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국경 인근에 배치했던 군병력 일부를 철수했다고 발표하자 유럽 주요국은 환영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서방과의 갈등을 해소하려는 러시아의 외교적 의지에는 진정성을 의심하는 시각이 만만치 않다.

15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러시아 군병력 일부가 우크라이나 국경지대에서 철수했다는 소식에 대해 “좋은 신호”라며 “외교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가브리엘 아탈 프랑스 정부 대변인도 “러시아군의 철수가 확인된다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원하는 긴장 완화에 좋은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고 했다.

유럽 주요국은 러시아에 대한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있다. 프랑스 대통령 관저 엘리제궁은 “러시아의 긴장 완화 움직임은 반드시 검증돼야 한다”며 “모든 것이 깨지기 쉬운 상태”라고 강조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접한 벨라루스에 야전 병원을 세우고 있다”며 “이는 침공을 준비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러시아가 대화하겠다는 것인지, 대결하겠다는 것인지 헷갈리는 상반된 신호를 보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싱크탱크인 랜드연구소의 다라 마시코트 군사전략가는 “우려스러운 것은 러시아가 다시 야바위를 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군사 장비를 임의의 장소에 남겨둘 것”이라고 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국경 서부와 남부 지역에서 군병력을 대거 철수한다고 해도 여전히 크림반도와 북쪽에는 충분한 병력이 남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