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랜서 아나운서도 근로자"…민사 법원 최초 판결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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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랜서 아나운서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볼 수 있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행정법원이 아닌 민사법원에서 프리랜서 아나운서가 근로자라고 판단한 최초의 판결이다. 상급심에서 확정될 경우 아나운서, 작가 등 방송국 소속 프리랜서 직종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고등법원 제1민사부(주심 전지원)는 지난 16일 프리랜서 아나운서 A씨가 한국방송공사(KBS)를 상대로 청구한 근로에 관한 소송에서 이 같이 판단하고 1심을 취소했다.
A 씨는 2015년 10월 KBS 지방 방송국에 프리랜서 기상캐스터로 입사해 업무를 수행하던 중 2016년 9월 내부 테스트와 교육을 거쳐 아나운서 업무에 투입됐다. 2018년 6월 일손이 부족한 다른 지역 방송국으로 파견돼 두 곳을 번갈아가며 출근했고, 2018년 12월부터는 아예 파견된 지역 방송국과 다시 계약을 새로 체결하고 아나운서 업무를 수행해 왔다. 그러던 중 2019년 7월 아나운서 업무에서 배제됐다.
이에 A 씨는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했다"며 KBS를 상대로 근로자지위 확인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A 씨는 티브이 및 라디오뉴스 2개 이상을 맡아 매일 업무를 수행했으며, 근무 배정 회의에 매번 참석해 업무 분장을 협의하고 개국기념식 등에서 사회를 보고 봉사활동에 참여하기도 했다. 휴가를 갈 경우 대체인력이 편성돼야 해 다른 아나운서들과 일정을 공유했으며, 정규직 아나운서들이 휴가를 갈 경우 대신 업무를 수행하기도 했다. 사무실도 함께 사용했다.
A 씨는 정해진 출퇴근 시간은 없었지만 일일 생방송을 맡고 있어서 거의 매일 출퇴근한 것으로 알려졌다. 급여는 진행하는 프로그램 건 별로 수령한 것으로 밝혀졌다.
1심은 회사 측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1심 재판부는 "A 씨에겐 정해진 출퇴근 시간이 따로 없었고 시간에 맞춰 방송을 진행하기만 하면 나머지 시간은 자유롭게 방송국을 이탈해 시간을 보냈다"며 "그 외에 근태와 관련해 승인을 받지도 않았고, 일부 일정을 조율했지만, 업무 처리 편의를 위한 것이지 KBS 측의 일방적 지시로 보기는 어렵다"라고 판단했다. 그밖에 A 씨가 업체로부터 화장품 등을 협찬 받고 SNS 등을 통해 홍보를 한 점도 들어 "이런 홍보 활동은 KBS 직원에게는 징계 대상"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2심 법원은 1심을 취소하고 A 씨 측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A는 배정된 방송 편성표에 따라 상당한 지휘·감독을 통해 정규직 아나운서들과 동일 업무를 수행했다"며 "사내 행사 진행 등 직원이 아니라면 수행하지 않을 업무도 상당 부분 수행했고, KBS가 제작하는 프로그램 외의 별도 방송 출연을 하지 않은 점, 출퇴근 시간도 KBS가 편성한 스케줄에 따라 정해진 점, 정규직 아나운서들과 일정을 공유한 점 등을 고려하면 실질적으로 KBS에 전속돼 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지적했다.
기간제 근로자였지만 계약이 2년 이상 갱신됐으므로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됐다고도 봤다. 재판부는 "KBS는 기간 만료를 이유로 들고 있지만 이미 2년 넘게 계약을 갱신해 왔으므로 기간제법에 따라 무기계약직 근로자"라며 KBS 측의 계약 해지가 근로기준법 23조를 위반한 부당해고라고 판단했다.
A 씨를 대리한 류재율 법무법인 중심 변호사는 "프리랜서 아나운서의 근로자성은 계속 논란이 되고 있지만, 행정법원이 아닌 민사법원에서 근로자성을 인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프리랜서 아나운서의 계약 기간에 대해서도 기간제법을 적용해 정규직 근로자로 간주했다는 점도 의미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번 판결이 1심과 2심에서 엇갈린 가운데, 대법원의 판단 결과에 따라 프리랜서 아나운서나 작가들에 대한 근로자성과 관련된 논란이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해 12월 20일 고용노동부는 한국방송공사(KBS), 문화방송(MBC), 에스비에스(SBS) 등 국내 지상파 방송 3사가 프리랜서 계약을 맺은 작가들 두 명 중 한 명은 사실상 근로자로 볼 수 있다는 근로감독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당시 고용부는 조사 대상이었던 방송작가 363명 중 152명에 대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이 있다고 밝혔다. 방송사별로 보면 한국방송공사(KBS)는 조사 대상 작가 167명 중 70명, 문화방송(MBC)은 69명 중 33명, 에스비에스(SBS)는 127명 중 49명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된다고 판단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서울고등법원 제1민사부(주심 전지원)는 지난 16일 프리랜서 아나운서 A씨가 한국방송공사(KBS)를 상대로 청구한 근로에 관한 소송에서 이 같이 판단하고 1심을 취소했다.
A 씨는 2015년 10월 KBS 지방 방송국에 프리랜서 기상캐스터로 입사해 업무를 수행하던 중 2016년 9월 내부 테스트와 교육을 거쳐 아나운서 업무에 투입됐다. 2018년 6월 일손이 부족한 다른 지역 방송국으로 파견돼 두 곳을 번갈아가며 출근했고, 2018년 12월부터는 아예 파견된 지역 방송국과 다시 계약을 새로 체결하고 아나운서 업무를 수행해 왔다. 그러던 중 2019년 7월 아나운서 업무에서 배제됐다.
이에 A 씨는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했다"며 KBS를 상대로 근로자지위 확인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A 씨는 티브이 및 라디오뉴스 2개 이상을 맡아 매일 업무를 수행했으며, 근무 배정 회의에 매번 참석해 업무 분장을 협의하고 개국기념식 등에서 사회를 보고 봉사활동에 참여하기도 했다. 휴가를 갈 경우 대체인력이 편성돼야 해 다른 아나운서들과 일정을 공유했으며, 정규직 아나운서들이 휴가를 갈 경우 대신 업무를 수행하기도 했다. 사무실도 함께 사용했다.
A 씨는 정해진 출퇴근 시간은 없었지만 일일 생방송을 맡고 있어서 거의 매일 출퇴근한 것으로 알려졌다. 급여는 진행하는 프로그램 건 별로 수령한 것으로 밝혀졌다.
1심은 회사 측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1심 재판부는 "A 씨에겐 정해진 출퇴근 시간이 따로 없었고 시간에 맞춰 방송을 진행하기만 하면 나머지 시간은 자유롭게 방송국을 이탈해 시간을 보냈다"며 "그 외에 근태와 관련해 승인을 받지도 않았고, 일부 일정을 조율했지만, 업무 처리 편의를 위한 것이지 KBS 측의 일방적 지시로 보기는 어렵다"라고 판단했다. 그밖에 A 씨가 업체로부터 화장품 등을 협찬 받고 SNS 등을 통해 홍보를 한 점도 들어 "이런 홍보 활동은 KBS 직원에게는 징계 대상"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2심 법원은 1심을 취소하고 A 씨 측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A는 배정된 방송 편성표에 따라 상당한 지휘·감독을 통해 정규직 아나운서들과 동일 업무를 수행했다"며 "사내 행사 진행 등 직원이 아니라면 수행하지 않을 업무도 상당 부분 수행했고, KBS가 제작하는 프로그램 외의 별도 방송 출연을 하지 않은 점, 출퇴근 시간도 KBS가 편성한 스케줄에 따라 정해진 점, 정규직 아나운서들과 일정을 공유한 점 등을 고려하면 실질적으로 KBS에 전속돼 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지적했다.
기간제 근로자였지만 계약이 2년 이상 갱신됐으므로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됐다고도 봤다. 재판부는 "KBS는 기간 만료를 이유로 들고 있지만 이미 2년 넘게 계약을 갱신해 왔으므로 기간제법에 따라 무기계약직 근로자"라며 KBS 측의 계약 해지가 근로기준법 23조를 위반한 부당해고라고 판단했다.
A 씨를 대리한 류재율 법무법인 중심 변호사는 "프리랜서 아나운서의 근로자성은 계속 논란이 되고 있지만, 행정법원이 아닌 민사법원에서 근로자성을 인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프리랜서 아나운서의 계약 기간에 대해서도 기간제법을 적용해 정규직 근로자로 간주했다는 점도 의미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번 판결이 1심과 2심에서 엇갈린 가운데, 대법원의 판단 결과에 따라 프리랜서 아나운서나 작가들에 대한 근로자성과 관련된 논란이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해 12월 20일 고용노동부는 한국방송공사(KBS), 문화방송(MBC), 에스비에스(SBS) 등 국내 지상파 방송 3사가 프리랜서 계약을 맺은 작가들 두 명 중 한 명은 사실상 근로자로 볼 수 있다는 근로감독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당시 고용부는 조사 대상이었던 방송작가 363명 중 152명에 대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이 있다고 밝혔다. 방송사별로 보면 한국방송공사(KBS)는 조사 대상 작가 167명 중 70명, 문화방송(MBC)은 69명 중 33명, 에스비에스(SBS)는 127명 중 49명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된다고 판단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