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유가는 이란과 서방과의 핵 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타결 가능성이 커지면서 하락했다.

17일(미 동부시간) 뉴욕 상업거래소에서 3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장보다 1.90달러(2%) 하락한 배럴당 91.7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유가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지정학적 긴장에도 이란과 서방과의 핵 합의 타결 가능성이 커지면서 떨어졌다.

전날 알리 바게리카니 이란 외무부 차관은 "수주 간 강도 높은 협상을 진행한 끝에 현재 타결에 가장 근접한 상황"이라며 "중대한 결정을 내릴 시간"이라고 말했다.

미국 역시 협상이 최종 단계에 접어들었음을 시사했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기자들에게 "이제 정말로 핵 합의를 준수하도록 당사국들이 뜻을 모아 돌아갈 수 있을지 결정할 중요한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말했다.

핵 합의가 복원될 경우 이란에 대한 미국의 원유 수출 제재가 해제돼 원유 시장의 이란산 원유 공급이 늘어나게 된다.

RBC 캐피털 마켓츠는 보고서에서 "이란 핵 협상이 막바지 단계에 들어선 가운데, 합의가 이뤄질 경우 6개월 내에 이란의 수출이 50만 배럴 증가하고, 12개월 내에 100만 배럴이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안다의 크레이그 얼람 선임 시장 애널리스트는 원유시장이 매우 타이트한 상황이라 유가는 이란과 미국의 핵 협상이 없다면 이미 세자릿수에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의 전쟁 공포에 유가 하락세는 제한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서 정부군과 친러시아 반군이 교전을 벌였다는 소식 이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이 매우 큰 상황"이라고 경고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의 침공이 수일 내 가능하다고 언급했다.

코메르츠방크의 카스텐 프리치 원자재 애널리스트는 마켓워치에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불확실성과 러시아의 (원유) 공급 차질 가능성 등으로 브렌트유 선물에 프리미엄이 구축되고 있다며 근월물과 12개월 이후 만기 선물 계약 사이에 스프레드가 12달러 이상으로 확대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는 다시 말해 원유 운송 차질이 예상되면서 시장 참가자들이 단기물에 역대 최고 수준의 프리미엄을 지불할 용의가 있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현재 원유시장은 극심한 백워데이션 상황이다.

원유시장에서의 백워데이션은 근월물 가격이 원월물 가격보다 높은 것을 말하며 수요보다 공급이 부족할 때 나타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