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보통신(IT) 대기업 세일즈포스가 베이징 동계 올림픽·수퍼볼 기간 미국에서 방영한 광고를 두고 광고·IT업계가 갑론을박을 벌이는 모양새다. '우주 탐사 사업과 메타버스 사업을 할 시간에 지구 환경에나 신경써라'는 내용을 담고 있어서다. 사실상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전 CEO, 마크 저커버그 메타(옛 페이스북) CEO 등을 '광역 저격'했다는 평가다.

미국 LA타임스는 "세일즈포스가 수퍼볼 광고에서 저커버그 CEO 등 가상현실과 우주 탐사에 수십억 달러를 쏟아붓는 기업 거물들에게 간접적인 비난을 쏟아냈다"고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세일즈포스가 이달 초 공개해 수퍼볼 당일 방송한 광고에 대한 평가다.

이 광고는 우주를 주제로 한 영화 '인터스텔라' 주연을 맡았던 영화배우 매튜 맥커너히가 은하계를 바라보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우주탐사복을 입은 채 등장한 맥커너히는 "우주는 인류 성취의 경계이자 새로운 개척지"라고 읊은 뒤 딱히 그렇지도 않다는 듯한 소리를 내며 머리를 갸우뚱한다.

장면은 맥커너히가 열기구를 타고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는 내용으로 바뀐다. 그리고 맥커너히의 나레이션이 깔린다. "탈출할 때가 아니라 관심을 더 가져야 할 때입니다. 나무를 심고 신뢰를 쌓아야 할 때입니다."
가상현실(VR) 헤드셋을 끼고 돌아다니는 사람들도 나온다. 맥커너히가 "남들이 메타버스와 화성을 바라보지만, 우리는 여기 남아서 우리의 세상을 회복합시다"라고 말하는 장면이다.

광고는 맥커니히가 "새로운 개척지는 로켓 공학처럼 어려운 얘기가 아니라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며 지구를 보여주는 것으로 끝난다. '지구 팀'이라는 자막과 함께다.
세일즈포스는 이달 초 보도자료를 통해서도 비슷한 메시지를 공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신들에 따르면 세일즈포스는 "요즘 몇몇은 메타버스와 화성에 빠져 공상을 꿈꾸는 것 같다"며 "세일즈포스의 사업은 훨씬 견실하고, 지구를 떠나지 않아도 성공을 이룰 수 있다고 본다"는 내용을 보도자료에 포함했다.

이는 최근 우주 탐사나 메타버스에 치중하는 기업이 투자자 등의 관심을 끌고 있는 세태를 비꼰 것이라는 것이 외신들의 평가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스페이스X를 설립해 우주 탐사 사업을 벌이고 있다. 제프 베이조스 전 아마존 CEO는 우주 탐사 기업 블루오리진을 이끈다. 블루오리진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그간 매각한 아마존 주식 보유분만해도 10조원어치가 넘는다. 버진 그룹 창업자 리처드 브랜슨 회장도 우주탐사 기업 버진 갤럭틱을 이끌고 있다.

세일즈포스의 광고를 공동제작한 맥커니히도 최근 폭스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우주 사업을 비판했다고 일부 인정했다. 맥커니히는 세일즈포스의 브랜드 자문을 맡고 있다.
그는 "우주 탐사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하지만 지금이 인류의 고향인 지구를 포기할 때도 아니고, 지속가능성을 고민해야하는 시기라는 얘기를 하고 싶었다"고 했다. 메타 등의 메타버스 사업에 대해선 사람들이 현실 도피를 하는 수단이 될까봐 우려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세일즈포스의 이번 광고 내용이 적절했는지를 두고는 평가가 엇갈린다. 일부에선 "충분히 필요한 지적"이라는 반면 "굳이 동종업계 경쟁자도 아닌 기업들에게 광고를 통해 비판을 할 이유가 있는가"라는 얘기도 나온다.

광고 효율성 측면에 대해서도 그렇다. 외신들에 따르면 광고 방영 직후 구글에선 테슬라와 일론 머스크 키워드 검색량이 평소보다 늘었다. 세일즈포스의 광고가 머스크 CEO의 우주 사업을 공짜로 홍보해줬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미국 현지 언론들에 따르면 올해 수퍼볼 광고 단가는 1초당 13만5333달러(약 1억6200만원)이었다. 세일즈포스가 1분 분량 광고를 낸 것을 고려하면 한 차례 광고 송출 대가에만 약 97억원을 쓴 셈이다. 유명 영화배우 매튜 맥커너히의 출연료, 우주와 빌딩, 숲, 사막 등의 모습을 구현하는 데에 쓴 각종 컴퓨터그래픽(CG) 비용까지 고려하면 광고에 들어간 비용은 훨씬 높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