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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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의 조교는 기간제법의 예외규정이 적용되기 때문에 2년 이상 일했다고 해도 대학에서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해 줄 의무가 없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등법원 제1민사부(재판장 전지원)는 지난 16일 A씨가 국립대학법인 서울대학교를 상대로 청구한 해고무효확인 소송에서 이 같이 판단하고 1심 판결을 취소했다.

A씨는 모 대학에서 학위를 취득하고 2002년부터 서울대 의과대학에서 보조연구원 등으로 종사했다.

이후 A씨는 2011년까지 1년 단위로 계약을 갱신하며 교육공무원으로 일해왔다. 서울대가 2011년 법인으로 전환한 이후에는 교육공무원에서 퇴직하고 조교로 임용된 것으로 간주돼 1년 단위로 7차례 걸쳐 근로계약을 갱신해 왔다.

법원에서 밝혀진 자료에 따르면 A씨는 매 학기 실험 수업의 수업계획서를 작성하고 강의 교수와 함께 세부 교육 내용을 협의해 주제를 정하는 등 실습교육을 실질적으로 보조했다. 또 강의 조교들에게 실험수업 개요를 설명하는 오리엔테이션을 하거나 강의 개선 방향을 논의하는 조교 간담회에도 참석하는 등의 역할을 맡기도 했다. 이 외에 실험실 관리 점검과 장학 같은행정업무도 수행한 바 있다.

그런데 서울대는 2019년 9월 A씨에게 계약 만료를 통지했다. 이에 A씨는 만료통지가 부당해고라면서 학교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은 2년을 초과해서 기간제 근로자를 사용하는 경우 근로자를 정규직(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해 주도록 정하고 있다. 다만 기간제법 4조 단서와 시행령은 '고등교육법에 따른 강사·조교 업무'의 경우에는 예외를 둬서 2년을 넘겨 기간제 근로자로 사용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결국 이 사건의 쟁점은 기간제법의 예외인 '고등교육법 상 조교'에 A씨 같은 전업 조교가 포함되는지 여부였다.

원심 서울중앙지방법원은 "기간제법에서 예외로 정하는 조교는 학업을 병행하는 조교를 의미한다"는 취지로 제한적으로 해석했고, A씨는 기간제법의 예외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판시해 원고 근로자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하지만 2심 고등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A씨는 실험실습 및 연구조교로 일하면서 학사에 관해서는 장학 및 강의조교 배정 및 오리엔테이션 업무를 수행했고, 학부 연구 참여 관련 업무를 수행했다"며 "이는 고등교육법 제 14조와 15조 등에서 조교의 업무로 정한 '학교의 교육 연구 및 학사에 관한 사무를 보조'하는 업무를 수행해 왔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기간제법 상 예외에 해당한다"고 판시해 서울대 측의 손을 들어줬다.

A씨 측은 계약직이 반복될 경우 계약이 갱신될 것이라는 '갱신기대권'이 인정된다는 취지로도 주장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대학 측은 법인화 이후 시행지침을 제정하면서 통산임용기간인 7년 한도를 초과해서 조교가 재임용될 수 있는 가능성을 차단하고 이 뜻을 거듭 밝혀왔다"며 "대학 측이 기만만료 통지를 발송해 A씨도 이를 충분히 인식한 상태"라고 꼬집었다. 정당한 갱신기대권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이 같은 결과를 바탕으로 1심 판결을 취소하고 서울대 측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대 측을 대리한 김상민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2심판결은 고등교육법상 조교의 개념에 충실하게 해석했다"며 1심 판결 후 조교를 사용하고 있는 많은 대학들에서 혼란이 있었던 것으로 아는데, 혼란이 어느 정도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