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 비밀연애' 들통…CNN 부사장도 불명예 퇴진
미국 간판 방송사 CNN에서 '사내 로맨스'를 숨겼던 사장에 이어 부사장도 사임했다.

1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CNN 모회사인 워너미디어의 제이슨 킬라 최고경영자(CEO)는 직원들에게 보낸 메모를 통해 앨리슨 골러스트 CNN 부사장 겸 최고마케팅책임자(CMO)의 사임을 발표했다.

골러스트 부사장은 제프 주커(56) 전 사장과의 연인 관계를 회사 측에 알리지 않아 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주커 전 사장은 이달 초 같은 사유로 사임했다. 메모에는 지난해 12월 해고된 크리스 쿠오모 전 CNN 앵커 역시 회사 규정을 위반했다는 내용도 담겼다.

쿠오모는 지난해 8월 성추행 의혹으로 불명예 퇴진한 형 앤드루 쿠오모 전 미국 뉴욕주지사의 사건 대응을 조언해 언론 윤리를 위반한 것으로 드러나 해고된 바 있다. 킬라 CEO는 조사과정에서 10만여 건의 문자·이메일을 뒤지고 40여 명을 인터뷰했다고 밝혔다.

WSJ은 이로써 최근 CNN을 혼란에 몰아넣었던 3명이 모두 회사를 떠나게 됐다고 평가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주커 전 사장은 대변인을 통해 "쿠오모 전 앵커가 형을 위해 한 행위의 전모를 알지 못했고, 이 때문에 해고된 것"이라고 말했다.

쿠오모 측은 "주커 전 사장과는 공적·사적으로 매우 가까웠고, 이 때문에 매우 힘들고 마음 아프다"고 말했다.

NYT는 특히 쿠오모 전 앵커가 '미투'(Me Too·나도 고발한다) 의혹에도 휘말렸던 것을 주커 전 사장이 쉬쉬하려 했다고 보도했다. 쿠오모와 ABC 방송에서 비정규직 직원으로 일했던 한 여성은 쿠오모가 진로 관련 조언을 빌미로 자신을 부른 뒤 성관계를 요구했고, 이를 거절하자 폭행했다는 내용을 담은 서한을 CNN에 보냈다는 것이다.

지난해 11월 말 주커 당시 사장은 절친한 친구인 쿠오모에게 무기한 정직을 통보하면서도 향후 재기 가능성을 언급했지만, 쿠오모의 성희롱 의혹까지 불거지자자 결국 해임을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고 NYT는 보도했다. 문제의 서한에는 미투가 사회적 이슈가 된 뒤 쿠오모가 CNN의 힘을 남용해 자신을 입막음하려 했다는 내용도 있었다.

이들 3인의 퇴출은 CNN이 디스커버리 채널과 합병을 준비 중인 중요한 시기에 나왔다고 WSJ은 덧붙였다.

(사진=연합뉴스)


이휘경기자 ddehg@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