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으려던 순간 漁 잡혔다
한국의 겨울 바다는 유독 거칠다. 동해와 제주에서는 파고가 1m를 넘나드는 날이 부지기수다. 수온은 연중 최저로 내려가고 바람은 가장 거세다. 물고기들도 이때는 먹이 활동을 줄이고 외출을 자제한다. 고기잡이가 어려워진 어민들은 마을의 평안을 기원하는 제사를 지내기도 한다.

하지만 겨울을 맞은 도시의 낚시꾼들은 가슴이 뛴다. 설레는 표정으로 짐을 꾸려 바다로 향한다. 빈손으로 돌아올 확률이 절반 이상이지만, 이 시기엔 대물(큰 물고기)을 낚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낮은 수온 때문에 잔챙이는 움직이지 않고 덩치가 큰 고기들이 주로 활동해 씨알 선별이 좋아지는 것이다.

낚시꾼들을 바다로 이끄는 것은 ‘손맛’에 대한 기억이다. 물고기가 미끼를 물면 낚싯대는 활처럼 휘고, 낚싯줄은 곧 끊어질 듯 팽팽해진다. 물고기와의 밀고 당기는 사투가 시작된다. 낚싯대를 겨드랑이에 끼워 바짝 힘을 줘 보지만 금방이라도 바다로 빨려 들어갈 것만 같다. 바닷물고기의 강한 생명력이 그대로 느껴지는 순간이다.

해수면 위로 물고기가 모습을 드러내면 낚시꾼은 ‘눈맛’에 매료된다. 감성돔은 은빛으로 번쩍이고, ‘바다의 여왕’ 참돔은 진한 선홍빛을 뽐내며 눈을 즐겁게 한다. 1m에 가까운 방어와 부시리를 보면 넘치는 활력에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낚시의 매력으로는 ‘입맛’도 빼놓을 수 없다. 긴꼬리벵에돔은 양식이 안 돼 횟감으로 맛보기 어렵다. 낚시꾼들을 통해 그 맛이 전해지고 있다. 대부분 일본으로 수출되는 제주 앞바다의 대삼치는 낚시꾼 사이에서 별미로 통한다.

이제 낚시는 ‘꾼’들만의 전유물도 아니다. 제주와 강원 속초 등에서는 장비를 빌려주고, 고기를 낚을 수 있도록 해주는 원스톱 낚시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선박과 장비가 개선되고 과학적인 조법이 가미되면서 초보자도 대어를 낚을 수 있게 됐다.

미국 작가 윌리엄 태플리는 “나는 살면서 몇천 번이나 낚시를 하러 갔지만 물가에 서 있던 시간을 후회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미국 작가 조지프 몬니거는 “나는 나를 찾기 위해 낚시를 하러 가는 게 아니라 나를 잊기 위해 간다”고 했다. 올겨울이 끝나기 전 가족, 친구, 연인과 함께 바다로 낚시를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양양·제주=박상용/좌동욱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