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프로골프(PGA)투어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의 호스트인 타이거 우즈(47·미국)는 3라운드까지 단독 선두를 달린 호아킨 니만(24·칠레)에게 이렇게 조언했다. “앞서고 있을 때 승리하는 방법은 매우 간단하다. 타수를 잃지 않고 파를 잡아내는 데 주력하고, (기회가 온다면) 여기저기서 가끔 버디를 잡으면 된다. 갈 길 바쁜 추격자들이 (경기 전 마련해 온) 게임 플랜을 깨고 조급히 쫓아오도록 해야 한다.”

니만이 자신의 ‘우상’이 조언한 대로 최종 라운드에서 타수를 지킨 끝에 커리어 두 번째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니만은 21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퍼시픽 팰리세이드의 리비에라CC(파71)에서 열린 대회 최종 4라운드에서 이븐파 71타를 쳐 최종합계 19언더파 265타로 우승했다. 총상금 1200만달러(약 143억원)가 걸린 ‘특급 대회’에서 정상에 선 니만은 우승상금 216만달러 외에 3년짜리 투어카드까지 챙겼다. 경기 후 발표된 세계랭킹에선 지난주보다 12계단 높은 20위로 도약했다.

우즈는 PGA투어에서 3라운드까지 60차례 선두로 나섰고, 그중 56차례 우승했다. 이런 우즈의 ‘우승 공식’은 니만에게도 통했다. 대회 36홀 최소타(126타), 54홀 최소타(194타) 신기록 행진을 이어가던 니만은 이날 샷감이 좋지 않았다. 페어웨이 안착률과 그린적중률이 50%에 그칠 정도였다. 이런 상황에서도 전반에 보기 1개와 버디 1개를 맞바꾸며 이븐파를 유지했다.

그러자 11번홀(파5)에서 뜻밖의 행운이 찾아왔다. 그린 앞 약 13m 떨어진 곳에서 친 칩샷이 그대로 홀 속으로 사라졌다. 14번홀(파3), 15번홀(파4)에서 연속 보기가 나왔지만, 이 이글 덕분에 우승컵을 차지했다. 다만 1985년 래니 와킨스가 남긴 이 대회 72홀 최소타(20언더파 264타)는 1타 차로 깨지 못했다. 대신 1라운드부터 한 번도 선두를 놓치지 않은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1969년 찰리 시포드 이후 53년 만에 해냈다.

니만은 1997년 우즈가 처음 마스터스를 제패한 다음해 태어났다. 우즈를 보며 자란 그는 2019년 9월 밀리터리 트리뷰트에서 칠레 선수로는 최초로 PGA투어 우승을 달성해 칠레의 ‘골프 영웅’으로 떠올랐다. 우즈도 니만을 아낀다. 우즈는 “니만은 큰 선수는 아니지만 폭발적인 힘을 뿜어낸다”며 “그가 체육관에서 얼마나 노력하는지 알고 있다”고 말했다. 니만은 키가 182㎝로 작은 편은 아니지만 몸무게가 70㎏에 불과해 왜소해 보인다.

2년5개월 만에 자신의 우상이 초청한 대회에서 2승째를 신고한 그는 시상식에서 우즈로부터 직접 트로피를 건네받았다. 니만은 “이번 대회는 한 달간 열린 느낌”이라며 “마침내 우승해 행복하다”고 했다.

경기 내내 공격적인 플레이로 니만을 쫓아간 ‘신인’ 캐머런 영(25·미국)은 격차를 좁히지 못했다. 합계 17언더파 267타를 친 영은 콜린 모리카와(25·미국)와 공동 2위다.

올 시즌 첫 ‘톱10’ 입상을 노렸던 이경훈(31)은 1타를 잃고 6언더파 공동 26위에 그쳤다. 전날 4타를 잃은 임성재(24)는 이날 4타를 만회하는 롤러코스터 같은 한 주를 보낸 끝에 5언더파 공동 33위를 기록했다. 김시우(27)는 4오버파 73위로 대회를 마쳤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