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 1등급 94%가 이과생…문과생엔 입시도 취업도 '고생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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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통합형 수능 '이공계 침공'
이대로면 이공계 쏠림 더 심화
"문과 약세, 인문학 경시 부를라"
이대로면 이공계 쏠림 더 심화
"문과 약세, 인문학 경시 부를라"
문·이과 첫 통합으로 치러진 2022학년도 대학 입시 정시모집에서 이과 초강세가 나타난 1차적인 배경은 문·이과 학생 간 수학 실력의 격차다. 수학에서 높은 표준점수를 받은 이과생은 이를 무기로 내세워 ‘문과 침공’에 나선 것이다.
서울 중위권 대학을 바라보던 이과생이 교차지원을 활용해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 인문계열에 합격하거나 지방대학을 바라보던 학생이 ‘인서울’ 대학에 합격하는 사례가 올해 정시모집에서 다수 발생했다. “무엇보다 기업들의 이과 인재 선호가 지속되는 한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질 공산이 크다”는 게 입시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그러자 상대적으로 쉬운 ‘확률과 통계’ 과목을 선택한 문과생이 불리해졌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표준점수는 시험의 난도와 변별력이 높아질수록 올라가기 때문에 수학에 강한 이과생이 유리한 구조”라며 “이미 수차례 모의평가를 통해 예견된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문과생의 절반 이상이 ‘수포자(수학 포기자)’라는 것도 교육현장에선 공공연한 사실이다. 수포자 양산은 2000년대 초반 시작됐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 시행된 7차 교육과정의 수학교육 대원칙에 ‘학습 부담 경감’이 명시되면서 ‘문과는 어려운 수학을 꼭 할 필요가 없다’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서울 주요 대학까지 이에 맞춰 인문계열에 수학 점수를 아예 반영하지 않는 전형을 시행하자 수포자는 더 늘어났다. 이후 적성을 고려하기보다 단지 수학을 피하기 위해 문과를 선택하는 학생이 급증했다. 입시업계 관계자는 “문과생이 수년간 쉬운 수학에 길들여진 상황에서 갑자기 울타리를 치워버리고 이과생과 동일선상에서 경쟁시키니 대혼란이 발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과 강세는 ‘성별 간 학습 격차’로도 이어졌다. 문과 지원 비율이 높은 여학생들이 불리해진 것이다. 2021학년도 수능에서 수학 1등급은 남학생 61.1%, 여학생 38.9%였지만, 2022학년도 수능에선 남학생 75.3%, 여학생 24.7%로 나타났다. 수학 1등급의 14.2%포인트가 남학생으로 이동한 셈이다.
데이터사이언스, 인공지능(AI), 클라우드 등 떠오르고 있는 미래학문은 대부분 수학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정윤서 고려대 통계학과 교수는 “통계학과는 인문계열로 분류되지만 수학적 배경이 탄탄해야 하기 때문에 문과생만 선발했을 때는 따로 수학과목 수강을 추천하기도 했다”며 “이과 출신 학생이 늘어나는 건 긍정적인 변화”라고 말했다.
반면 일각에선 “문·이과 통합형 수능 자체가 기울어진 운동장이어서 과도한 ‘이과 쏠림’을 조장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양정호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문과생이 주로 선택하는 확률과 통계는 상대적으로 난도가 낮기 때문에 표준점수 최고점을 받을 수 없는 구조”라며 “통합형 수능이 공정하려면 문제 난이도나 학생의 수준이 동일하다는 가정이 있어야 하는데 이는 쉽지 않은 일”이라고 설명했다.
과도한 이과 쏠림이 인문학 경시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한균태 경희대 총장은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비대면 사회로 접어들수록 오히려 글쓰기 능력이 중요해지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며 “영상매체에 익숙하고 문해력이 부족한 MZ세대(밀레니얼+Z세대)가 입사하면서 많은 기업이 글쓰기 능력 향상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이끌어나가기 위해서는 인문학적 안목을 기르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최만수/최세영 기자 bebop@hankyung.com
서울 중위권 대학을 바라보던 이과생이 교차지원을 활용해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 인문계열에 합격하거나 지방대학을 바라보던 학생이 ‘인서울’ 대학에 합격하는 사례가 올해 정시모집에서 다수 발생했다. “무엇보다 기업들의 이과 인재 선호가 지속되는 한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질 공산이 크다”는 게 입시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현실화한 이과 강세
2021학년도 수능까지 수학은 이과생이 가형, 문과생은 나형을 주로 치렀다. 문·이과생이 각각 ‘자신들만의 리그’에서 우열을 가렸다. 하지만 올해부터 사상 처음으로 이 경계를 없애고 문·이과를 통합해 표준점수를 산출하는 것으로 입시제도가 바뀌었다.그러자 상대적으로 쉬운 ‘확률과 통계’ 과목을 선택한 문과생이 불리해졌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표준점수는 시험의 난도와 변별력이 높아질수록 올라가기 때문에 수학에 강한 이과생이 유리한 구조”라며 “이미 수차례 모의평가를 통해 예견된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문과생의 절반 이상이 ‘수포자(수학 포기자)’라는 것도 교육현장에선 공공연한 사실이다. 수포자 양산은 2000년대 초반 시작됐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 시행된 7차 교육과정의 수학교육 대원칙에 ‘학습 부담 경감’이 명시되면서 ‘문과는 어려운 수학을 꼭 할 필요가 없다’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서울 주요 대학까지 이에 맞춰 인문계열에 수학 점수를 아예 반영하지 않는 전형을 시행하자 수포자는 더 늘어났다. 이후 적성을 고려하기보다 단지 수학을 피하기 위해 문과를 선택하는 학생이 급증했다. 입시업계 관계자는 “문과생이 수년간 쉬운 수학에 길들여진 상황에서 갑자기 울타리를 치워버리고 이과생과 동일선상에서 경쟁시키니 대혼란이 발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과 강세는 ‘성별 간 학습 격차’로도 이어졌다. 문과 지원 비율이 높은 여학생들이 불리해진 것이다. 2021학년도 수능에서 수학 1등급은 남학생 61.1%, 여학생 38.9%였지만, 2022학년도 수능에선 남학생 75.3%, 여학생 24.7%로 나타났다. 수학 1등급의 14.2%포인트가 남학생으로 이동한 셈이다.
“문과생에 기울어진 운동장” 지적도
대학가에선 이과생의 문과 교차지원 급증에 대해 엇갈린 반응을 내놓고 있다. 수학 실력이 뒷받침돼야 하는 회계·경제·통계학과 등에선 긍정적인 목소리가 나온다.데이터사이언스, 인공지능(AI), 클라우드 등 떠오르고 있는 미래학문은 대부분 수학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정윤서 고려대 통계학과 교수는 “통계학과는 인문계열로 분류되지만 수학적 배경이 탄탄해야 하기 때문에 문과생만 선발했을 때는 따로 수학과목 수강을 추천하기도 했다”며 “이과 출신 학생이 늘어나는 건 긍정적인 변화”라고 말했다.
반면 일각에선 “문·이과 통합형 수능 자체가 기울어진 운동장이어서 과도한 ‘이과 쏠림’을 조장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양정호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문과생이 주로 선택하는 확률과 통계는 상대적으로 난도가 낮기 때문에 표준점수 최고점을 받을 수 없는 구조”라며 “통합형 수능이 공정하려면 문제 난이도나 학생의 수준이 동일하다는 가정이 있어야 하는데 이는 쉽지 않은 일”이라고 설명했다.
과도한 이과 쏠림이 인문학 경시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한균태 경희대 총장은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비대면 사회로 접어들수록 오히려 글쓰기 능력이 중요해지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며 “영상매체에 익숙하고 문해력이 부족한 MZ세대(밀레니얼+Z세대)가 입사하면서 많은 기업이 글쓰기 능력 향상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이끌어나가기 위해서는 인문학적 안목을 기르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최만수/최세영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