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현아
오현아
코로나19 사태 초기인 2020년 초반, 마스크가 동이 났다. ‘마스크 대란’이 일어나자 정부는 주당 1인 2매까지 구매 한도를 정하고, ‘마스크 5부제’를 시행하는 등 비상조치에 나섰다. 마스크가 찔끔 풀리는 날이면 약국마다 긴 줄이 늘어섰던 기억이 아직 생생하다. 이때 정부가 마스크 부족의 핵심 원인으로 지목한 게 업체들의 매점매석이다. 일부 업체가 마스크를 비싼 가격에 판매하기 위해 재고로 쌓아둔다는 얘기였다.

기획재정부는 ‘마스크 사업자는 월평균 판매량의 150%를 초과해 5일 이상 보관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의 고시를 발표했다. 검찰은 이 고시를 위반한 업체들을 기소했다.

A사는 그중 한 곳이었다. 검찰은 이 업체가 재고를 갖고 있으면서도 온라인 사이트에 ‘일시품절’ 문구를 내걸었다며 기소했다. 하지만 이 업체가 매점매석했다고 보기에는 석연치 않은 구석이 여럿 있었다.

결정적으로 이 업체가 확보한 마스크는 2019년 2월부터 4월 초까지 매입해 둔 물량이었다. 코로나19 발생 전인 만큼 가격 상승을 예상할 수 없었다.

코로나19가 확산한 2020년 1월부터는 이 업체도 아예 마스크를 구하지 못했다. A업체는 “두 명이 운영하는 업체라 폭발하는 주문에 대응할 수 없어 일시품절을 내걸었던 것”이라고 주장했으나 검찰은 기소를 강행했다. 이들이 취한 이익을 ‘폭리’로 규정하고, 악의적 의도를 가진 위법행위로 못 박았다.

결과는 검찰의 완벽한 패배다. 이 사건의 1심 재판부는 “A업체가 2019년 마스크를 구입할 당시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할 것을 예상하지 못했던 점 등을 보아 판매가 가능한 만큼만 주문을 받아 출고량을 조절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결했다.

실제로 해당 업체의 월별 마스크 판매량은 2019년과 2020년 모두 비슷했다. 1심 패소에도 검찰은 항소, 상고를 이어가며 A업체를 끝까지 괴롭혔다. A업체는 최근 대법원으로부터 최종 무죄 판결을 받았다. 2년이 다 돼서야 범죄 혐의에서 벗어나게 됐다.

상대방이 기소 한 번으로 존폐 기로에 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A업체 같은 소기업이라면 검찰은 신중에 신중을 기했어야 한다. 하지만 1심부터 최종심에 이르기까지 검찰의 주장과 판결 내용을 꼼꼼히 살펴보면 검찰이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기 위해 A사를 무리하게 희생양으로 삼은 게 아닌지 의문을 지우기 어렵다.

행여 ‘마스크 업체 하나쯤은 어찌 돼도 상관없다’는 무의식의 발로는 아니었을까. 출범 이후 줄곧 정규직·비정규직, 유주택·무주택자, 의사·간호사 등을 ‘갈라치기’ 해 온 정부여서 문득 든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