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충전기(充電機) vs 충전기(充電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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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는 일부 명사 뒤에 붙어서 도구나 기구, 또는 기계 장비의 뜻을 더한다. ①비행기/세탁기/기중기/경운기/발동기를 비롯해 ②녹음기/면도기/주사기/각도기/세면기 등에 붙은 '-기'가 그런 예들이다.
탄소중립이 화두다. 이와 맞물려 최근 전기차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전기차 충전기 보급도 급속히 늘고 있다. 이를 전하는 언론 보도 역시 낯설지 않다. “서울시는 올해 환경부 등과 함께 모두 3만5000기의 전기차 충전기를 보급할 계획입니다. 이 중 2만2000기를 서울시에서 지원할 예정입니다.”
우리말 사용에 예민한 이들은 눈치챘겠지만, ①과 ②에 쓰인 ‘-기’는 형태는 같지만 내용물은 서로 다르다. 우선 어떤 도구나 장치를 나타내는 우리말 접사에는 ‘-기(機)’와 ‘-기(器)’ 두 가지가 있다. 사전적 풀이는 구별하는 데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용례를 통해 공통점과 차이점을 추출해 보자. ①에 쓰인 ‘-기’는 機, 즉 ‘기계’의 뜻을 나타내는 말이다. 비교적 규모가 큰 기계장비에 붙인다고 알아두면 된다. 이에 비해 器는 ‘기구’ ‘도구’ ‘그릇’의 뜻을 나타낸다. ②에 해당하는 말로, ‘-機’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은 물건에 쓰는 개념임을 알 수 있다.
전기차 충전기는 어디에 해당할까? 국어사전에는 ‘충전기(充電器: 충전에 쓰는 장치)’란 말이 올라 있다. 이것을 그대로 적용하면 될까? 하지만 이는 휴대용 배터리 등 소형기기를 충전할 때 쓰는 기구를 말한다. 휴대폰 충전기(器)를 생각하면 딱 맞는다. 전기차 충전기는 그보다 훨씬 커서 ‘그릇 기(器)’ 자를 쓰기에는 적절치 않다. 그보다는 ‘기계 기(機)’ 자를 쓴 ‘충전기(充電機)’가 좀 더 자연스러워 보인다.
이와 달리 자동차 주유구에 꽂아 기름을 집어넣는 도구, 즉 注油機에서 손잡이 부분은 ‘注油器’다. 한글로는 둘 다 ‘주유기’이지만 한자로는 그 의미와 기능에 따라 ‘-機’와 ‘-器’로 달라진다. 전기차 충전기도 같은 방식으로 구별하면 된다. 충전소에 있는 충전기는 ‘-機’를, 전기차 충전구에 꽂아 전기에너지를 공급하는 손잡이 부분은 ‘-器’로 구별해 쓰는 것도 한 방법이다.
충전기를 세는 단위도 언중 사이에 합의가 안 된 채 중구난방이다. “올해 초 전기차 충전기는 중국이 약 260만 개인 데 비해 미국은 약 13만 개에 불과하다.” “전국에 전기차 충전기가 10만 대를 넘었지만 여전히 충전기 부족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높다.” 충전기 세는 단위가 앞서 살핀 것처럼 ‘-기’를 비롯해 ‘-대’ ‘-개’ 등 혼재돼 쓰인다. 우리말에서 아직 자리를 잡지 못했다는 방증이고, 그런 점에서 ‘방황하는 말’이다.
‘대(臺)’는 자동차 10대, 세탁기 5대처럼 차나 기계 등을 세는 데 주로 쓰는 단위어다. ‘개(個)’는 낱낱의 물건을 나타낼 때 제격이다. 비교적 작고 구체적인 것(‘사탕 한 개’ 등)에서부터 크고 추상적인 것(‘20개 회원국’ 등)에 이르기까지 두루 쓰인다. 하지만 자동차나 비행기를 한 개, 두 개라고 하지 않듯이, 규모가 큰 데에 ‘-개’를 붙이면 어색한 측면이 있다. ‘-기(機)’를 쓸 수 있을까? 이 말은 비행기 같은 데 붙은 접사이긴 해도, 수량을 나타내는 단위어로는 쓰이지 않는다.
이밖에 원자로, 유도탄, 무덤 등을 세는 단위어로 ‘-기(基)’가 있다. ‘원전 10기/미사일 50기/무덤 두 기’ 같은 게 용례다. 이 역시 자동차 충전기를 세는 데는 적절치 않다.
작은 도구는 ‘그릇 器’, 큰 장치엔 ‘기계 機’ 써
이때 충전기의 ‘-기’는 우리말에서 쉽지 않은 용법이다. 그 정체를 짐작하기가 꽤 까다롭다는 점에서다. 충전기의 ‘-기’가 접미사임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일부 명사 뒤에 붙어서 도구나 기구, 또는 기계 장비의 뜻을 더한다. ①비행기/세탁기/기중기/경운기/발동기를 비롯해 ②녹음기/면도기/주사기/각도기/세면기 등에 붙은 ‘-기’가 그런 예들이다. 접미사 ‘-기’는 우리말에서 무수한 파생어를 만들어 부족한 명사를 풍성하게 해준다.우리말 사용에 예민한 이들은 눈치챘겠지만, ①과 ②에 쓰인 ‘-기’는 형태는 같지만 내용물은 서로 다르다. 우선 어떤 도구나 장치를 나타내는 우리말 접사에는 ‘-기(機)’와 ‘-기(器)’ 두 가지가 있다. 사전적 풀이는 구별하는 데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용례를 통해 공통점과 차이점을 추출해 보자. ①에 쓰인 ‘-기’는 機, 즉 ‘기계’의 뜻을 나타내는 말이다. 비교적 규모가 큰 기계장비에 붙인다고 알아두면 된다. 이에 비해 器는 ‘기구’ ‘도구’ ‘그릇’의 뜻을 나타낸다. ②에 해당하는 말로, ‘-機’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은 물건에 쓰는 개념임을 알 수 있다.
전기차 충전기는 어디에 해당할까? 국어사전에는 ‘충전기(充電器: 충전에 쓰는 장치)’란 말이 올라 있다. 이것을 그대로 적용하면 될까? 하지만 이는 휴대용 배터리 등 소형기기를 충전할 때 쓰는 기구를 말한다. 휴대폰 충전기(器)를 생각하면 딱 맞는다. 전기차 충전기는 그보다 훨씬 커서 ‘그릇 기(器)’ 자를 쓰기에는 적절치 않다. 그보다는 ‘기계 기(機)’ 자를 쓴 ‘충전기(充電機)’가 좀 더 자연스러워 보인다.
단위어도 아직 정립되지 않아 … 방황하는 말
자동차 ‘주유기’(注油機: 자동차 등에 기름을 넣는 기계)를 떠올리면 좀 쉽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주유기(注油機) 말고도 ‘주유기’(注油器: 기계의 마찰 부분에 기름을 치는 기구)를 따로 구별해 표제어로 올린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 주유기라고 하면 주유소에서 차에 기름을 넣는 커다란 기계장비를 가리킨다. 그게 ‘注油機’다.이와 달리 자동차 주유구에 꽂아 기름을 집어넣는 도구, 즉 注油機에서 손잡이 부분은 ‘注油器’다. 한글로는 둘 다 ‘주유기’이지만 한자로는 그 의미와 기능에 따라 ‘-機’와 ‘-器’로 달라진다. 전기차 충전기도 같은 방식으로 구별하면 된다. 충전소에 있는 충전기는 ‘-機’를, 전기차 충전구에 꽂아 전기에너지를 공급하는 손잡이 부분은 ‘-器’로 구별해 쓰는 것도 한 방법이다.
충전기를 세는 단위도 언중 사이에 합의가 안 된 채 중구난방이다. “올해 초 전기차 충전기는 중국이 약 260만 개인 데 비해 미국은 약 13만 개에 불과하다.” “전국에 전기차 충전기가 10만 대를 넘었지만 여전히 충전기 부족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높다.” 충전기 세는 단위가 앞서 살핀 것처럼 ‘-기’를 비롯해 ‘-대’ ‘-개’ 등 혼재돼 쓰인다. 우리말에서 아직 자리를 잡지 못했다는 방증이고, 그런 점에서 ‘방황하는 말’이다.
‘대(臺)’는 자동차 10대, 세탁기 5대처럼 차나 기계 등을 세는 데 주로 쓰는 단위어다. ‘개(個)’는 낱낱의 물건을 나타낼 때 제격이다. 비교적 작고 구체적인 것(‘사탕 한 개’ 등)에서부터 크고 추상적인 것(‘20개 회원국’ 등)에 이르기까지 두루 쓰인다. 하지만 자동차나 비행기를 한 개, 두 개라고 하지 않듯이, 규모가 큰 데에 ‘-개’를 붙이면 어색한 측면이 있다. ‘-기(機)’를 쓸 수 있을까? 이 말은 비행기 같은 데 붙은 접사이긴 해도, 수량을 나타내는 단위어로는 쓰이지 않는다.
이밖에 원자로, 유도탄, 무덤 등을 세는 단위어로 ‘-기(基)’가 있다. ‘원전 10기/미사일 50기/무덤 두 기’ 같은 게 용례다. 이 역시 자동차 충전기를 세는 데는 적절치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