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캔 만원'에 재미 좀 봤는데…"이젠 팔아봐야 남는 게 없다"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밀·홉 등 원재료 60% 이상 급등
4월엔 주세 인상 예고돼 있어
하이트진로·제주맥주 등
매출 늘어도 이익 큰폭 감소
원가 압박에 가격 또 올릴수도
4월엔 주세 인상 예고돼 있어
하이트진로·제주맥주 등
매출 늘어도 이익 큰폭 감소
원가 압박에 가격 또 올릴수도
![대구 이마트 만촌점에서 다양한 주류가 눈길을 끌고 있다. /연합뉴스](https://img.hankyung.com/photo/202202/ZA.28874817.1.jpg)
17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수제맥주 점유율 1위인 제주맥주는 지난해 적자를 봤다. 영업손실은 72억4889만원에 달해 전년(2020년)보다도 적자 규모가 커졌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288억3891만원으로 33.8% 증가했지만 수익은 내지 못했다. 라거맥주를 생산하는 하이트진로도 수익성이 악화됐다. 지난해 영업익 1741억원으로 직전 해 대비 12.3% 감소했다. 매출이 2조2029억원으로 2.4% 줄어든 것에 비해 감소 폭이 더 컸다.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맥주. /연합뉴스](https://img.hankyung.com/photo/202202/ZA.28517320.1.jpg)
그러나 원자재값 상승이 발목을 잡았다. 맥주의 주재료인 홉이나 밀 가격은 지난해엔 최대 60%까지 뛰는 등 2012년 이후 최고가를 기록하고 있는 데다 코로나19 여파로 운송비마저 크게 올라 가격 상승 압박이 크다. 맥주 캔을 만드는 데 필요한 알루미늄 현물 가격도 지난달 t당 3107달러(약 375만원·런던금속거래소 기준)로 1년 전보다 55% 치솟는 등 원자재 가격이 잇따라 급등했다.
‘4캔 1만원’이나 ‘1만1000원’ 등 할인 행사 과열 경쟁도 수익성 악화에 영향을 줬다는 지적이다.
수익성 악화는 당분간 해결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원자재 값 상승 추세가 쉽게 완화될 기미를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미 매출원가는 매출액의 절반을 넘어선 상황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분석해보면 국내 수제맥주 기업들의 매출원가율은 60%를 넘어섰다. 라거맥주를 생산하는 대기업 맥주업체들도 매출원가율이 40%에 달한다. 원가가 늘어나는 만큼 물건을 팔고 남는 돈은 줄어든다. 최근 “국내 시장에서 맥주 장사하기 어렵다”는 말이 흘러나오는 이유다.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의 와인 판매대 모습. /연합뉴스](https://img.hankyung.com/photo/202202/ZA.28505478.1.jpg)
맥주업계도 제품 가격 인상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수입 맥주는 물류비 증가, 원자재 가격 급등 여파로 이미 지난해 말부터 가격이 오르고 있다. 수입맥주 1위인 하이네켄코리아가 지난해 12월 가격 인상을 단행하면서 하이네켄과 에델바이스, 타이거 등 대표 제품의 묶음(4캔) 가격을 1만1000원으로 올렸다. AB인베브가 파는 스텔라아르투아, 호가든, 하이트진로의 블랑1664, 산미상사의 산미구엘 등도 줄줄이 가격을 올리며 ‘4캔 묶음 할인’에서 이탈하는 제품이 늘었다. 젊은층 중심으로 인기인 편의점 수제맥주 광화문, 경복궁, 남산 등도 인상 대열에 합류했다.
맥주업계 관계자는 “현행 가격 정책 하에선 아무리 소비자들 요구가 많아도 원가 절감을 위해 가향을 첨가하거나 원료 값이 많이 들어가는 스타일의 맥주는 포기할 수밖에 없다”며 “소규모 맥주업체들은 이미 고사 직전으로 이대로 가다간 국내 맥주산업이 일부 대규모 주류 회사들만의 ‘독과점 무대’였던 과거를 답습할 수도 있다. 물량 공세가 어려운 수제맥주 업체들이 일시적 성과를 위해 ‘4캔 만원’ 시장으로 스스로 들어간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