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경영 돕는 i-ESG
김종웅 i-ESG 대표는 포스코인터내셔널 입사 후 해외 35개국의 대규모 인프라 프로젝트를 개발하고 투자하는 업무를 맡아왔다. 그는 최근까지 에너지 분야 사업과 천연가스, 이산화탄소 포집, 활용·저장 기술(CCUS), 수소 인프라 등 ESG와 연관성이 높은 사업을 검토·개발하며 자연스럽게 지속 가능성 이슈에 관심을 갖게 됐고, 창업 아이디어로 연결시켰다.
김 대표는 “업무를 하면서도 ESG 관련 요구 및 규제로 사업 방향을 수정하거나 아예 취소해야 하는 상황을 경험했다”며 “유럽 공급망 실사가 강화됨에 따라 유럽 고객사로부터 ESG 평가 요청을 받은 국내 중소기업이 이에 대응하지 못해 거래가 중단될 위기에 처한 사례도 현장에서 목격했다”고 말했다. 그는 “ESG가 기업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자리 잡아가는데도 여러 제약으로 이러한 변화와 요구에 잘 대응하지 못하는 기업이 많다”며 “ESG 경영이 갈수록 중요해지는 만큼 기업의 대응을 돕는 솔루션이 필요하다는 데 주목했다”고 말했다.
i-ESG는 제조업 기반 중소 수출 기업을 타깃으로 빠르게 확대되는 ESG 관련 요구와 규제 사항을 종합해 소프트웨어(SaaS) 형태로 제공한다. 국내외 많은 기준과 프레임워크, 동향, 규제 정책과 관련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이를 인공지능으로 분석해준다. 기존 수작업의 비효율을 해소하고 ESG에 대한 배경지식이나 경험이 없어도 쉽게 활용할 수 있는 최적화된 솔루션을 제공하는 형태다.
i-ESG의 시장조사 결과 중소 수출 기업은 ESG 대응 요구가 커지고 있는 걸 실감하지만, 관련 예산과 인력이 부족하다. 또한 ESG 이슈가 워낙 다양하고 광범위해 파악하기도 쉽지 않다. 그렇다고 큰돈을 들여 컨설팅을 받기도 어려웠다.
이들은 i-ESG의 서비스에 높은 점수를 줬다. 물론 리포트 자동화 등 수작업의 한계를 디지털로 해결한 유사한 경쟁 서비스는 있다. 하지만 대부분 ESG 관련 업무 중 일부분만 가능해 종합 서비스에는 못 미친다. i-ESG는 AI·블록체인 기술을 더해 ESG 진단부터 관리, 공시에 이르기까지 차별적 솔루션을 제공한다.
i-ESG는 시장조사를 바탕으로 기업들이 가장 필요하지만 어려워하는 ESG 진단과 글로벌 표준에 부합한 리포트 자동화, 공급망 진단 서비스를 우선 제공한다. 현재 포스코인터내셔널 협력사를 대상으로 베타 서비스를 진행 중이다. 김 대표는 “시장의 태동기인 만큼 기업 고객들이 더 나은 솔루션을 얻을 수 있도록 다양한 파트너십을 고민 중”이라며 “향후 ESG 연계 해외 마케팅 컨설팅, 탄소배출권 거래 플랫폼, 임팩트 투자 등에도 도전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환경 테마 사내벤처도 활발
현재 ESG를 테마로 한 사내벤처는 환경 관련 분야가 가장 많다. 삼성전자 사내벤처로 출발한 에바(EVAR)는 폐배터리를 회수해 만든 이동형 전기차 자동 충전 로봇을 개발했다. 에바를 활용하면 충전소를 찾지 않아도 어디서든 손쉽게 충전이 가능하다. 충전기 배터리로 폐배터리를 활용해 친환경적이며, 대용량 배터리를 적용해 완충 시 최대 2~3대의 전기차를 충전할 수 있다.
현대차·기아는 ‘벤처플라자’ 프로그램을 통해 2020년 사내벤처 마이셀을 분사했다. 마이셀은 버섯 균사로 차량 복합재와 시트 등 바이오 소재를 개발하는 업체다. 현대차·기아는 2018년부터 자동차 외 다양한 미래 유망 분야로 범위를 넓혀 사내벤처를 키워내고 있다. 마이셀은 천연가죽이나 합성피혁에 비해 환경오염이 적은 데다 경제성까지 갖춘 버섯 균사를 활용한 식물성 가죽(비건 레더) 사업의 선두주자다. 천연가죽과 비슷한 질감으로 품질도 우수하다.
지난해 포스코에서 분사한 카본엔 역시 사내벤처로 출발했다. 이 회사는 포스코제철소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고순도 액화탄산가스로 만드는 일을 한다. 액화탄산가스는 탄산음료나 드라이아이스, 용접용 가스 원료로 활용된다. 포벤처스 1기로 창업해 분사한 이옴텍도 친환경 기술을 기반으로 한다. 버려진 폐플라스틱과 제철소 부산물인 슬래그(slag)를 융합해 토목·건축용 복합 소재를 제조한다. 폐플라스틱의 재활용률이 높지 않아 연간 국내 건설자재 3억 톤 중 단 1%만 폐플라스틱으로 대체해도 폐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데 착안했다.
식음료·패션도 친환경 사내벤처
식음료와 패션업계도 친환경 사내벤처를 적극 육성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사내벤처 이노백(INNO100)을 통해 푸드 업사이클과 식물성 대체유 사업화를 확정했다. 푸드 업사이클링은 깨진 쌀, 콩비지 등 식품 부산물을 활용해 제품화함으로써 식품 폐기물을 줄이는 사업으로, 패키징도 쓰고 버린 페트병을 재활용한다. 식물성 대체유는 현미, 콩 등 식물성 재료로 만든 우유 대체식품이다. 두 제품 모두 친환경, 식물성 등 ESG 및 가치소비 트렌드에 따라 성장 가능성이 클 것으로 기대된다.
LF는 사내벤처 스페이드클럽서울을 통해 친환경 브랜드를 론칭했다. 스페이드클럽서울은 LF의 사내벤처 2호 사업으로, 자연을 가꾸고 휴식을 즐기는 그리너리 문화를 기반으로 하는 패션·라이프스타일 브랜드를 표방한다. 의류 라인의 경우 친환경 공정을 거친 오가닉 코튼을 70% 이상 사용하고 한지로 제작한 수용성 태그(tag), 재활용 비닐봉투, 접착테이프 없는 친환경 포장박스를 패키지에 적용한다. 이 외에도 친환경 소재로 액세서리, 가드닝, 리빙 패브릭 등을 제조하고 있다.
고영하 한국엔젤투자협회 회장은 “기술 발전 속도가 빨라지면서 기업들이 외부에서 아이디어를 수혈하는 M&A와 내부에서 자율을 통해 창의와 상상력을 펼치는 사내벤처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얻고 있다”며 “최근 ESG 테마 사내벤처가 늘어나는 이유 중 하나는 의미 있는 일을 한다는 기업 미션으로 이해관계자의 공감을 얻기 쉽고, 투자를 유치하기에도 유리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구현화 기자 ku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