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로 가는지도 몰라"…러시아로 피란온 우크라 주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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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새 접경지 로스토프주에 돈바스 주민 4만여명 도착
피란민 수용여력 부족으로 내륙 이동…"언제 돌아올지 몰라" 일요일인 20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약 1㎞ 떨어진 러시아 남서부 로스토프주.
도시 타간로크에 있는 한 스포츠센터는 불과 하루 전 피란민을 위한 임시 거처로 급히 전환됐다.
지난 18일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친러시아 반군이 정부군 공격설을 퍼트리며 주민 대피령을 내리면서 러시아로 넘어오는 동부 주민들을 위한 시설이다.
골문과 관중석이 그대로 놓인 센터에는 간이침대 300개가 좁은 간격으로 경기장 바닥에 다닥다닥 붙어있었다.
우크라이나 주민들은 위에 단출하게 놓인 베개와 침대 시트에서 휴식을 취하는 모습이었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전했다. 현장에서는 관리 직원과 자원봉사자들이 피란민에게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라고 종용하는 광경도 눈에 띄었다.
우크라이나에서 피란민이 몰려오면서 수용시설 여력이 부족해진 탓이다.
이날 러시아 재난당국인 비상사태부 수장 알렉산드르 추프리얀은 18일 밤부터 러시아 로스토프 지역에 돈바스 지역 주민 약 4만명이 도착해 임시 거처 92곳에 머무르고 있다고 전했다.
전날 6개월 된 자녀와 가족과 함께 도네츠크주의 도시 데발체베를 떠난 40대 발렌티나는 "우린 어디로 가야 하느냐"며 "긴 여정인데다가 그쪽(도착지)에서 상황이 더 나아지리라고 믿지도 않는다"고 한탄했다.
한 코디네이터는 "조만간 끝나지 않을 것"이라며 사태가 오래 이어질 가능성을 우려했다. 수십㎞ 떨어진 곳에 피란민 수용소로 모습이 바뀐 한 요양원의 상황도 비슷했다.
자녀 3명의 엄마 마리야 예파노바는 전날 이른 시간에 도착해 운 좋게 자리를 잡았지만 이날 아침 도착한 피란민 상당수는 자리가 없어 다른 곳으로 가야했다고 말했다.
떠나온 배경에 대해 그는 아이들 학교가 폐쇄 명령을 받았다고 전하며 "선택지가 별로 없었다"고 설명했다. 막상 떠나려고 마음먹고 나선 피란민도 정작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일부는 역에 도착해서도 광장에 모여 떠날지 말지를 놓고 논의를 계속했다.
역에서 큰 여행 가방을 끌던 중년 여성 빅토리아는 "우리가 어디로 가는 건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타간로크 기차역의 안내판에는 열차 행선지가 표시되지 않아 도착지를 가늠할 수 없었다.
열차를 몸을 실었던 일부 승객은 열차가 니즈니노브고로드로 향한다는 말을 듣고 서둘러 내리기도 했다.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1천㎞ 넘게 떨어진 지역으로 언제 다시 고향으로 돌아올 수 있을지 모를 두려움이 앞서면서다. 뉴욕타임스(NYT)는 애초 공지와 달리 더 먼 곳으로 가야 한다는 안내를 받자 분통을 터뜨리는 이들도 있었다고 보도했다.
60대 여성 류드밀라 라드니크는 이날 최종 목적지도 모른 채 열차에 몸을 실은 이들 중 한 명이었다.
그는 7년 전 고향 데발체베가 분리주의 반군과 정부군의 집중 격전으로 폭격받은 악몽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러시아행을 결심했다.
그러나 돈바스 지역 주민들은 당초 접경지 로스토프에서 잠시 머물수 있다는 안내를 받았지만, 내륙으로 다시 이동한다는 사실을 이날 알았다고 했다.
18일 돈바스 지역 반군은 정부군의 공격이 임박했다면서 여성과 어린이 등에게 러시아 로스토프 지역으로 대피하라고 명령한 바 있다.
라드니크는 "고향 사람들에게 전화를 걸어 거기에 남으라고 하고 있다"고 전했다.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이날 기준 주민 약 2천명이 러시아 남서부 쿠르스크주와 보로네시주로 이동했다.
자리는 못 찾고 떠나면 언제 돌아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자력으로 인근 거처를 마련한 이들도 있었다.
고향 데발체베에 있는 남편과 떨어진 20대 비카 주브첸코는 5살 자녀와 시누이와 함께 타간로크에서 2주간 집을 임대하기로 했다.
타간로크 상점에는 비상시 쓰일 양초, 배터리, 휴대전화 유심과 야채 등을 구매하는 우크라이나인들의 행렬이 이어졌다.
이 광경을 지켜보던 60대 현지 주민은 예전 2008년 조지아 침공과 2014년 크림반도 강제병합 사태를 떠올리며 "다 끝났다고 생각했었다"며 전운이 고조되는 우크라이나 위기를 가리켜 "이 전쟁을 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피란민 수용여력 부족으로 내륙 이동…"언제 돌아올지 몰라" 일요일인 20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약 1㎞ 떨어진 러시아 남서부 로스토프주.
도시 타간로크에 있는 한 스포츠센터는 불과 하루 전 피란민을 위한 임시 거처로 급히 전환됐다.
지난 18일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친러시아 반군이 정부군 공격설을 퍼트리며 주민 대피령을 내리면서 러시아로 넘어오는 동부 주민들을 위한 시설이다.
골문과 관중석이 그대로 놓인 센터에는 간이침대 300개가 좁은 간격으로 경기장 바닥에 다닥다닥 붙어있었다.
우크라이나 주민들은 위에 단출하게 놓인 베개와 침대 시트에서 휴식을 취하는 모습이었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전했다. 현장에서는 관리 직원과 자원봉사자들이 피란민에게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라고 종용하는 광경도 눈에 띄었다.
우크라이나에서 피란민이 몰려오면서 수용시설 여력이 부족해진 탓이다.
이날 러시아 재난당국인 비상사태부 수장 알렉산드르 추프리얀은 18일 밤부터 러시아 로스토프 지역에 돈바스 지역 주민 약 4만명이 도착해 임시 거처 92곳에 머무르고 있다고 전했다.
전날 6개월 된 자녀와 가족과 함께 도네츠크주의 도시 데발체베를 떠난 40대 발렌티나는 "우린 어디로 가야 하느냐"며 "긴 여정인데다가 그쪽(도착지)에서 상황이 더 나아지리라고 믿지도 않는다"고 한탄했다.
한 코디네이터는 "조만간 끝나지 않을 것"이라며 사태가 오래 이어질 가능성을 우려했다. 수십㎞ 떨어진 곳에 피란민 수용소로 모습이 바뀐 한 요양원의 상황도 비슷했다.
자녀 3명의 엄마 마리야 예파노바는 전날 이른 시간에 도착해 운 좋게 자리를 잡았지만 이날 아침 도착한 피란민 상당수는 자리가 없어 다른 곳으로 가야했다고 말했다.
떠나온 배경에 대해 그는 아이들 학교가 폐쇄 명령을 받았다고 전하며 "선택지가 별로 없었다"고 설명했다. 막상 떠나려고 마음먹고 나선 피란민도 정작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일부는 역에 도착해서도 광장에 모여 떠날지 말지를 놓고 논의를 계속했다.
역에서 큰 여행 가방을 끌던 중년 여성 빅토리아는 "우리가 어디로 가는 건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타간로크 기차역의 안내판에는 열차 행선지가 표시되지 않아 도착지를 가늠할 수 없었다.
열차를 몸을 실었던 일부 승객은 열차가 니즈니노브고로드로 향한다는 말을 듣고 서둘러 내리기도 했다.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1천㎞ 넘게 떨어진 지역으로 언제 다시 고향으로 돌아올 수 있을지 모를 두려움이 앞서면서다. 뉴욕타임스(NYT)는 애초 공지와 달리 더 먼 곳으로 가야 한다는 안내를 받자 분통을 터뜨리는 이들도 있었다고 보도했다.
60대 여성 류드밀라 라드니크는 이날 최종 목적지도 모른 채 열차에 몸을 실은 이들 중 한 명이었다.
그는 7년 전 고향 데발체베가 분리주의 반군과 정부군의 집중 격전으로 폭격받은 악몽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러시아행을 결심했다.
그러나 돈바스 지역 주민들은 당초 접경지 로스토프에서 잠시 머물수 있다는 안내를 받았지만, 내륙으로 다시 이동한다는 사실을 이날 알았다고 했다.
18일 돈바스 지역 반군은 정부군의 공격이 임박했다면서 여성과 어린이 등에게 러시아 로스토프 지역으로 대피하라고 명령한 바 있다.
라드니크는 "고향 사람들에게 전화를 걸어 거기에 남으라고 하고 있다"고 전했다.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이날 기준 주민 약 2천명이 러시아 남서부 쿠르스크주와 보로네시주로 이동했다.
자리는 못 찾고 떠나면 언제 돌아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자력으로 인근 거처를 마련한 이들도 있었다.
고향 데발체베에 있는 남편과 떨어진 20대 비카 주브첸코는 5살 자녀와 시누이와 함께 타간로크에서 2주간 집을 임대하기로 했다.
타간로크 상점에는 비상시 쓰일 양초, 배터리, 휴대전화 유심과 야채 등을 구매하는 우크라이나인들의 행렬이 이어졌다.
이 광경을 지켜보던 60대 현지 주민은 예전 2008년 조지아 침공과 2014년 크림반도 강제병합 사태를 떠올리며 "다 끝났다고 생각했었다"며 전운이 고조되는 우크라이나 위기를 가리켜 "이 전쟁을 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