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두 행복 찾는 어린 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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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CMO Insight
광고에서 채굴한 행복 메시지
김병희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한국광고학회 제24대 회장)
광고에서 채굴한 행복 메시지
김병희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한국광고학회 제24대 회장)
어린 왕자. 누구나 한 번쯤은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1943)를 읽어봤으리라. 아직 안 읽어봤다면 지금 읽으면 된다.
프랑스의 비행기 조종사이자 소설가인 생텍쥐페리가 쓴 이 동화는 초판이 출판된 후, 450여 가지 번역판이 나왔고 지금까지 2억 권 넘게 팔린 세계적인 스테디셀러다.
비행기 사고 때문에 사막에 고립된 조종사가 비행기를 고치며 어린 왕자와 나누는 대화가 동화의 전반적인 얼개다. 어린 왕자는 한 송이 꽃이 피어있는 B612라는 작은 별에 산다.
어린 왕자는 그 꽃을 사랑했지만 그 꽃은 끊임없이 뭔가를 요구하는 까다로운 성격이라, 어린 왕자는 참 행복을 찾기 위해 다른 행성에 갔다가 조종사를 만난 것. 모든 내용이 동화적인 설정이다.
2021년 4월, 프랑스의 휴양도시 니스(Nice)시에서는 『어린 왕자』의 초판 출간 75주년을 맞이해, 작가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Antoine de Saint-Exupéry)를 추억하기 위해 니스 해변의 산책로에 옥외광고 기념물을 설치했다.
니스가 어떤 도시인가. 프랑스에서 손꼽히는 휴양도시인 니스는 모나코 공국과 이탈리아에서 가까운 지중해를 끼고 있어 마티스나 샤갈 같은 예술가들이 사랑했던 도시다.
코트 다쥐르(Cote d’Azur) 지역에 포함되는 니스는 모나코 공국과 칸까지 이어지며, 지중해의 코발트빛 해안에는 호화로운 호텔과 별장이 끝없이 펼쳐있다.
생텍쥐페리는 1931년에 아내 콘수엘로와 니스시청에서 결혼했고 결혼한 다음에도 몇 년 동안 니스에서 살았다. 니스시청 결혼식장의 명칭도 ‘생텍쥐페리 콘수엘로’로 최근에 이름을 바꿨다.
생텍쥐페리는 어린 왕자의 질문을 통해 진정한 행복이란 무엇인지 환기했다. 옥외광고 기념물에는 『어린 왕자』에서 작가가 직접 그린 어린 왕자 삽화를 비롯해 여러 소품들이 그대로 등장했다.
옥외광고물에 있는 “I Love NICE”라는 문구는 미국 뉴욕시의 슬로건 “I Love NY”을 떠올리게 하지만, 니스를 사랑했던 생텍쥐페리의 마음을 그대로 담았다. 여기에 75라는 숫자까지 더했으니, 『어린 왕자』의 출간 75주년을 기념하기에 손색이 없었다. 베네수엘라에서 집행된 엘 리브레로 광고 ‘보아뱀 그림’ 편(2014)에서는 『어린 왕자』에 나오는 삽화를 활용해 잡지의 특성을 전달했다. 엘 리브레로(El Librero)는 베네수엘라에서 발행되는 잡지다.
광고를 얼핏 보면 코끼리 그림인데, 자세히 보면 코끼리를 통째로 삼켜버린 보아뱀 그림이다. 그림 옆에는 카피 한 줄을 조그맣게 넣었다.
“행간을 읽으세요(Read between the lines).” 동화의 앞부분에 나오는 세 번째 삽화인 코끼리를 삼키는 보아뱀 그림을 그대로 활용했다.
보아뱀 그림의 위아래 쪽으로 모자 같은 그림이 각각 5개씩 배치돼 있다. 사실은 모자가 아닌 뱃속에서 코끼리를 소화시키고 있는 보아뱀 그림이다.
이 그림은 작가가 『어린 왕자』에 소개한 그림 제1호였다. 광고의 마지막에는 안경이 놓인 엘 리브레로의 로고 밑에 슬로건을 조그맣게 배치했다.
“계속 읽으세요(Keep on reading).” 광고에서는 잡지에서 겉으로 드러난 이야기만 읽지 말고 그 안에 숨겨진 진실을 깊이 살펴보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엘 리브레로 잡지는 다른 매체와 달리 진실만 전하는 뉴스 매체라는 사실을 강조하기 위해 광고를 이렇게 만들었을 터.
작가가 어린 시절에 보아뱀 그림을 어른들에게 보여주며 무섭지 않느냐고 묻자, 어른들은 모자가 뭐가 무섭냐고 하면서 쓸데없는 그림 따위는 집어치우고 공부나 하라고 충고했다는 내용이 동화에 나온다. 동화에서 어린 왕자는 소행성 B612를 떠나 다른 별 7곳에 가본다. 첫 번째 도착한 별에는 모든 사람을 복종시키려는 왕이, 두 번째 별에는 자신을 칭찬해주기만 바라는 허풍쟁이가, 세 번째 별에는 부끄러움을 잊으려고 술만 마시는 술꾼이, 네 번째 별에는 계속 계산기만 두드리는 상인이 살고 있었다.
아주 작은 다섯 번째 별에는 쉴 시간이 없다며 가로등을 켰다 끄기만 반복하는 사람이, 여섯 번째 별에는 한 번도 탐험해 보지 않았다는 지리학자가, 마지막으로 도착한 지구에는 왕, 허풍쟁이, 술꾼, 상인, 지리학자 등 많은 사람들이 악을 쓰며 엄청나게 살고 있었다.
동화에서 지구를 이렇게 부정적으로 묘사했다. 지구인들이 열심히 경쟁하며 살고 있지만 결코 행복하지 않다는 점을 은연중에 암시하는 동화적 설정이다.
돈을 왜 버는지도 생각해보지 않고 그냥 돈 자체를 쌓아두기 위해 돈을 벌거나, 왜 일터에 나가야 하는지도 모르고 그냥 출근해서 하루하루를 버티기도 한다. 항상 고생하는데도 남는 것 없이 공허하고 피곤하며, 결코 행복하지 않다고 느낄 때도 많다.
이런 현상에 대해 가톨릭 인천교구의 이병근 신부는 사랑이 빠지면 아무리 고생해도 행복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그는 사랑을 위한 십자가를 지지 않으려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불행하다고 설명하며, 행복을 ‘사랑해서 십자가를 지는 것’으로 해석했다.
사람에 따라 『어린 왕자』를 다양한 각도에서 읽을 수 있겠지만, 이 책의 참 주제는 ‘더 나은 자아(自我)’를 위해 진정한 행복을 찾자는 데 있다. 동화에 나오는 다음과 같은 명언을 따라가며 무엇이 진정한 행복인지 생각해보자.
“만일 네가 오후 4시에 온다면 나는 3시부터 행복해질 거야.”
“양 한 마리만 그려 줘요.”
“정말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아.”
“사랑한다는 말은 아껴야 해.”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사람이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이란다.”
“별들이 아름다운 건 보이지 않는 한 송이 꽃 때문이야.”
“사막이 아름다운 건 어딘가에 우물을 감추고 있기 때문이야.”
“네 장미꽃을 그렇게 소중하게 만든 것은 그 꽃을 위해 네가 소비한 시간이란다.”
“누구나 처음에는 어린이였지만 그걸 기억하는 어른은 없어.”
비행기 조종사는 어린 왕자가 그려달라고 계속 졸라대던 양 그림을 마침내 그려준다. 사막에서 빠져나가기 어려운 상황에서 조종사는 처음에 어린 왕자를 귀찮아 했다.
그렇지만 사막의 유일한 친구이던 어린 왕자에게 그림을 그려준 고생이 결국 행복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사랑이 있다면 고생 자체도 행복이다. 갖은 고생을 해가며 자식을 위해 희생하는 부모의 사랑이 대표적이다.
『어린 왕자』의 마지막 페이지의 구절처럼, 별들이 아름다운 것은 보이지 않는 꽃 한 송이가 피어있기 때문이다. 사막이 아름다운 건 어딘가에 우물을 감추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자아(꽃 혹은 우물)의 소중함을 발견하고 가꾸는 것이 행복일 수 있다. 이토록 번잡한 지구별에서 모두들 행복 찾아 떠나는 어린 왕자가 되어 보자.
프랑스의 비행기 조종사이자 소설가인 생텍쥐페리가 쓴 이 동화는 초판이 출판된 후, 450여 가지 번역판이 나왔고 지금까지 2억 권 넘게 팔린 세계적인 스테디셀러다.
비행기 사고 때문에 사막에 고립된 조종사가 비행기를 고치며 어린 왕자와 나누는 대화가 동화의 전반적인 얼개다. 어린 왕자는 한 송이 꽃이 피어있는 B612라는 작은 별에 산다.
어린 왕자는 그 꽃을 사랑했지만 그 꽃은 끊임없이 뭔가를 요구하는 까다로운 성격이라, 어린 왕자는 참 행복을 찾기 위해 다른 행성에 갔다가 조종사를 만난 것. 모든 내용이 동화적인 설정이다.
2021년 4월, 프랑스의 휴양도시 니스(Nice)시에서는 『어린 왕자』의 초판 출간 75주년을 맞이해, 작가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Antoine de Saint-Exupéry)를 추억하기 위해 니스 해변의 산책로에 옥외광고 기념물을 설치했다.
니스가 어떤 도시인가. 프랑스에서 손꼽히는 휴양도시인 니스는 모나코 공국과 이탈리아에서 가까운 지중해를 끼고 있어 마티스나 샤갈 같은 예술가들이 사랑했던 도시다.
코트 다쥐르(Cote d’Azur) 지역에 포함되는 니스는 모나코 공국과 칸까지 이어지며, 지중해의 코발트빛 해안에는 호화로운 호텔과 별장이 끝없이 펼쳐있다.
생텍쥐페리는 1931년에 아내 콘수엘로와 니스시청에서 결혼했고 결혼한 다음에도 몇 년 동안 니스에서 살았다. 니스시청 결혼식장의 명칭도 ‘생텍쥐페리 콘수엘로’로 최근에 이름을 바꿨다.
생텍쥐페리는 어린 왕자의 질문을 통해 진정한 행복이란 무엇인지 환기했다. 옥외광고 기념물에는 『어린 왕자』에서 작가가 직접 그린 어린 왕자 삽화를 비롯해 여러 소품들이 그대로 등장했다.
옥외광고물에 있는 “I Love NICE”라는 문구는 미국 뉴욕시의 슬로건 “I Love NY”을 떠올리게 하지만, 니스를 사랑했던 생텍쥐페리의 마음을 그대로 담았다. 여기에 75라는 숫자까지 더했으니, 『어린 왕자』의 출간 75주년을 기념하기에 손색이 없었다. 베네수엘라에서 집행된 엘 리브레로 광고 ‘보아뱀 그림’ 편(2014)에서는 『어린 왕자』에 나오는 삽화를 활용해 잡지의 특성을 전달했다. 엘 리브레로(El Librero)는 베네수엘라에서 발행되는 잡지다.
광고를 얼핏 보면 코끼리 그림인데, 자세히 보면 코끼리를 통째로 삼켜버린 보아뱀 그림이다. 그림 옆에는 카피 한 줄을 조그맣게 넣었다.
“행간을 읽으세요(Read between the lines).” 동화의 앞부분에 나오는 세 번째 삽화인 코끼리를 삼키는 보아뱀 그림을 그대로 활용했다.
보아뱀 그림의 위아래 쪽으로 모자 같은 그림이 각각 5개씩 배치돼 있다. 사실은 모자가 아닌 뱃속에서 코끼리를 소화시키고 있는 보아뱀 그림이다.
이 그림은 작가가 『어린 왕자』에 소개한 그림 제1호였다. 광고의 마지막에는 안경이 놓인 엘 리브레로의 로고 밑에 슬로건을 조그맣게 배치했다.
“계속 읽으세요(Keep on reading).” 광고에서는 잡지에서 겉으로 드러난 이야기만 읽지 말고 그 안에 숨겨진 진실을 깊이 살펴보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엘 리브레로 잡지는 다른 매체와 달리 진실만 전하는 뉴스 매체라는 사실을 강조하기 위해 광고를 이렇게 만들었을 터.
작가가 어린 시절에 보아뱀 그림을 어른들에게 보여주며 무섭지 않느냐고 묻자, 어른들은 모자가 뭐가 무섭냐고 하면서 쓸데없는 그림 따위는 집어치우고 공부나 하라고 충고했다는 내용이 동화에 나온다. 동화에서 어린 왕자는 소행성 B612를 떠나 다른 별 7곳에 가본다. 첫 번째 도착한 별에는 모든 사람을 복종시키려는 왕이, 두 번째 별에는 자신을 칭찬해주기만 바라는 허풍쟁이가, 세 번째 별에는 부끄러움을 잊으려고 술만 마시는 술꾼이, 네 번째 별에는 계속 계산기만 두드리는 상인이 살고 있었다.
아주 작은 다섯 번째 별에는 쉴 시간이 없다며 가로등을 켰다 끄기만 반복하는 사람이, 여섯 번째 별에는 한 번도 탐험해 보지 않았다는 지리학자가, 마지막으로 도착한 지구에는 왕, 허풍쟁이, 술꾼, 상인, 지리학자 등 많은 사람들이 악을 쓰며 엄청나게 살고 있었다.
동화에서 지구를 이렇게 부정적으로 묘사했다. 지구인들이 열심히 경쟁하며 살고 있지만 결코 행복하지 않다는 점을 은연중에 암시하는 동화적 설정이다.
돈을 왜 버는지도 생각해보지 않고 그냥 돈 자체를 쌓아두기 위해 돈을 벌거나, 왜 일터에 나가야 하는지도 모르고 그냥 출근해서 하루하루를 버티기도 한다. 항상 고생하는데도 남는 것 없이 공허하고 피곤하며, 결코 행복하지 않다고 느낄 때도 많다.
이런 현상에 대해 가톨릭 인천교구의 이병근 신부는 사랑이 빠지면 아무리 고생해도 행복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그는 사랑을 위한 십자가를 지지 않으려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불행하다고 설명하며, 행복을 ‘사랑해서 십자가를 지는 것’으로 해석했다.
사람에 따라 『어린 왕자』를 다양한 각도에서 읽을 수 있겠지만, 이 책의 참 주제는 ‘더 나은 자아(自我)’를 위해 진정한 행복을 찾자는 데 있다. 동화에 나오는 다음과 같은 명언을 따라가며 무엇이 진정한 행복인지 생각해보자.
“만일 네가 오후 4시에 온다면 나는 3시부터 행복해질 거야.”
“양 한 마리만 그려 줘요.”
“정말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아.”
“사랑한다는 말은 아껴야 해.”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사람이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이란다.”
“별들이 아름다운 건 보이지 않는 한 송이 꽃 때문이야.”
“사막이 아름다운 건 어딘가에 우물을 감추고 있기 때문이야.”
“네 장미꽃을 그렇게 소중하게 만든 것은 그 꽃을 위해 네가 소비한 시간이란다.”
“누구나 처음에는 어린이였지만 그걸 기억하는 어른은 없어.”
비행기 조종사는 어린 왕자가 그려달라고 계속 졸라대던 양 그림을 마침내 그려준다. 사막에서 빠져나가기 어려운 상황에서 조종사는 처음에 어린 왕자를 귀찮아 했다.
그렇지만 사막의 유일한 친구이던 어린 왕자에게 그림을 그려준 고생이 결국 행복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사랑이 있다면 고생 자체도 행복이다. 갖은 고생을 해가며 자식을 위해 희생하는 부모의 사랑이 대표적이다.
『어린 왕자』의 마지막 페이지의 구절처럼, 별들이 아름다운 것은 보이지 않는 꽃 한 송이가 피어있기 때문이다. 사막이 아름다운 건 어딘가에 우물을 감추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자아(꽃 혹은 우물)의 소중함을 발견하고 가꾸는 것이 행복일 수 있다. 이토록 번잡한 지구별에서 모두들 행복 찾아 떠나는 어린 왕자가 되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