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행 스트리미 대표의 2018년 기자간담회 모습. [사진= 한경DB]
이준행 스트리미 대표의 2018년 기자간담회 모습. [사진= 한경DB]
지난 15일 전북은행으로부터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실명계좌)을 확보한 고팍스가 1분기 중으로 원화마켓 전환을 완료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준행 스트리미(고팍스 운영사) 대표는 17일 블루밍비트와의 통화에서 "원화마켓 전환과 관련해 대략 1분기 내 가시적인 성과를 내려 한다"며 "전북은행과 최대한 협조하며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에 따르면 국내 가상자산(암호화폐) 거래소는 시중 은행으로부터 실명계좌를 받아야만 원화마켓 운영이 가능하다. 이에 현재 실명계좌를 확보한 국내 4대 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만 원화마켓을 운영 중이다.

반면 고팍스를 비롯한 나머지 21개 거래소는 시중 은행으로부터 실명계좌를 받지 못해 원화마켓은 닫은 채 코인마켓만 운영해왔다. 국내 투자자들은 원화마켓에 익숙한 만큼 이들 거래소의 거래량은 90% 급감했다. 거래소의 주요 수입원인 거래 수수료가 급감함에 따라 원화마켓으로 전환하지 않는다면 사업을 오래 영위하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됐다.

하지만 고팍스가 이번에 중소 거래소 중 최초로 실명계좌를 확보하면서 본격 다른 거래소들의 선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고팍스 관계자는 "최근 메타버스나 대체불가토큰(NFT) 등이 부상하며 가상자산 시장에 좋은 영향을 주고 있고,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에 대한 금융권의 내부 보고서들도 앞다퉈 나오는 상황"이라며 "이런 분위기가 계속된다면 기존에 실명계좌 확보를 위해 열심히 준비해 온 나머지 중소 거래소들도 좋은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회사의 목표는 1분기 내 원화마켓 변경 신고서를 제출하고 결과를 내는 것"이라며 "앞서 엎어진 경험이 있다 보니 더욱 꼼꼼하게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고팍스는 앞서 지난해 9월 전북은행과의 제휴가 성사 직전에서 무산된 바 있다. 당시 양사는 각 실무진의 검토를 완료하고 기술적 연동 등을 마쳤으나 가상자산에 우호적이지 않은 당국의 분위기에 최종 합의를 도출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역시 이번 5대 거래소의 탄생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한국블록체인협회는 전날 고팍스에 대해 "특금법 시행 이후 은행으로부터 실명계좌를 추가로 발급받은 첫 사례"라며 "추가 발급을 매우 환영하고 축하한다"고 밝혔다. 이어 "실명계좌 발급이 막혀 코인마켓으로 전환할 수밖에 없었던 다른 거래소에도 좋은 선례가 되길 바란다"며 "가상자산과 블록체인 산업의 발전 등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여타 거래소에도 공정한 기회가 제공돼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한국디지털자산사업자연합회도 17일 공식 자료를 통해 "고팍스의 은행 실명계좌 발급을 적극적으로 환영한다"며 "이를 계기로 아직도 실명계좌를 발급받지 못한 21개의 코인마켓 거래소들에 대해서도 조속한 기간 내에 실명계좌가 발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합회에 따르면 현재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에서 특금법에 의해 가상자산사업자(VASP) 신고 수리를 마친 26개의 거래소 가운데 은행 실명계좌를 발급받은 거래소는 19.2%(5개)에 불과하다.

한편 고팍스는 지난해 코인베이스 등 전 세계 200여 개 가상자산 회사를 포트폴리오사로 보유한 디지털커런시그룹(DCG)으로부터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DCG는 해당 투자로 고팍스의 2대 주주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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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영 블루밍비트 기자 jeeyoung@bloomingbit.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