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정운현 전 총리실 비서실장. / 사진=페이스북 캡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정운현 전 총리실 비서실장. / 사진=페이스북 캡쳐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당시 이낙연 캠프의 공보단장을 맡았던 정운현 전 국무총리 비서실장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지지를 공개적으로 선언했다. 그는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를 겨냥해 "'괴물 대통령'보다 '식물 대통령'을 선택하기로 했다"고 비판하며 윤 후보 지지 이유를 밝혔다.

정 전 실장은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저는 지난해 민주당 대선 경선 때 이낙연 캠프에서 일했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의 총리 시절 비서실장을 지낸 인연으로 총리실에서 퇴임한 후 근 2년간 조건 없이 도왔다"며 "2020년 4·15 총선 때는 외곽에서, 민주당 대선 경선 때는 이낙연 캠프 공보단장을 맡아 대언론 업무를 총괄했다"고 적었다.

그는 "경선 결과는 참담했다. 민주당은 '사사오입' 논란에도 이 후보를 최종 당 대선 후보로 확정했다"며 "제가 도우려고 했던 사람은 이낙연 전 대표였고, 거기까지가 제 소임이었다. 그래서 저는 이 후보를 위한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 저는 다른 길을 가려고 한다. 윤 후보를 도우려고 한다. 최근 양쪽을 다 잘 아는 지인의 주선으로 윤 후보를 만났다. 윤 후보로부터 도와달라는 요청을 받고 당혹스러웠지만 결국 수락했다"며 "얼마 전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제20대 한국 대선은 차악을 뽑는 선거'라고 지적했는데, 제가 윤 후보를 돕기로 한 것은 바로 그 차악을 선택한 셈"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저는 대통령이 만물박사여야 한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그보다는 정직성, 투철한 공인의식, 리더가 지녀야 할 자질 등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자기가 한 말을 손바닥 뒤집듯 하는 후보, 보통사람의 도덕성만도 못한 후보, 부끄러움을 모르는 후보가 아무리 좋은 공약을 쏟아낸들 그 약속은 믿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총괄선대위원장. / 사진=연합뉴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총괄선대위원장. / 사진=연합뉴스
정 전 실장은 "혹자가 말했듯이 저는 예측 불가능한 '괴물 대통령'보다는 차라리 '식물 대통령'을 선택하기로 했다"며 "도덕성과 개혁성을 겸비한 진보 진영의 내로라하는 명망가들이 '전과 4범-패륜-대장동-거짓말'로 상징되는, 즉 지도자로서 치명적인 결함을 가진 이 후보를 지지하는 행태를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저의 이번 결정에 대해 당혹스러워하실 분이 적지 않을 것이다. 더러는 비난도 하실 것"이라며 "다만 분명한 것은 그들이 이재명을 지지할 권리가 있듯이 제게는 윤석열을 지지할 권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는 올해 우리 나이로 64세다. 이제부터는 세상의 눈치나 주변의 시선에 연연하지 않고 제 의지대로 살아가려고 한다"며 "케케묵은 진영논리나 어쭙잖은 진보인사 허세 같은 건 과감히 떨쳐버리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정 전 실장은 민주당 대선 경선 당시 이낙연 전 대표 캠프에서 공보단장으로 활동했다. 이후 당내 대선 경선이 끝난 뒤 이 후보와 관련된 각종 의혹이 제기되자 이를 저격하는 글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수차례 게시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bigze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