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바이오벤처가 자가면역질환 치료 후보물질로 8800억원 규모 기술수출에 성공했다. 지난달 조 단위 계약을 맺은 에이비엘바이오에 이어 또다시 임상 단계에 진입하지 않은 항체치료제 후보물질로 대형 계약이 이뤄졌다.

노벨티노빌리티는 “미국 발렌자바이오와 자가면역질환 치료 후보물질인 ‘NN2802’를 7억3325만달러(약 8778억원)에 기술이전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16일 밝혔다. 이번 계약으로 발렌자바이오는 NN2802의 전 세계 개발·상용화 권리를 갖게 됐다. 노벨티노빌리티는 10일 내에 계약 선급금으로 700만달러(약 84억원)를 받을 예정이다. 매출에 따른 로열티는 별도로 받기로 했다.

노벨티노빌리티는 아직 임상 단계에 올려놓은 파이프라인이 없다. 그럼에도 이번 계약 성사에 앞서 여러 미국 기업의 ‘러브콜’을 받았다. 비슷한 치료 방식을 가진 경쟁 약물이 주목받으면서다. 백혈구나 암세포에는 혈관 생성과 세포 증식을 유도하는 것으로 알려진 단백질 ‘시킷’이 있다. 노벨티노빌리티가 수출한 후보물질은 항체를 이용해 시킷 활성을 막는다. 시킷을 표적으로 삼아 만성 두드러기 치료제를 개발 중인 미국 셀덱스는 지난해 7월 임상 1b상에서 1회 투여만으로 투여군 95%에서 치료 효과를 확인했다. 기존 치료제보다 두 배 높은 수치다.

발렌자바이오도 NN2802를 만성 두드러기 치료제로 개발할 계획이다. 내년 임상 1상 진입이 목표다. 업계에선 만성 두드러기 치료제 세계 시장 규모를 1조원 수준으로 추정하고 있다. 천식, 아토피피부염 등 다른 자가면역질환으로 범위 확장도 가능하다는 게 노벨티노빌리티 측 설명이다.

노벨티노빌리티가 시킷 저해제로 개발을 시작한 것은 두드러기 신약이 아니라 안질환 치료제였다. 황반변성이나 당뇨병성 망막증은 망막에서 혈관이 과도하게 생성되는 게 주된 문제인데 시킷을 겨냥하면 이를 해결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조성진 노벨티노빌리티 부사장은 “망막질환 치료 후보물질은 연내 미국 임상 진입이 목표”라고 말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