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에코플랜트(옛 SK건설)가 싱가포르의 전기·전자 폐기물 처리 회사인 테스를 1조2000억원에 인수했다. 국내에서 환경 폐기물 관리회사를 대거 인수한 데 이어 해외 기업까지 사들이며 친환경 플랫폼 기업으로의 변신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사명에서 ‘건설’을 떼어내고 ‘에코’를 집어넣은 SK에코플랜트의 ‘파이낸셜 스토리’도 성공하고 있다는 평가다.

1년 전부터 인수 작업 성과

SK에코플랜트는 싱가포르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나비스캐피털파트너스로부터 테스 지분 100%를 10억달러(약 1조2000억원)에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지난 18일 체결했다고 21일 발표했다. SK에코플랜트는 기업결합신고 등 절차를 마무리한 뒤 임직원을 싱가포르에 파견해 인수 후 통합(PMI)에 나선다.

테스는 폐기된 전기·전자제품을 처리하는 전자폐기물(E-waste) 회사로, 지난해 매출은 4140억원이다. 미국 영국 독일 중국 싱가포르 등 21개국에서 43개 처리시설을 운영하고 있으며,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을 고객사로 뒀다.

거래의 물꼬는 SK에코플랜트가 텄다. 1년 전 박경일 SK에코플랜트 사장과 지주사인 SK㈜ 관계자들이 테스 경영진을 찾아 설득에 나섰다. 테스 최대주주인 나비스캐피털은 경영권 매각을 포함해 나스닥에 상장시킨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과의 합병 등을 두고 투자금 회수에 고민하던 때였다. SK는 친환경 분야 M&A 성과를 강조함과 동시에 그룹의 전기차 배터리 사업 등을 내세워 시너지 효과를 설득했다. 이에 나비스캐피털이 회사 매각을 결정했다는 후문이다.

한 투자은행(IB) 관계자는 “최근 친환경 투자 열풍을 타고 테스의 기업가치가 2조원까지 치솟았다”며 “하지만 나비스캐피털도 스팩 상장 등의 번거로움 없이 바로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고 시너지효과도 큰 SK에코플랜트를 선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친환경 플랫폼 기업으로 도약

테스의 구체적인 사업 영역은 △폐배터리 리사이클링 △전기·전자 폐기물 리사이클링 △ITAD(IT 자산처분 서비스) 등이다. 이런 전자폐기물 분야는 폐기물의 처리 과정에서 지식재산권 보호, 정보 보안 등의 문제로 진입장벽이 높다.

SK에코플랜트는 폐기물의 재활용과 에너지화를 통한 순환경제 실현을 비전으로 세우고 여러 신사업 진출 방안을 검토하면서 전자폐기물 시장을 미래 핵심 사업으로 주목했다. 글로벌 시장조사회사인 얼라이드마켓리서치는 2020년 약 500억달러(약 60조원)이던 시장 규모가 2028년 약 1440억달러(약 170조원)로 세 배 가까이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SK에코플랜트는 이번 M&A로 수거·운반부터 정보폐기, 재활용·재사용까지 모든 밸류체인을 갖추는 데 들일 시간을 대폭 줄일 수 있게 됐다.

SK에코플랜트는 2020년 국내 종합 환경플랫폼 기업인 환경시설관리(옛 EMC홀딩스)를 약 1조원에 인수하며 환경사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했다. 지난해에만 여섯 곳의 환경기업을 인수하며 △국내 수처리·사업폐기물 1위 △의료폐기물 2위 △폐기물 3위 등의 지위에 올랐다.

박 사장은 “테스 인수로 소각·매립 등 기존의 폐기물사업 영역을 넘어 폐기물 제로화를 실현하는 리사이클링 영역까지 확장했다”며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글로벌 전자폐기물 시장도 선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차준호/신연수 기자 cha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