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환불제품들을 모아 재판매하는 이른바 청산시장(liquidation market)이 주목받고 있다. 소매업체들의 골칫거리를 해결해준다는 측면에서 청산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CNBC는 "아마존 타깃 소니 홈디포 등에서 환불된 제품들을 재판매하거나 처리해주는 청산업체가 급성장하고 있다"고 20일 보도했다. 미국 내에서 청산시장 규모는 2020년 기준으로 6440억달러(약 769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2008년 이후 2배 가까이 급성장했다.

이는 코로나19 이후 온라인 구매가 늘어나면서 소비자들의 반품 건수도 덩달아 증가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온라인 구매는 현장 구매보다 환불처리가 비교적 쉽게 이뤄진다. 작년에는 전체 판매제품의 16.6%가 반품된 것으로 집계됐는데, 이는 2020년 10.6%에서 증가한 수치다. 온라인 구매의 경우 평균 반품률이 20.8%에 달했다. 역시 2020년 18%보다 더 높았다.

부담은 고스란히 유통·소매기업들이 떠앉게 된다. 환불 솔루션 업체 옵토로에 따르면 반품 절차로 인해 소매업체가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 제품 원가의 66%에 달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을 정도다. 이 같은 반품 비율 증가가 최근 들어 계속되는 인플레이션의 한 원인일 수 있단 분석도 나왔다. 미 역물류협회(RLA)의 토니 시아로타 전무는 "환불제품들을 손해를 보고 팔아야 하는 기업으로서는 반품 건수가 많아질수록 수익성을 떨어뜨리기 때문에 그만큼 가격을 인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업에 환경적 비용도 발생시킨다. 유통업체들은 제대로 처리되지 못한 반품을 소각하거나 매립지로 보내 폐기하는데, 옵토로에 의하면 미국 내 반품 건으로 인해 매년 최대 58억파운드(26억㎏)에 달하는 폐기물이 발생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약 1600만 메트릭톤의 탄소를 배출하는 규모다. CNBC는 "되돌아온 제품을 처리해야 하는 유통·소매기업들의 애로사항이 청산시장에서 큰 사업의 기회가 되고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리퀴디티 서비스는 1999년 미국에서 처음 세워진 대표적인 청산서비스 기업이다. 설립 1년만에 조지아주에서 20만달러의 선박을 되팔아 청산하는 데 성공하면서 고객사들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2006년 업계에서 처음으로 IPO(기업공개)에 나섰다. 주가는 2012년 정점을 찍은 뒤 하락세를 보였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상승세로 돌아섰다.

미국에서는 리퀴디티 서비스 외에도 굿바이기어 비스톡솔루션스 등 1000여개의 청산업체가 성행하고 있다. 이들이 다루는 환불제품 종류도 군용차량에서부터 카약, 전자제품 등 다양하다. 굿바이기어는 유아·아동용 제품을 안전하게 정리하는 전문업체다. 비스톡솔루션스는 아마존 월마트 코스트코 등을 고객사로 두고 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