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탈모 환자가 늘고, 대선 후보가 '탈모 공약'을 내놓으면서 유통업계가 국내 탈모 케어시장 성장세를 예상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젊은 탈모 환자가 늘고, 대선 후보가 '탈모 공약'을 내놓으면서 유통업계가 국내 탈모 케어시장 성장세를 예상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탈모 인구가 1000만 명에 이를 정도로 많아지면서 탈모인들을 위한 대선 공약까지 등장할 정도로 모발 관리는 20·30세대들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앞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대선공약을 통해 탈모 건강보험 지원을 거론하고 나섰다. 탈모에 대한 고민이 개인의 문제를 넘어서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탈모인 사실을 숨기고 프러포즈를 한 남자친구에게 배신감을 느꼈다는 사연이 관심을 끌었다.

해당 글 게시자에 따르면 남자친구는 2년여 연애 기간 동안 가발을 쓰면서도 이런 사실을 감쪽같이 숨겨온 것으로 전해졌다.

여성은 남자친구의 말에 매우 놀라고 배신감까지 느꼈으며 남성 또한 자신을 이해해주지 않는 여자친구에게 상심한 나머지 두 사람의 관계는 파국에 이르게 됐다고 전해진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탈모증으로 병원에서 진료를 받은 환자 수는 2016년 21만2916명, 2017년 21만5025명, 2018년 22만4688명, 2019년 23만3628명, 2020년 23만4780명 등으로 꾸준히 늘어나 5년 새 무려 10.3%나 증가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20·30세대의 비중이 높다는 것. 2020년 기준 탈모 환자 수는 30대가 22.8%(5만3422명)로 가장 많고, 이어 40대 21.8%(5만1158명), 20대 21.3%(4만9969명), 50대 16.7%(3만9177명) 순이었다.

여기에 대한탈모치료학회나 관련 업계가 집계한 의료기관 미방문 환자나 잠재적 질환자까지 포함하면 실제 국내 탈모 인구는 1000만 명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탈모 인구가 늘어나는 가운데 남성들의 고민이 깊어지는 이유는 여성들의 거부감도 한몫한다.

결혼정보회사 듀오가 결혼적령기인 20~30대 미혼남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남성은 여드름 여성을, 여성은 대머리 남성을 가장 싫어하는 것으로 나타났을 정도다.

탈모가 본인의 잘못도 아닌데 혼인 취소나 이혼 사유가 될까.

법률 전문가에 따르면 실제로 탈모에 대한 고민으로 이혼 상담을 하러 오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인철 변호사는 "요즘 탈모로 고민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젊은이들 사이에서도 스트레스와 환경호르몬 등으로 심한 탈모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있다"라고 전했다.

만약 대머리인 남성이 결혼 전에 가발을 쓰고 있어서 여자친구가 전혀 알지 못하고 나중에 결혼 후 대머리인 사실을 알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이 변호사는 "남자나 여자나 결혼 전 연애할 때는 아무래도 상대방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조금은 과장하는 때도 있다"라면서 "대머리라는 사실을 속이고 결혼한 것은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로 보기는 어렵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혼소송을 제기하더라도 재판부에서 기각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라면서 "탈모라는 이유만으로는 이혼 사유나 혼인 취소 사유가 되지는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결혼 전 어떤 점을 숨긴다면 혼인 취소, 이혼 사유가 될까.

이 변호사는 "판례는 사기 결혼 즉 혼인 취소는 ‘혼인을 결정할 만한 중요한 사실을 적극적으로 기망한 경우’에만 혼인 취소를 인정한다"라면서 "예를 들어 학력, 직업, 결혼, 이혼 여부 등의 사유에 대하여 서류를 위조하는 등 적극적인 방법으로 기망한 경우에만 아주 엄격하게 인정한다"라고 부연했다.

이 변호사에 따르면 대머리를 제외하고 신체적 결함으로 이혼한 사례로는 심각한 질병을 들 수 있다.

이 변호사는 "간혹 배우자의 어떠한 신체적인 질병이나 정신적인 질환을 이유로 혼인 취소나 이혼을 하고 싶다는 사람들이 있다"라면서 "심지어 불임이나 난임을 이유로 이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아주 심각한 질병을 속였으면 문제가 될 소지가 있지만 가벼운 질병이나 신체적인 비밀을 숨긴 것 또는 불임이나 난임만으로는 혼인 취소나 이혼 사유가 되지는 않는다"라고 밝혔다.

이어 "탈모로 인한 스트레스가 심각한 경우 정신적인 문제가 될 수도 있고 직장생활을 어려워하는 일도 있고 연애나 결혼을 포기하는 사람도 있다"라면서 "혼인율과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적극적으로 탈모 문제를 해결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문제로 혼자 고민하지 말고 여자친구나 아내는 이런 남자친구나 남편에게 따뜻하게 위로해주고 그래도 마음에 걸리면 적극적인 치료를 고려하는 것이 좋겠다. 서로에 대한 갈등이나 원망보다는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이해가 필요하다"라고 조언했다.

도움말=법알못 자문단 이인철 법무법인리 대표변호사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