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산 원유 의존도가 높은 미국 정유사들이 대안 모색에 나섰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러시아산 원유 공급이 끊길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블룸버그통신은 미국 주요 정유사 두 곳이 휘발유와 경유 원료의 공급처를 다양화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17일 보도했다. 한 원유 트레이더는 휘발유 생산에 쓰이는 나프타를 러시아 외 다른 국가에서 확보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텍사스주에 있는 정유사 두 곳은 멕시코와 브라질 기업들에 원유 가격과 공급 가능 여부를 문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브라질은 주로 유럽과 싱가포르에 원유를 공급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을 경고한 이후 글로벌 에너지업계는 극심한 불안 상태에 빠졌다. 세계 최대 산유국이지만 원유 수입량도 많은 미국 업계도 걱정이 태산이다. 미국이 수입하는 원유 중 러시아산 비중이 가장 크기 때문이다. 원유 정보 제공업체인 보텍사의 데이비드 웨치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이 러시아 에너지업계에 제재를 가하면 러시아는 수출 물량을 인도나 중국으로 돌릴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미국에서 휘발유 가격이 올라 소비자만 피해를 볼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미국 정유사들이 러시아에서 수입하는 석유 제품은 중유 ‘마주트 100’이다. 원유를 1차 정제한 제품으로 대부분이 러시아에서 생산된다. 다른 중유에 비해 황 성분이 적어 정제하기 쉽고, 활용 범위가 넓다는 장점이 있다. 또 2014년 이후 최고가 수준으로 치솟은 원유에 비해 아직은 가격이 저렴한 제품이라 인기가 많다. 미국 발레로에너지 엑슨모빌 셰브런 등이 마주트 100을 가장 많이 사들이는 정유사로 꼽힌다.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계속되면서 국제 유가는 요동치고 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원유(WTI) 3월물은 전날보다 1.62% 내린 배럴당 92.14달러에 거래됐다. 전날에는 전장 대비 1.7% 오르는 등 등락을 반복했다. 17일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4월 인도분 브렌트유는 전날보다 1.73% 하락한 배럴당 93.17달러에 손바뀜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