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달 17일 '북한판 에이태킴스'(KN-24) 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다./ 조선중앙TV=연합뉴스
북한이 지난달 17일 '북한판 에이태킴스'(KN-24) 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다./ 조선중앙TV=연합뉴스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지난 20일 막을 내리며 올림픽 기간 중 무력도발을 자제해온 북한이 미사일 도발을 재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다음달 한국 대선과 오는 4월 김일성 생일이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북한 노동신문은 21일 “지금 적대세력들은 우리 인민을 사상적으로 변질 타락시키기 위해 반동적인 사상문화적 침투 책동에 필사적으로 매달리고 있다”며 주민들에 대한 사상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군중을 당의 사상으로 무장시키는 사업을 한시라도 소홀히 한다면 사람들의 의식에 변화가 생기고 당의 노선과 정책을 관철할 수 없을 뿐 아니라 피 흘려 쟁취한 혁명의 전취물도 말아먹게 된다”고 덧붙였다. 지난 16일 북한 전역에서 대규모 행사를 연 김정일 생일(광명성절)과 베이징 올림픽이 종료되자 지난달과 마찬가지로 다시 내부 결속에 나선 것이다.

국가정보원은 지난달 21일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북한이 위성 발사를 명분으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했다. 정보위 야당 간사인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당시 “국정원은 북한이 보여줄 수 있는 카드를 분석한 결과, 동창리에서 ICBM을 발사하는 것이 가장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북한은 지난해 1월 8차 노동당대회에서 △극초음속미사일 △고체연료 ICBM △다탄두 개별유도기술 △핵추진잠수함 및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군사정찰위성 등을 핵심 5대 과업으로 설정한 바 있다. 북한이 지난달 이미 두 차례의 극초음속 미사일을 발사한 뒤 ‘전력 완성’을 선언한 만큼 다음 수순으로는 군사위성이라는 명분하에 ICBM을 발사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북한은 지난달 4년 간 지켜오던 모라토리엄(핵실험·중장거리 미사일 발사 잠정 유예) 폐기를 시사하며 5년만에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을 발사하기도 했다.

북한이 위성 발사 명목으로 미사일 도발에 나선 것은 2016년 김정일 생일을 기념한 ‘광명성 4호’ 발사가 마지막이다. 당시 북한은 지상 관측용 카메라 등을 탑재했다고 주장했지만 위성을 통한 지상 관측 영상을 공개한 적은 없다. 한·미 군사 당국은 ICBM과 우주 발사체가 동일한 기술을 기반으로 한다는 점에서 광명성 4호 발사를 ICBM급 미사일 발사로 규정해왔다.

전문가들은 북·중 우호 관계를 강조하며 베이징올림픽 기간 중 도발을 자제해온 북한이 다시 도발에 나설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북한은 지난달 7차례의 미사일 도발에 나서며 역대 최단 기간 최다 도발 기록을 세웠지만 지난 4일 올림픽 개막 이후론 도발을 자제해왔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지난 10일 서울외신기자클럽 브리핑에서 “2월 4일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 이후 20일의 폐막식 때까지는 미사일 발사를 중단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3월 9일 대선 이후 4월 15일 김일성 출생일까지의 약 한 달 동안 지난 1월처럼 집중적으로 각종 미사일 시험발사 등을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군 당국은 북한의 도발 가능성에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김준락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현재 진행 중인 북한군 동계훈련과 행사 준비 활동에 대해서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며 “아직까지는 설명해 드릴만한 변화된 활동은 없다”고 말했다. 군 관계자는 이날 취재진과 만나 북한이 함경남도 신포조선소 일대에서 3000t급 잠수함을 건조하는 등의 동향과 관련해 “주목할 만한 변화는 없다”고 말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