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들에게 판매되는 신규 펀드가 급감하고 있다. 상장지수펀드(ETF)에 밀려 시장에서 매력이 떨어진 데다 사모펀드 사태 이후 판매사 승인 문턱이 높아진 것이 원인이다. 운용업계에선 “지금과 같은 추세가 이어진다면 펀드시장이 되돌릴 수 없는 수준까지 추락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위기의 펀드 설 자리 잃나

투자 매력 떨어진 펀드…신규상품 수 반토막
18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최근 한 달간 새롭게 생긴 펀드(16일 기준)는 185개다. 금융투자협회에서 집계하는 ‘최근 1개월 신규 펀드 수’는 금융당국의 승인을 거쳐 새롭게 설정된 펀드 수를 의미한다.

2016년 1월 258개로 바닥을 찍었던 신규 펀드는 300~700개 사이를 오가다 2019년 4월 말 1016개로 정점을 찍었다. 이후 2020년 초 500개 선을 깨고 내려온 뒤 꾸준히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확산된 직접 투자 열풍과 ETF의 급성장 영향으로 펀드가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ETF에 비해 펀드에 투자하는 매력이 크지 않다고 느끼고 있기 때문에 ‘전문가에게 맡기는 안전한 투자’라는 주장이 먹히지 않고 있다”며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커진 상황에서 직접투자에서 간접투자로 흐름이 전환되지 않고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 시행 이후 판매사들이 승인을 기피하는 것도 펀드시장이 위축된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섣불리 새로운 펀드를 승인해 판매하다가 철퇴를 맞을 수도 있다는 우려에 은행 등 주요 펀드 판매 채널에서 판매를 거부하는 사례가 급증했다. 운용업계 고위 관계자는 “안 그래도 금소법 시행 후 승인 문턱이 높아진 상황에서 최근에는 펀드를 새롭게 만들어도 판매사와 금융당국이 인사 시즌이 겹쳐 업무를 파악해야 한다는 이유로 판매 승인을 미루는 사례가 심심치 않게 나타났다”며 “어렵게 승인이 나더라도 판매 창구에서 펀드 판매 절차가 까다로워지다 보니 일부 온라인 펀드를 제외하곤 판매하는 게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특단의 조치 필요”

펀드 자체 경쟁력이 예전에 비해 크게 떨어진 것도 문제다. 거래의 간편함과 분산 투자 효과 등이 가미된 ETF에 비해 펀드 투자의 매력이 크지 않다는 지적이다. 주식처럼 쉽고 빠르게 거래가 가능한 ETF와 달리 환매가 번거롭고 투자 종목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없다. 업계 관계자는 “내가 투자하고 있는 펀드의 포트폴리오를 알기 어렵고, 중단기 투자를 주로 하는 국내 투자자들의 특성상 바로 종목 교체가 가능한 ETF를 찾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업계 내부에서도 기존 펀드들이 다른 상품 대비 눈에 띄는 수익률을 내지 않는 한 투자자들의 발길을 돌리기 쉽지 않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국내 액티브 주식형 펀드 531개의 올해 평균 수익률은 -7.94%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 하락률이 7.83%였다. 변동성이 컸던 연초 장세에서 실력을 입증하지 못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펀드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었는데 증시 상황까지 어려워지다 보니 신상품 출시를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라며 “금융당국이 주도해 장기보유 세제 혜택 등 펀드시장을 살려내기 위한 특단의 조치 등을 마련해야 할 시기”라고 주장했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