라서도 천차만별이라고 하는데.

“전체 갑상샘암 환자의 95% 이상을 차지하는 ‘유두암’은 치료 성적이 좋은 편이다. 단 림프절을 따라 전이되는 경향을 보여 유의해야 한다. 전체 갑상샘 유두암 환자 중 30% 이상이 림프절 전이를 동반한다는 보고도 있다. 전체 환자의 5% 미만에서 발병하는 ‘여포암’도 수술이 필요하지만 예후는 괜찮다. 이에 비해 극소수에게 발병하는 ‘미분화암’은 기대수명이 6개월 미만일 정도로 치명률이 높다.”

▷미분화암이 생기는 이유는.

“유두암을 10년 이상 오랜 기간 방치하면 갑상샘 자극 호르몬에 오래 노출돼 암의 분화도가 악화한다. 그러면서 미분화암이 생긴다. 조기 진단과 그에 맞는 치료가 꼭 필요한 이유다.”

▷갑상샘 항진증 등이 지속하면 갑상샘암으로 악화하나.

“갑상샘암의 원인으로 정확히 밝혀진 것은 고농도의 방사능 피폭이 유일하다. 갑상샘 항진증, 갑상샘 기능 저하증 등은 갑상샘암이 발생하는 기전과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암을 유발한다고 볼 수 없다.”

▷수술은 어떻게 이뤄지나.

“목 부분을 5㎝ 정도 절개해 갑상샘을 떼어내는 ‘경부절개법’이 전통적인 수술법이다. 2000년대부터는 겨드랑이(액와부)와 유방 쪽을 약 7㎝ 절개하는 내시경 수술도 보편적으로 쓰이고 있다. 흉터가 잘 보이지 않고, 수술 후 목에 뭔가 걸리는 듯한 느낌이 드는 유착 현상도 덜하다. 암이 목소리 신경을 침범했을 경우 등 섬세한 수술이 필요한 땐 로봇수술도 시행한다.”

▷절제 범위는 어떻게 정해지나.

“갑상샘 수술은 전체를 떼거나 절반을 떼거나, 둘 중 하나다. 암이 1㎝보다 작고 림프절 전이가 없으면 절반만, 4㎝ 이상이면 전체를 절제하는 게 ‘대원칙’이다. 그 사이에 있는 ‘회색지대’ 환자는 기대수명, 암의 위치 등 다양한 요인에 따라 절제 범위가 결정된다.”

▷갑상샘암의 초기 증상은.

“목에 딱딱한 혹이 만져지거나 목소리가 갑자기 변했다면 갑상샘암을 의심해볼 만하다. 하지만 증상이 없다가 건강검진으로 우연히 발견되는 환자가 대부분이다. 건강검진을 통해 조기에 발견하고, 병기를 정확히 판단해 주치의와 수술 여부를 논의해야 한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