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21일 국회 본회의를 열고 16조9000억원 규모의 올해 첫 추가경정예산안을 처리하고 있다.  뉴스1
여야가 21일 국회 본회의를 열고 16조9000억원 규모의 올해 첫 추가경정예산안을 처리하고 있다. 뉴스1
소상공인 손실 보상과 의료방역 지원금 등을 담은 16조9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이 21일 여야 합의로 국회를 통과했다. 새해가 시작되자마자 추경을 한 것은 6·25전쟁 중이던 1951년 이후 71년 만이다.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의 급격한 확산으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을 신속히 지원해야 한다는 여론에 대선 전 ‘신년 추경’이 현실화됐다.

71년 만의 ‘신년 추경’

국회는 이날 오후 본회의를 열어 재석 213명에 찬성 203명, 반대 1명, 기권 9명으로 16조9000억원 규모 추경안을 의결했다. 정부가 지난달 국회에 제출한 추경안(14조원)에서 3조3000억원을 증액하고 예비비 4000억원을 감액해 2조9000억원을 순증시켰다.

당초 정부안은 소상공인 320만 명에게 1인당 방역지원금 300만원을 지급하고 코로나19 중증환자 병상 확보와 재택치료자 생활지원비 등 방역 보강 예산으로 1조5000억원을 편성하는 등의 내용을 담았다.

더불어민주당은 국회 논의 과정에서 기존 지원 대상에서 제외됐던 택배기사 등 약 68만 명의 특수고용노동자(특고)·프리랜서와 16만 명의 법인택시·전세버스 기사 등 운수종사자, 5만여 명의 문화예술인 등에 대한 추가 지원을 주장했다. 취약계층 600만 명에게 코로나 자가진단키트를 지급하고 선별검사소 등에서 일하는 방역 인력에 대한 지원금을 확충하는 방안도 포함시켰다. 또 소상공인 손실보상률을 80%에서 90%로 상향하고 방역지원금 지급 대상에 간이과세자 등 12만 명을 추가하는 내용을 담았다.

정부안 대비 증액분은 추가 국채 발행 없이 이달 10일 확정된 지난해 세계잉여금 및 기금 여유자금을 활용해 충당하기로 했다. 추경안이 확정되면서 올해 국가채무는 본예산 기준 1064조4000억원에서 1075조7000억원으로 늘어나게 됐다.

여야는 또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와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 간 합의로 3월 임시국회에서 소상공인 손실보상 소급 적용을 위해 ‘소상공인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을 개정하기로 했다. 2020년 2월부터 2021년 7월 6일까지 소상공인이 입은 손실도 소급해 보상하고, 손실보상에서 제외됐던 여행·관광업종과 공연기획업종을 대상에 추가하는 내용을 개정안에 담는다는 방침이다.

합의→결렬→합의…우여곡절 추경 협상

여야는 이날 우여곡절 끝에 추경안 처리에 합의했다. 전날까지만 해도 민주당은 추경안을 단독으로 처리한다는 입장이었다. 국민의힘도 민주당이 지난 19일 새벽 단독으로 예산결산특별위원회를 열어 추경안을 처리한 것을 문제 삼으면서 “추경안을 예결특위에서 다시 처리해야 한다”고 맞섰다.

그러나 이날 오전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박병석 국회의장 주재로 열린 원내대표 회동에서 추경안을 본회의에서 합의 처리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후 최종 수정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한때 협상이 결렬돼 민주당이 독자 수정안을 처리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여야 원내대표는 다시 협상에 들어가 결국 16조9000억원 규모 추경안에 최종 합의했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후보가 추경안의 대선 전 통과를 불가피한 것으로 받아들이면서 내부 기류가 달라졌다는 전언이다. 윤 후보는 19일 경남 양산 유세에서 “본회의 때 법인택시 기사, 여행업 등을 보충해 일단 통과시켜주기로 했다”고 말했다.

윤 후보의 이런 판단은 정부 추경안에 담긴 소상공인 방역지원금 우선 지급을 원하는 국민 여론을 고려한 것으로 해석된다. 21일 공개된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의 51.5%가 대선 전 추경안 우선 처리에 찬성의 뜻을 밝혔다. 만약 야당이 추경안 처리를 끝까지 반대할 경우 자칫 “대선을 의식해 민생을 외면했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 후보 모두 이번 추경 규모가 충분하지 않으며 집권 후 대규모 추경을 하겠다고 공언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적자국채 발행이나 추경은 물가 불안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오형주/성상훈/김인엽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