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ESG] 케이스스터디 - 포스코인터내셔널
포스코모빌리티솔루션 직원들이 천안공장 건물 내 수소차 모형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서범세 기자
포스코모빌리티솔루션 직원들이 천안공장 건물 내 수소차 모형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서범세 기자


지난 2월 15일 포스코인터내셔널 자회사인 포스코모빌리티솔루션 천안공장을 찾았다. 포스코그룹의 종합상사로 알려진 포스코인터내셔널은 포스코모빌리티솔루션을 통해 강판 가공 및 전기차 부품 제조업체로 변신하는 중이다. 천안공장 입구는 포크레인 공사가 한창이었는데, 구동모터코어 생산량이 급격히 늘어 창고를 새로 짓고 있었다. 건물 내부에는 차세대 수소연료전지차(수소차) 모델이 전시돼 있고, 차 모형 내부에 설치된 포스코모빌리티솔루션이 생산한 구동모터코어와 수소연료전지 금속분리판 샘플을 직접 살펴볼 수 있었다.

포스코모빌리티솔루션의 주요 사업은 전기차 및 수소차에 납품하는 구동모터코어, 자동차 및 스마트폰용 스테인리스스틸 소재, 후판 등 셋으로 나뉜다. 새롭게 떠오른 전기차와 수소경제의 필수 부품을 생산하는 사업 구조다. 그중 전기차와 수소차 바퀴를 돌리는 구동모터 핵심 부품인 구동모터코어를 생산하는 천안공장의 생산 규모가 가장 크다. 수소차 옆 전시관에서 다양한 모델에 납품되는 여러 모양의 구동모터코어를 살펴볼 수 있었는데, 생김새가 모두 다르며 차량이 클수록 더 복잡해지고 커지는 경향을 보였다.

구동모터코어 공장에 직접 들어가자 쿵쿵하는 프레스 소리가 귓전을 때렸다. 포스코에서 들어온 친환경차용 전기강판 코일 제품을 전단 가공한 다음 300톤의 프레스로 찍어 고정밀 구동모터코어를 만드는 소리다. 한 번에 250~350개의 코어를 만들 수 있다. 이 과정을 거쳐 기본 고정자(스테이터), 회전자(로터)가 만들어진다. 원래는 이 무거운 모터코어를 사람이 옮겼으나 안전을 고려해 현재는 자동화된 공정으로 제품을 포장하고 있었다. 전반적으로 작업이 매우 빠르면서도 정확하게 실시되었다. 공장을 안내해준 최기오 상무는 “전기차의 심장은 구동모터고 모터코아는 모터에서 자성을 발생시키는 핵심 부품”이라며 “전기차는 한정된 에너지원인 배터리 내에서 주행거리를 늘리기 위해 구동모터 효율 극대화가 필수”라고 말했다.

이 같이 만들어진 모터코어는 고객사의 요청에 따라 조립(어셈블리)하는 과정을 한 번 더 거치기도 한다. 어셈블리 공정에 들어가보니 전기차(EV-A)와 친환경차(HEV-C)라는 팻말이 걸려 있었다. 현재 현대차의 소나타 하이브리드, 쏘렌토 하이브리드 등 현대차·기아의 구동모터를 이곳에서 모두 만들어 납품하고 있다. 둥근 막대 모양의 샤프트 등 여러 서브 부품을 끼우고, 밸런싱을 측정한 뒤 다시 베어링 등을 더 끼워 완성하는 식이다.
전기차용 구동모터코어 샘플. 사진=서범세 기자
전기차용 구동모터코어 샘플. 사진=서범세 기자
직원이 수소차 내부의 구동모터코어 모형을 가리키고 있다. 사진=서범세 기자
직원이 수소차 내부의 구동모터코어 모형을 가리키고 있다. 사진=서범세 기자
프레스머신 입구에 들어가는 제품. 사진=포스코모빌리티솔루션 제공
프레스머신 입구에 들어가는 제품. 사진=포스코모빌리티솔루션 제공
친환경차에 쓰이는 MQ4-HEV 앞면. 사진=포스코모빌리티솔루션 제공
친환경차에 쓰이는 MQ4-HEV 앞면. 사진=포스코모빌리티솔루션 제공
구동모터코아 완제품. 사진=포스코모빌리티솔루션 제공
구동모터코아 완제품. 사진=포스코모빌리티솔루션 제공
차별화된 적층 방식

전장모터는 핸들을 돌리거나 기어를 움직일 때도 사용되지만, 구동모터는 차를 직접 움직이는 바퀴에 걸리는 전장모터를 의미한다. 구동모터코어는 작은 것보다 큰 것을 만들 때 공정이 더 어려워진다. 철강 낱장을 수백 장 쌓는 적층 방식이 핵심이다.

특히 생산 방식에서 포스코모빌리티솔루션만의 특별한 본딩 기술로 적층 기술이 적용된다. 보통은 엠보 방식으로 용접을 통해 낱장을 위아래로 흠집을 내 단추처럼 붙이는 방식인데, 이 경우 들뜨거나 철을 가공할 때 생기는 잔류응력으로 전기 효율이 줄어드는 단점이 있다. 포스코모빌리티솔루션의 구동모터코어는 본딩 방식으로 금형 내에서 특수 접착제를 발라 밀착하는 방식이라 전기 손실을 최소화해 효율이 높아진다. 엠보 방식 대비 효율성이 좋은 장점을 인정받아 현대차 신차에 들어가는 구동모터는 모두 본딩 방식으로 체결된다.

중국의 전기차는 생산량에서 세계 상위권이지만, 구동모터에 들어가는 부품이 단순 용접이나 엠보 방식이라 기술력 측면에서는 뒤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포스코모빌리티솔루션은 지난해 100만 대 이상 구동모터코어를 생산했으며, 올해는 포항공장을 추가로 준공해 200만 대 생산 체제를 갖출 예정이다.
포스코모빌리티솔루션 안산공장 내부의 스테인리스스틸 강판코일. /사진=이승재 기자
포스코모빌리티솔루션 안산공장 내부의 스테인리스스틸 강판코일. /사진=이승재 기자
초정밀 압연 공정을 거친 철강이 나오고 있다. /사진=이승재 기자
초정밀 압연 공정을 거친 철강이 나오고 있다. /사진=이승재 기자
더 얇고 더 넓은 강판

다음 날 찾은 포스코모빌리티솔루션 안산공장에서는 스테인리스 강판 압연 공정을 볼 수 있었다. 압연이란 철판을 눌러 아주 얇고 넓게 만드는 기술이다. 2021년 수소모빌리티+쇼의 이노베이션 어워드에서 이 ‘연료전지 분리판용 정밀압연 및 성형 제조기술’이 대상을 수상한 바 있다. 공장을 안내한 정인섭 상무는 “국내 스테인리스스틸 제조업체도 압연 기술을 보유하고 있지만, 압연 제품을 광폭으로 0.5mm, 협폭으로 0.01mm까지 생산할 수 있는 업체는 우리가 유일하다”고 말했다.

넓은 공장 부지에는 동그랗게 말린 스테인리스스틸 코일이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들어차 있었다. 사람이 옮길 수 없는 이 무거운 코일을 커다란 크레인이 옮겨 압연 작업을 한다. 설비 내부로 옮겨 위에서 누르고 옆에서 당겨 넓게 펴는 것이 일반적 압연 공정이다. 이후 경화된 조직을 풀어주는 열처리 과정, 표면에 발생한 스케일을 제거하는 산처리 공정을 거쳐 열처리하면 검붉게 변한 철이 반짝이는 은색 모습으로 재탄생한다. 가정이나 산업용으로 쓰이는 것은 이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일반적 압연 공정(냉간압연)을 둘러보고 나서, 이번에는 0.3mm 이하 정밀압연 공정을 볼 수 있었다. 초정밀 광폭압연 공정은 압연 시 ‘정밀광폭 ZRM’ 설비를 통해 두께를 정밀하게 줄이는 공정을 실시하는 것이 차이점이다. 정밀재 제품은 광폭 1219mm 이하는 0.05mm, 협폭 600mm 이하는 0.01mm까지 생산할 수 있다. 정 상무는 “고객사의 요구에 맞춰 다양한 폭 생산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정밀압연을 거친 스테인리스스틸은 거대한 아파트처럼 생긴 수직 열처리 장치로 옮겨진다. 정밀공정은 수소가 충전된 로 내에서 열처리를 통해 추가 공정을 실시한다. 산을 이용한 약품처리가 필요 없어 공정이 간략해지고 친환경적이다. 정 상무는 “수소 공정에 쓰이는 수소를 재생장치를 활용해 현재 10%가량 재활용하고 있으며, 내년부터는 30%까지 재활용률을 높일 예정이다“라고 설명했다.

연료전지 핵심 부품인 분리판 강판 생산

정밀압연으로 생산한 스테인리스스틸 수소연료전지 분리판은 기존 흑연 분리판을 금속 분리판으로 바꾸면서 부피와 중량을 줄였다. 여타 금속분리판은 흑연이나 백금 코팅을 하지만 이 제품은 표면개질 처리로 코팅 생산공정을 생략해 제조원가가 절감된다. 이렇게 만든 금속분리판은 경제성은 물론 내구성, 부식성, 성능 균일성 측면에서 장점이 있다.

향후 수소차 경제가 활성화되면 정밀 초광폭 강판이 더욱 주목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인섭 상무는 “전기차는 주로 승용차 위주로 개발되고 있지만, 트럭의 경우 들어가야 하는 전기차 배터리가 너무 무겁기 때문에 수소 트럭의 상용 가능성이 더 높다”며 “현재는 0.08mm지만 앞으로 0.02mm까지 두께를 줄여 경량화할 계획이며, 수소연료전지 분리판이 전동화 비행기에도 쓰이게 되면 티타늄 강판을 개발해 더 효율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포스코모빌리티솔루션은 최근 포스코 내에서도 큰 주목받고 있다. 그린·모빌리티의 최전선에 있다고 평가받기 때문이다. 최정우 포스코 사장은 “그룹 사업구조를 그린·모빌리티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며 “저탄소·친환경으로 대변되는 메가트렌드 전환 국면에서 포스코그룹은 철강을 넘어 전기차 강재·부품, 2차전지 소재, 수소 등 친환경 사업의 선도 기업으로 발돋움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에 발맞춰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철강·에너지·식량 사업을 회사의 핵심 사업으로 선정하고 그린 모빌리티와 친환경 소재, 수소 사업, 스마트팜 등 미래 지속 가능한 사업 분야에서 그룹사 연계 사업 기회와 신규 유망 사업 모델을 육성·발굴하고 있다. 실제로 포스코인터내셔널은 2019년부터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의 종합평가에서 종합등급 A+등급을 받으며 환경, 사회, 지배구조 측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주시보 포스코인터내셔널 대표는 “포스코 그룹의 비즈니스 리더로서 글로벌 톱 종합 사업회사를 목표로 끊임없이 혁신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철강의 진화’…친환경차 핵심 부품으로
[인터뷰] 김학용 포스코모빌리티솔루션 사장

“그룹사 내 ESG 경영의 최전선에서 뛴다”

김학용 포스코모빌리티솔루션 사장은 “다양한 사업 분야에서 초정밀 스테인리스강의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 포스코모빌리티솔루션이 최근 포스코 그룹 내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구동모터코어, 스테인리스강, 후판 등 포스코인터내셔널의 철강 관련 3개 사업부가 2020년 분사해 포스코 SPS가 만들어졌다. 예전에는 그룹사 내에서 크게 주목받기보다는 철강을 가공하거나 소비하는 고객사라는 인식이 많았다. ESG 경영이 대두되고 모빌리티 관련 소재 부품 신사업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그룹 내에서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 올해 1월부터 포스코 SPS에서 포스코모빌리티솔루션으로 이름을 바꾸면서 포스코 ESG 경영의 최전선에서 뛰고 있다.”

- 포스코인터내셔널의 자회사인데, 특히 어떤 부분에서 도움을 받고 있나.

“국내에서는 포스코모빌리티솔루션이 직접 사업을 주도하지만, 해외에서는 포스코인터내셔널의 마케팅 역량과 사업망을 이용해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현지화 공급 기반 구축을 통한 글로벌 완성차업체 공급 채널 확보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전기차 성장의 핵심 지역인 중국, 북미, 유럽에 진출해 있다. 해외 구동모터코어 공장 설립에서 해외 네트워크가 잘 갖춰진 포스코인터내셔널이 주도적으로 사업을 펼치고 공장 건설 생산 및 품질관리는 우리가 맡게 된다. 멕시코 법인 설립에 투자했고, 중국 생산법인인 포스코아의 유상증자에 참여했다. 유럽 진출도 검토 중이다.”

- 공정에서 친환경 및 순환경제를 고려한 공정은 어떤 것이 있나.

“제품을 찍은 뒤 남은 자투리인 철스크랩은 탄소배출 감축을 위해 전량 포항이나 광양제철소로 환입해 생산공정에 투입해 재활용한다. 또 압연 열처리 시 쓰는 폐산을 기존에는 바로 중화시켰는데, 올해부터는 회수해 재활용할 계획이다. 압연 연마 시 발생하는 압연유 및 부산물도 회수해 올해 3~4월부터 자원화할 예정이다. 정밀압연 공정에서 수소재생장치에 충전하는 수소가스도 현재는 10%만 재활용하고 나머지는 폐가스로 나가는데, 재활용률을 30%로 높일 계획이다. 소재 이용률 향상과 생산 시간 단축을 위한 금형 내 최적설계 적용을 통해 에너지 사용 최소화에도 노력 중이다.”

- 다른 회사보다 경쟁 우위는 무엇인가.

“탄소제로와 수소경제가 이슈인데, 이는 사회 전반을 바꾸는 것이다. 지금은 전환의 시대다. 소재 회사인 포스코와 고객사의 중간에서 브리지 역할을 하면서 포스코 비즈니스의 선두주자로 뛰고 있다. 많은 부품사가 우리 기술을 눈여겨보고 있지만 단시간 내에 따라오기는 어렵다. 구동모터코어와 초극박 제품에서 타사가 따라올 수 없는 차별화된 기술을 갖고 있다.”

- 앞으로 목표는 무엇인가.

“구동모터코어는 생산량을 늘려가는 것이 목표다. 수소연료전지 분리판은 새로운 적용 분야를 계속 확장하려 한다. 앞으로 스테인리스강이 더 얇아지고 적정한 용도에 사용되면 톤당 가격이 1억원을 넘어설 수도 있다. 강판이 얇아지고 형태가 복잡해지면서 가격이 높아질 것이다. 계속 가능성을 모색할 계획이다.”

구현화 기자 ku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