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카페의 영업시간 제한이 오후 9시에서 10시로 한 시간 연장된 지난 19일 밤. 서울 홍대입구역 인근 거리가 한적한 모습이다.   장강호 기자
식당·카페의 영업시간 제한이 오후 9시에서 10시로 한 시간 연장된 지난 19일 밤. 서울 홍대입구역 인근 거리가 한적한 모습이다. 장강호 기자
지난 19일 오후 8시 서울 서교동 홍대예술의거리.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가 시행된 작년 11월만 하더라도 수십여 명이 몰렸던 이곳은 인적을 찾기 힘들 정도로 한산했다.

1층 옷가게를 둘러보는 손님은 두세 명에 불과했고, 건너편 카페는 손님 하나 없이 직원만 홀로 지키고 있었다. 이날부터 식당과 카페의 영업시간 제한이 오후 9시에서 10시로 한 시간 연장됐지만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분위기였다. 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 인근에서 노래방을 운영하는 A씨는 “하루 종일 손님이 한 팀밖에 오지 않아 매출이 3만원에 불과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24석 식당엔 손님 한 명뿐

"1시간 영업 연장해봤자 손님 없긴 마찬가지죠"
요즘 서울 주요 상권에서 영업하는 자영업자들은 오미크론발(發) 극한 한파를 가까스로 견뎌내고 있다. 지난해 11월 위드 코로나 시행으로 숨통이 트인 것도 한두 달에 머물렀을 뿐이다. 오미크론 변이 확산 후 연일 10만 명이 넘는 신규 확진자가 나오면서 유동인구가 크게 줄었다.

퇴근한 직장인이 많이 찾는 광화문 등 업무지구 상권은 다른 지역보다 더 큰 타격을 받았다. “재택근무는 늘고, 저녁 회식 자리는 줄면서 손님 발길이 끊겼다”는 게 주변 식당 주인들의 얘기다.

지난 18일 오후 7시, 북촌에서 20석 규모 식당을 운영하는 박모씨(53)는 “오미크론 창궐 전엔 퇴근시간대에 손님으로 가득 차는 게 일반적이었는데, 올 들어서는 작년에 비해 손님이 절반 이하로 줄었다”고 말했다. 그는 “오미크론 확산 후 하루 종일 10팀도 오지 않는 날이 많다”고 하소연했다. 인근에서 15년째 만둣집을 운영 중인 나모씨(55)는 “작년에도 장사가 안됐지만 오미크론 확산으로 지금은 작년 말보다 매출이 30%가량 더 줄었다”고 설명했다.

“영업시간 연장 효과 없어”

자영업자들은 19일부터 영업시간이 10시로 연장된 것도 “별 효과가 없다”는 반응이었다. 15년째 신촌에서 낙지요리집을 운영 중인 김모씨(63)는 “영업제한 시간이 9시든 10시든 아무런 차이가 없다”며 “19일엔 손님이 10팀이 채 오지 않았고, 20일은 오후 2시까지 손님 6명이 전부”라고 말했다. 그는 “밥 100그릇을 파는 것보다 술 먹는 손님 몇 팀을 받는 게 매출에 더 좋기 때문에 영업제한 시간을 완전히 풀어야만 자영업자들이 살아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오미크론 변이가 확산된 후 서울 지역 번화가의 유동인구는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서울시 열린데이터광장에 따르면 지난 11일 2호선 강남역의 하루 승하차 인원은 16만7000명으로, 작년 11월 첫째주 금요일인 5일(17만6000명)보다 5.1% 줄었다. 5호선 광화문역 승하차 인원은 같은 기간 6만3000명에서 5만5000명으로 12.7% 감소했다.

‘택시 대란’도 사라져

위드 코로나 직후 벌어진 유동인구 급증에 9시 영업제한 규제가 맞물려 벌어졌던 ‘택시 대란’도 자취를 감추는 모습이다. 23년째 택시기사를 하고 있는 B씨는 “지난달부터 손님이 작년 12월에 비해 30% 줄었고, 오후 10시가 넘어가면 한 시간 동안 손님 한 명 못 태울 때도 많다”고 했다. “영업시간이 밤 9시까지였을 때는 9시부터 30분 정도 ‘콜’이 폭발적으로 몰렸는데, 영업시간 연장으로 앞으로는 10시~10시30분이 피크타임이 되지 않을까 한다”는 게 그의 얘기다.

이에 따라 소상공인단체들은 영업시간 제한 철폐를 요구하고 나섰다. 한국외식중앙회 등 14개 소상공인 단체로 구성된 코로나피해자영업총연대(코자총)는 18일 “지금 즉시 영업시간 제한 조치를 철폐해 자영업자가 이전의 생활로 돌아갈 수 있도록 지원해달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코로나19 확산 이후 자영업자 26명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며 “자영업자의 처우가 개선되지 않으면 21일부터 24시간 영업에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최예린/장강호/이광식 기자 rambut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