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24개 외국기업 대표와 주한 외국상공회의소(商議) 관계자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작년 외국인직접투자(FDI)가 역대 최대(295억달러)를 기록한 것에 감사를 전하고, 한국 투자 확대를 당부했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한국은 코로나 타격이 작은 안정적이고 매력적인 투자처”라고 최대 실적 이유를 들었다. 그러나 세계적 공급망 불안 상황을 극복하려고 한국 투자도 늘렸다는 점에서 외국기업 CEO들이 얼마나 공감했을지는 의문이다.

2019년 비슷한 행사에서도 이들은 규제 감축, 주 52시간제 탄력 운용을 한목소리로 건의했다. 그 전 해에는 주한 유럽상의가 두툼한 보고서를 제출하며 “세계 유례 없고 규제 많은 갈라파고스 국가”라고 날선 비판을 했다. 그런 외국기업 CEO들이 한국의 투자환경을 갑자기 긍정평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국내 기업규제 환경은 ‘오잉크’(OINK: Only IN Korean, 한국에만 있는 규제 리스크)라는 해외 신조어에서도 보듯, 더 열악해지고 있다. 현 정부 들어 국회에 발의된 규제법안은 총 4170건으로, 직전 정부(1313건)의 3배를 넘는다. 거대 여당은 기업규제 3법, 중대재해처벌법, 플랫폼규제 법안 등을 끊임없이 쏟아냈다. 세계 최강의 처벌규정으로 가득한 중대재해법은 기업 경영을 움츠러들게 하고, 전관(前官)과 로펌들만 호황을 맞게 한 역설적 상황을 만들었다.

노동관계 법령과 제도, 관련 규제는 노동자에게 기울다 못해 뒤집어질 지경이다. 민간에서도 비정규직의 정규직 직고용 요구가 빗발치고, 특수고용 형태 사업자들도 노동자 지위를 인정해달라고 아우성이다. 택배노조가 아무런 계약관계가 없는 원청회사(CJ대한통운) 본사를 불법점거하고 폭력을 행사해도 경찰은 자진 퇴거를 설득한다며 수수방관하는 실정이다. 사정이 이러니 “더 투자해달라”는 말이 공허하게 들리는 것이다.

한국의 FDI 매력도(AT커니 조사)는 주요 25개국 중 21위에 그쳤다. 기업규제, 조세제도, 시장개방 등에서 현저히 뒤진다는 얘기다. 그런 점에서 대통령이 시시콜콜하게 “임대료 감면 등 인센티브 제공”을 외국기업에 설명할 때가 아니다. 규제 샌드박스 실행률이 20%밖에 안 되는 이유를 다시 살펴야 한다. 대선 후보들도 마찬가지다. 자유로운 기업활동을 보장하고 노사가 공정하게 교섭할 수 있는 장(場)을 만들어야 한국의 투자매력도가 한 계단이라도 오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