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사상 처음으로 세계 1위 액화천연가스(LNG) 수출국이 됐다. 유럽에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면서 미국 에너지 기업들이 LNG의 유럽 수출을 늘렸기 때문이다. 러시아에서만으로는 천연가스를 안정적으로 조달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유럽에서 미국으로 수입처를 다변화한 결과이기도 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미국이 카타르를 제치고 세계에서 가장 많은 LNG를 수출한 나라가 됐다고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에서 유럽으로 수출되는 LNG가 급증한 게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원자재 데이터업체 케이플러에 따르면 최근 유럽이 수입한 LNG 중 절반이 미국산이었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은 지난달에는 미국이 유럽에 공급한 LNG가 77억3000만㎥로 같은 기간 러시아의 공급량(75억㎥)을 넘어섰을 것으로 추정했다.

유럽의 천연가스 가격이 치솟으면서 미국 에너지 기업들은 LNG선의 항로를 유럽으로 변경하고 있다. 작년 12월 중순부터 지난달 10일까지 미국산 LNG를 싣고 아시아로 향하던 선박 11척이 목적지를 유럽으로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가격이 치솟은 유럽에 수출하는 편이 훨씬 이익이어서다. 러시아가 천연가스 공급량을 줄이면서 유럽 천연가스 시세는 지난해 12월 ㎿h당 180유로까지 뛰었다. 이후 다소 진정되긴 했지만 우크라이나에 전운이 감돌면서 17일 기준 유럽의 천연가스 선물 가격은 6% 오른 ㎿h당 74유로를 기록했다.

러시아에 휘둘리던 유럽은 차라리 미국에서 LNG를 수입하는 장기계약을 체결하는 편이 더 낫다고 판단하고 있다. 러시아 의존도를 줄이고 에너지 공급처를 늘리는 데 적극 나서게 된 이유다. 이에 따라 셰니에르에너지 카메론LNG 등 LNG를 취급하는 미국 기업들은 호재를 맞았다. 에너지 트레이더들의 수익도 급증했다고 WSJ는 전했다. 시장 일각에선 미국산 LNG 공급을 늘려도 유럽의 에너지난을 해소하기에는 부족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