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의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자회사인 SK온이 추진하는 최대 4조원 규모의 투자 유치에 글로벌 국부펀드와 세계 3대 사모펀드(PEF) 등 10여 곳이 뛰어들었다. 국내 기업 지분을 인수하기 위해 평균 수백조원을 굴리는 글로벌 큰손들이 대거 집결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SK온, 4조 투자 유치전…글로벌 '큰손' 줄섰다
16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SK온이 지난 7일 진행한 예비입찰에 기존에 알려진 글로벌 PEF 2위 KKR과 3위 칼라일그룹 외에 세계 최대 PEF인 블랙스톤도 참여한 것으로 파악됐다. 글로벌 PEF 톱3가 국내 기업에 투자하겠다고 동시에 러브콜을 보낸 것이다. 지난해 말 기준 운용 자산이 8조5000억달러(약 1경원)에 달하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과 세계 10대 국부펀드인 싱가포르 GIC, 사우디아라비아 PIF 등도 참여했다.

SK온은 애초 신주 발행을 통해 3조원 안팎의 자금을 모으려다 해외 투자자들이 예상 밖으로 많이 몰리자 4조원까지 유치 규모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SK온의 기업가치를 30조원 안팎으로 산정했는데 해외 기관들이 SK온의 배터리 기술력과 LG에너지솔루션, 중국 CATL 등의 시가총액을 감안하면 ‘싸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며 “앞서 LG에너지솔루션 공모에 역대 최대 규모인 456곳의 해외 기관이 참여하는 등 ‘K배터리’의 성장성에 해외 투자자들이 베팅하는 양상”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투자 유치가 마무리되면 재무적 투자자들은 약 10~20%의 지분을 확보하게 된다. SK이노베이션은 기업공개(IPO) 여부에 대해선 “현재로선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SK온은 이 자금을 해외 공장 건설 비용으로 사용할 예정이다. SK온은 국내 배터리업계 후발주자인 만큼 공격적 투자 확대를 위해 자금 조달이 필요한 상황이다. SK온은 30GWh 수준의 생산 능력을 2025년까지 200GWh로 늘리겠다는 계획을 지난해 발표했다. SK이노베이션은 다음주께 적격투자후보(쇼트리스트)를 추릴 계획이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