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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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21일 대통령선거용 현수막과 피켓에 '내로남불·무능·위선' 등의 단어를 사용하는 것에 대해 "사용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선관위는 1년전 4.7 서울시장 재보궐선거에선 국민의힘이 '내로남불·위선·무능' 등의 단어를 쓰려하자 사용을 불허한바 있다.

1년도 안되서 판단이 정반대로 바뀐셈이다. 국민의힘은 "1년전에 야당이 똑같은 표현을 사용하려했을때는 안된다더니 이제는 된다는건 기준이 무엇이냐"며 "선관위의 오락가락 기준과 정치적 편향성이 도를 넘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21일 선관위가 조수진 국민의힘 최고위원에게 제출한 답변에 따르면, '내로남불·무능·위선 등의 표현을 사용하는 것이 공직선거법에 위반되는지' 여부를 묻는 조 의원의 질의에 선관위는 "공식선거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선관위는 이어 "내로남불·무능·위선 등의 단어만으로는 일반 선거인의 입장에서 볼 때 정당·후보자의 명칭·성명이 특정되는 것으로 쉽게 인식되지 아니할 것"이라며 "다만, 허위사실 공표나 비방 행위가 부가되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단독] 선관위의 내로남불?…'내로남불' 표현 그때는 안되고 지금은 된다
선관위는 1년전 4·7 재보궐 선거에선, 국민의힘이 '투표가 내로남불을 이깁니다' '투표가 위선을 이깁니다' 등의 문구를 사용하려하자 “내로남불 등의 표현이 특정 정당을 유추할 수 있다”며 공직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국민의힘은 선관위의 결정으로 결국 이 표현을 사용하지 못했다. 국민의힘은 “같은 단어를 야당이 선거 문구로 사용하려 할때는 안된다고 하더니, 정작 이제는 된다고 한다”며 “정치적 편향성을 의심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선관위는 당시 '내로남불' 표현 관련 논란이 지속되자 "시대를 반영하지 못한 엄격한 선거법 때문"이라며 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해명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에 선거법 개정도 없이 '자의적'으로 판단을 바꾸면서, 당시 입장이 '변명'이 아니었냐는 비판도 나온다.

야당은 더불어민주당이 ‘주술·신천지·굿판’ 등의 표현을 선거 문구로 사용하자, 판단 기준 자체를 훨씬 너그럽게 바꾼 것이라는 의심도 하고 있다. 실제 선관위는 민주당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를 비판하기 위해 현수막·피켓에 사용하고 있는 신천지·주술·굿판 등의 표현에 대해 “공직선거법 위반이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선관위는 “신천지·주술·굿판 등의 표현으로는 특정 정당이나 후보를 유추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현재 민주당은 '술과 주술에 빠진 대통령을 원하십니까' '청와대를 굿당으로 만들 순 없습니다' '신천지 비호세력에게 나라를 맡길 수 없습니다' 등의 문구를 사용하고 있다.

조수진 의원은 “1년전 선관위 논리대로라면 주술 굿판 등의 표현 역시 특정 후보나 정당을 유추할 수 있어 사용을 금해야하는게 당연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조 의원은 이어 "정치적 편향성 논란이 계속되자 선관위가 백기를 든 꼴"이라며 "철저히 중립을 지키는 일관된 기준이 아닌 오락가락 기준으로 선거에 혼란을 가져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은 이러한 정치적 편향성 시비와 관련 집단행동까지 보이고 있다. 국민의힘 소속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그 엄격했던 선관위가 어디로 간 것이냐”며 “공직 선거를 공정하고 엄중하게 관리해야 할 선관위가 이번 대선에서도 정치편향적 행태를 드러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권영세 국민의힘 선대본부장도 이날 “선관위가 노골적 편들기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같은 논란에 대해 선관위는 “국민의 정치적 자유를 폭넓게 보장하는 취지로 기조가 바뀌었다”며 “특정 정당이나 후보를 유추할만한 게 아니라면 자유로운 표현을 보장해주려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