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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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을지로에서 와인바 두 곳을 운영하는 임모씨(44)는 최근 부모에게 3000만원을 빌려 직원 월급을 지급했다. 그는 코로나19 사태 2년간 기존 대출의 만기를 매번 연장했고 아파트담보대출과보증서대출, 신용대출을 모두 끌어다 썼다. 2018년 가게를 열 때 4억원이던 대출은 8억8000만원으로 불어났다. 금융회사의 추가 대출이 막히자 ‘가족 대출’을 받은 것이다. 그는 “폐업하려고 해도 대출금을 일시에 상환해야 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며 “영업시간이 밤 10시로 늘어난 것에 희망을 걸고 있다”고 토로했다.

빚더미에 눌린 자영업자들이 기약 없는 ‘생존 게임’을 벌이고 있다. 코로나 확산 등으로 내수경기 회복세가 더뎌지면서 대출금 이자도 제때 갚지 못하는 사람이 속출해 자영업자 대출이 금융시장의 ‘뇌관’으로 부상했다.

21일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자영업자 대출(개인사업자 대출과 자영업자가 받은 가계대출)은 2019년 말 684조9000억원에서 지난해 3분기 말 887조5000억원으로 29.5% 증가했다. 이 기간 자영업 차주는 191만4000명에서 257만2000명으로 65만8000명(34.1%) 늘어났다. 1인당 3억5000만원의 빚을 지고 있는 셈이다. 코로나 이후 자영업자가 줄고 있음에도 대출액과 신규 차주가 늘어난 건 빚으로 버티는 사람이 많아졌다는 의미다.

금융회사 세 곳 이상에서 대출을 받은 다중채무 자영업자는 2019년 말 12만8799명에서 지난해 11월 말 27만2308명으로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 한국은행은 2021년 1분기 기준으로 자영업자 대출 가운데 취약차주(다중채무자)의 비중이 11.0%, 대출 잔액 기준으로는 9.2%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현 수준대로라면 80조~90조원의 대출이 부실화될 우려가 있는 것이다.

이순호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가 코로나 방역 지침을 바꾼 이후 소비심리가 본격적으로, 빠르게 회복되지 않는다면 자영업자 부채 문제가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대훈/박진우/빈난새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