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사태가 2년 동안 계속되면서 명동과 이태원, 강남대로 등 서울을 대표하는 상권들이 속절없이 무너지고 있다. 거리두기 연장과 영업시간 제한으로 영업을 포기하는 자영업자가 속출하면서 빈 상가도 늘고 있다.

21일 현지 중개업소에 따르면 명동에서는 ‘무(無)권리금’ 상가가 대거 쏟아지고 있다. 명동 G공인 대표는 “코로나가 터지기 전에는 권리금이 3억~5억원(전용면적 222㎡ 기준) 수준이었지만 현재 매물 가운데 10곳 중 7곳은 권리금이 아예 없음에도 임차인을 구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무권리금 상가임에도 새 임차인을 찾지 못하는 것은 그만큼 인건비와 임대료 등의 고정비를 감당하기 힘들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명동 중대형 상가(3층 이상 건물) 공실률은 지난해 3분기 47.2%에서 4분기 50.1%로 높아졌다. 상가 두 곳 중 한 곳은 비어있다는 뜻이다.

상황이 나아지지 않자 임대료를 대폭 낮춘 상가도 등장했다. T공인 관계자는 “‘노른자 땅’으로 꼽히는 명동 중앙로에 자리한 전용면적 66㎡ 규모 상가는 3년 전까지만 해도 보증금 5억원에 월세가 1억원 수준이었다”며 “하지만 지금은 반값인 월세 5000만원에 내놨는데도 임차인이 없어 1년 넘게 비어있다”고 했다.

이태원에도 임대료를 반값 수준으로 낮춘 상가가 등장하고 있다. 한 중개업소 대표는 “건물주가 상권 초입에 있는 1층 전용 99㎡ 상가(보증금 3억원) 월세를 3000만원에서 1500만원으로 낮췄지만 반년째 임차인이 없다”며 “대형 브랜드도 월세를 감당하기 힘들다고 판단하고 입점을 꺼리고 있다”고 말했다.

강남대로 상권도 상황은 비슷하다. 이에 권리금을 포기하는 임차인, 상가를 매각하는 건물주가 늘고 있다. S공인 관계자는 “3년 전 전용 100㎡ 강남대로 상가의 권리금은 1억5000만원이었지만 현재는 ‘0원’”이라며 “계약 만기 전에 보증금이라도 건지기 위해 무권리로 문만 닫고 나가려는 점포가 수두룩하다”고 설명했다.

임차인은 물론 상가를 보유한 건물주에게도 상권 붕괴의 위험이 전이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KB금융연구소는 최근 ‘2022 부동산 보고서’에서 “자영업 경기가 회복되지 못하면 상가 건물에 대한 버블 위험이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혜인 기자 h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