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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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선거가 20여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여야가 상대 후보를 대상으로 '프레임 전쟁'에 골몰하고 있다. 상대 후보에게 부정적인 이미지를 덧씌워 낙인을 찍는 방식이다. 정책 경쟁을 뒤로 한 채 유권자의 판단을 흐리게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6일 서울 여의도동 민주당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배우자 김건희 씨가 운영하는 코바나컨텐츠 행사에 소가죽 굿을 집행한 무속인이 등장했다고 폭로했다.

앞서 김 의원은 윤 후보 부부가 지난 2018년 소가죽을 산 채로 벗겨 논란이 된 무속 행사에 후원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해당 행사에 걸린 연등에 윤 후보 부부 이름이 적혀 있다는 이유에서다. 국민의힘 측은 "대통령과 민주당 소속 이시종 충북지사 이름도 있다"고 반박했다.

민주당은 윤 후보를 향해 조직적으로 '무속 중독', '폭탄주 중독' 프레임을 만들고 있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전날 윤 후보를 "폭탄주 중독 환자"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민주당은 대외비로 마련한 선거운동 유세 기조 문서에서도 윤 후보에 투표해서는 안 되는 이유로 '주술 중독, 알코올 중독 의혹'을 활용하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확인됐다.

국민의힘은 이재명 민주당 후보의 법인카드 횡령 의혹을 제기하며 '세금 도둑'이라는 프레임 공격을 시도하고 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이 후보가 성남시장 시절 하루 9차례 법인카드를 결제하는 등 부적절한 업무추진비 사용 의혹이 제기된 것과 관련, "어떻게 법인카드로 하루에 아홉 번씩 밥을 먹으며 결제를 한다는 말인가. 그런 사람들을 '세금 도둑'이라고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후보는 "행정의 달인이라고 스스로 이야기하지만, 세금 도둑에게 소고기는 왜 그리 좋아하냐"며 "소도둑 아니냐"고도 했다. 이 후보의 배우자 김혜경 씨가 법인카드로 소고기를 결제한 것을 에둘러 함께 비꼰 것으로 해석된다.

국민의힘은 이날 이 후보가 연루된 경기 성남 대장동 특혜 논란에 새로운 의혹이 제기된 사실을 강조하며 공세에 나섰다. 한 언론은 대장동 의혹의 핵심 인물인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 씨가 또 다른 핵심 인물인 김만배 씨와 함께 민주당 중진 의원 A씨와 전 의원 B씨에게 2억원을 전달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고 보도했다.

원희룡 국민의힘 선거본부 정책본부장은 언론에 보도된 이들의 실명을 공개하면서 공세에 나서기도 했다.

이처럼 여야가 '프레임 전쟁'에 몰두하는 것은 일종의 '구전(口傳) 효과'를 노리기 때문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선거에 관심이 적은 유권자들은 '저 후보는 이렇대'라는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이야기에 영향을 더 많이 받는다"고 설명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팩트를 근거로 상대 후보를 공격하는 것은 선거에서 필요한 검증"이라면서도 "단순히 부정적인 이미지를 덧씌우면서 투표를 단념하게 하는 것은 게으른 전략"이라고 꼬집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