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은정의 심리처방] '꼰대'를 벗어나는 방법
정신과 상담을 하다 보면 부모가 말 안 듣는 자녀들을 데리고 오는 일을 종종 겪는다. 최근에는 상담이 필요하다며 자녀들이 부모를 모시고 오기도 한다. 성인 자녀와 부모가 함께 사는 가정이 늘어난 만큼 성인 대 성인으로 함께 사는 법을 새롭게 배워야 한다.

부모 세대는 20·30대 성인 자녀를 이기주의와 개인주의의 틀에 가둬서 바라본다. 부모 세대는 70~80명 되는 학급에서 내 것을 양보하는 게 미덕이라고 배우며 자랐지만, 요즘 아이들은 20명 정도 되는 학급에서 원하는 걸 쓰고, 먹고 싶은 걸 먹고, 하고 싶은 걸 하며 자랐기에 자기주장이 강할 수밖에 없다. ‘나 때’만 강조하는 부모도 많지만, 반대로 자기 틀만 고집하고 부모를 탓하는 자녀도 드물지 않다.

[유은정의 심리처방] '꼰대'를 벗어나는 방법
MZ세대도 누구나 꼰대가 될 수 있다. 자기 틀에 갇혀 그 안에서만 답을 찾으려는 경향을 ‘기능성 고착화’라고 한다. 우리의 인지는 기존의 틀 안에서 사고하도록 습관화돼 있다. 이것이 강화되면 ‘나는 옳고 너는 틀리다’의 늪에 빠진다. 자녀 세대는 부모는 안 바뀐다고 융통성이 없다고 말하고, 부모 세대는 자녀가 매사를 대강대강 한다며 못마땅해한다. 지나치게 원칙만을 고집하면 ‘융통성 없는 원칙주의자’가 되기 쉽고, 반대로 너무 융통성을 부리면 ‘줏대 없는 적당주의자’가 된다.

그렇다면 어떻게 균형을 잡아야 할까? 먼저 나와 상대의 성향이 어느 쪽에 가까운지 알고 받아들이는 게 중요하다. 한 사람은 자기 원칙을 지나치게 고집하는 강박적 성향이 강하고, 또 한 사람은 감 잡히는 대로 움직이는 본능적 성향이 짙다면, 둘의 모습이 다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성향이 다르다고 함께하지 못하리라는 법은 없다. 사회생활에 적정선, 곧 상식이 있듯이 가족 간에도 지혜롭게 대화하고 함께 문제를 해결해가며 성인 대 성인으로 선을 지키면 된다. 한 배에서 나온 형제도 성향이 제각각이므로 상대가 나와 맞지 않는다고 단정 짓지 말고 다름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자.

자기 중심성에서 벗어나는 것이 건강한 관계의 핵심이다. ‘나는 옳고 너는 틀리다’ 식의 경직된 사고를 버리려 노력해야 편 가르기를 멈출 수 있다. 자신이 무조건 옳다고 여기는 사람은 고정관념과 경험에 사로잡혀 남의 이야기를 듣지 않고 비난하기를 즐긴다. 그것은 나이와 세대 차이의 문제가 아니다. 자기 중심성의 틀 속에서 상대를 평가하기 급급하다면 사회를 편 가르기 하고 분열시킬 수 있다. 상대는 항상 나와 다를 수 있다는 이성적 판단을 전제로 상대의 의견과 그 배경을 존중한다면, 관계 속에서 예민해지거나 상처받는 일이 훨씬 줄어든다. 정신건강의 기본은 바로 ‘자기 중심성 벗어나기’에서 출발한다는 점을 반드시 명심하자.

유은정 서초좋은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