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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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전지가 '핫'하긴 한가 봅니다. SK이노베이션의 2차전지 배터리 자회사인 SK온이 추진하는 최대 4조원규모의 상장 전 투자유치(프리IPO)에 글로벌 '큰손'들이 대거 뛰어들었다고 합니다. 외국계를 선호하는 SK그룹의 성향 때문이었다네요. 그리고 마케인사이트가 국내 투자은행(IB)업계 리더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지난해 최악의 거래'에 한앤컴퍼니의 남양유업 인수가 꼽혔다는 소식, 한글과컴퓨터의 2세 경영인이 기여도가 낮은 사업 정리에 나선 것 등 지난 2주 간의 딜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1. SK온 프리IPO에 외국계만 몰린 까닭은?

블랙록, 블랙스톤, 싱가포르투자청(GIC),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칼라일그룹. 모두 세계 자본시장을 쥐락펴락하는 굴지의 투자자들입니다. 또 하나의 공통점은 SK온의 상장 전 투자 유치(프리IPO)에서 경쟁하게 됐다는 겁니다. 김채연 기자의 단독 보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의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자회사인 SK온이 추진하는 프리IPO 예비입찰(LOI)에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과 사계 10대 국부펀드인 싱가포르투자청,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 PIF(Public Investment Fund) 등 10여곳이 모두 참여했다고 합니다. 투자금 규모는 3조~4조원 수준. 굵직한 투자자들이 모두 몰릴 만 하네요. 게다가 시장에서 평가하는 SK온의 기업가치가 25조~30조원이나 한다니, 지금이야 SK온의 기업공개(IPO)를 SK이노베이션이 "검토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이지만, 향후 IPO를 할 수도 있고 충분히 높은 밸류업과 투자금 회수(엑시트)를 기대할 만 합니다.

그런데 알고 보면 이번 투자에 외국계 투자자들만 이름을 올린 이유가 있습니다. SK온이 국내 투자자는 처음부터 배제한 건데요, 김채연 기자에 따르면 SK온의 사업 무대가 미국 등 주로 해외라는 점, 그렇기 때문에 외국계 투자자들의 네트워크를 최대한 활용하고 싶어한다는 점이 주요 이유라고 합니다. 물론 큰 규모의 펀드가 자금조달 면에서도 훨씬 용이하다는 게 가장 큰 이유겠지요. SK그룹은 앞서 지난해 11월 SK E&S의 2조 4000억원(약 20억달러) 규모의 상환전환우선주(RCPS) 매각 때도 글로벌 투자자들만 초대했는데요, 당시 KKR이 최종 인수 계약을 체결했죠. SK E&S가 글로벌 친환경 솔루션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선 KKR의 글로벌 네트워크와 볼트온 노하우 등이 필요했다고 판단한 겁니다.

사실 이번 SK온 프리IPO처럼 조(兆) 단위의 큰 투자일수록 글로벌 큰손을 선호하는 건 어쩌면 당연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렇지만 이젠 몸집이 많이 커지고 내공도 갖춘 국내 투자자 입장에선 충분히 섭섭할 수 있겠고요. 암튼, SK온이 이번에 총 얼마를 유치할 수 있을지, 기업가치는 얼마로 평가받을 수 있을지 좀 더 지켜봐야겠습니다.

2. 남양유업은 '못 먹을 떡'이었나
남양유업. /출처=한경DB
남양유업. /출처=한경DB
국내 투자은행(IB)업계 리더들이 꼽은 지난해 최악의 딜은 무엇이었을까요? 이태호 기자가 국민연금기금 운용역, 사모펀드(PEF) 운용사 대표, IB 대표, 법무법인과 회계법인 대표 등 자본시장 리더 5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11명이나 최악의 딜로 꼽은 건 한앤컴퍼니의 남양유업 인수였다고 합니다(관련기사 클릭). 그 이유로는 "매도인과 매수인 모두 명성에 중대한 흠집을 낸 거래", "매수인 측(한앤컴퍼니)이 매도자(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의 돌발행동(계약 파기)을 통제하지 못하는 등 관리가 아쉬웠다" 등이 꼽혔습니다.

사실 충분히 예측 가능(?)한 1위였는데요, 지금도 양측의 소송전이 진행 중인 데다, 남양유업 소송전으로 인해 한앤컴퍼니가 시간과 돈, 명성 모두 피해를 입은 건 부정할 수 없는 팩트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최근의 가처분 소송에선 한앤컴퍼니가 홍 회장에 모두 승소하며 승기를 잡고 있는 건 사실입니다만, 아직 양측의 계약이행에 관한 본안 소송은 진행중이라는 점, 대법원까지 갈 경우 2~3년이 걸릴 가능성이 높다는 걸 감안하면 그 시간과 묶인 돈은 어떻게 보상받을 수 있을까요? 그동안 한앤컴퍼니의 투자자들은 기다려줄 수 있을까요?

남양유업 외에도 크래프톤의 IPO, 삼척블루파워의 채권 발행, 카카오페이의 IPO 등도 최악의 거래에 이름을 올렸다고 합니다. 반면, 지난해 최고의 거래는 SK하이닉스의 인텔 낸드플래시 사업부 인수를 꼽는 사람이 가장 많았다고 합니다. 위의 링크에서 기사 일독을 권합니다.

3. '선택과 집중'을 선택한 한컴의 미래는?

김연수 한글과컴퓨터 대표. /제공=한글과컴퓨터
김연수 한글과컴퓨터 대표. /제공=한글과컴퓨터
한글과컴퓨터의 2세 경영인 김연수 대표가 사업부 정리에 나섰습니다. 회사 이익에 기여도가 낮은 사업은 과감하게 정리하고 클라우드, 소프트웨어 등 핵심 사업에만 집중하기 위해서입니다. 차준호 기자와 IT부 이시은 기자의 보도에 따르면, 한글과컴퓨터그룹 계열사이자 상장사인 한컴MDS가 매각을 위한 투자안내서(티저레터) 발송을 준비중이라고 합니다. 한컴MDS 지분 32.37%가 매각 대상인데요, 한컴MDS의 종속기업 13개 중 8개가 순손실을 내는 등 실적이 부진하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입니다.

인수합병(M&A)업계에선 '될놈될'(될 놈은 어떻게 해서든 된다)'이 정설로 통합니다. 그래서 '될 놈'에만 투자하려고 모여드는 것이고, 이 때문에 돈이 안 되거나 미래가 없다고 판단되는 사업 또는 회사는 과감하게 매각에 나서는 것이지요. 또 김 대표가 워낙 클라우드와 오피스 소프트웨어 분야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전문분야가 아닌 건 접고 자신하는 분야에서 승부를 보려고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합니다.

이밖에도 롯데제과가 롯데푸드와 빙과사업을 합병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공시하는 등 작게나마 전 분야에서 변화의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습니다. 비슷한 사업군을 인수해 전문성을 키우면서 규모까지 확장하는 볼트온 딜도 자주 눈에 띄입니다. 이젠 확실한 업계 1위를 차지하지 않으면 머지 않은 미래에 도태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전 분야에 걸쳐 확산되고 있는 건 분명해보입니다.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M&A 시장 리뷰는 2주 뒤에 돌아오겠습니다. M&A 관련 제보는 언제든 환영합니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