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인상 소식에 판매량 10% 이상↑
앞서 스타벅스 기프티콘도 '사재기' 현상
"커피 가격이 올라 홈카페족이 되어볼까 했는데, 집에서 마실 커피 가격도 오르네요. 커피 캡슐을 한 달에 100개 정도는 먹는 것 같아서 300개 정도 미리 사두려고 합니다. 매일 마시는 건데 조금이라도 싸게 사는 게 낫죠."오는 22일부터 네스프레소 커피 캡슐 가격이 인상된다는 소식이 알려지며 일부 소비자들이 캡슐 커피를 미리 대량 구매하는 현상이 나타나며 제품 판매량이 껑충 뛰었다. 앞서 스타벅스 커피값 인상 직전에 기프티콘을 '사재기'한 것과 비슷한 상황으로 보인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이달 10~20일 네스프레소 커피 캡슐 판매량은 전월 동기 대비 10% 이상 증가했다. 지난 10일은 네스프레소 커피 캡슐 가격 인상 소식이 알려진 시점이다.
최근 네스프레소 캡슐 10만원어치를 구매했다는 스타트업 대표 이모 씨(37)는 "어차피 매일 마시는 커피라 직원들이 다 같이 마시면 한 달 만에 다 마실 수 있다. 평소에는 2주 분량 단위로 구매했는데 이번엔 좀 많이 구매했다"고 말했다.
집에서 캡슐 커피를 즐긴다는 주부 A씨도 "적당히 사려 했는데 매장 직원이 '곧 가격이 오르니 이왕이면 조금 저렴할 때 사 가라'고 권유했다"며 "앞에 계산하는 사람도 대량 구매해가길래 평소보다 많이 샀다"고 전했다. 네스프레소는 원자재, 원료, 부품 가격 등 글로벌 인플레이션을 이유로 22일부터 가격 인상을 예고한 상태다. 가격 인상에 따라 버츄오 캡슐 제품(디아볼리토, 일카페, 알티시오, 오라피오, 볼테소)은 기존 650원에서 690원으로 가격이 오른다.
지난해 말 세계 원두 생산량의 60%를 차지하는 아라비카 원두 가격이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며 네스프레소 외에 다른 커피 브랜드들 가격도 잇따라 오른 상태다. 국제 아라비카 원두 가격은 2020년 1파운드(454g)당 113센트에서 지난해 12월에는 230센트로 2배 이상 올랐다. 최대 커피 생산국인 브라질의 가뭄과 냉해 피해 등이 겹친 탓이다.
국내 커피 판매 가격 인상의 신호탄을 쏜 곳은 스타벅스였다. 스타벅스코리아는 지난달 총 46종의 음료 가격을 인상했다. 대표 메뉴인 카페 아메리카노와 카페 라떼 가격은 400원씩 인상돼 톨사이즈 기준 각각 4500원, 5000원이 됐다. 카라멜 마키아또·스타벅스 돌체 라떼·스타벅스 더블 샷 등 음료 15종은 300원, 프라푸치노 등 7종은 200원, 돌체 블랙 밀크티는 100원 올랐다. 가격 인상 전 구매한 기프티콘을 사용하면 가격 인상 이후에도 추가 금액 부담 없이 음료를 구매할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가격 인상을 앞두고 온라인에서는 스타벅스 기프티콘 사재기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동서식품도 지난달 맥심, 카누 등 커피제품 출고가를 평균 7.3% 올렸다. 맥심 모카골드 커피믹스 1.2kg은 1만1310원에서 1만2140원으로, 맥심 카누 아메리카노 90g은 1만4650원에서 1만5720원으로 가격이 조정됐다.
남양유업은 이달 17일부터 프렌치카페 카페믹스 등 커피믹스 제품 가격을 평균 9.5% 올렸다. RTD(Ready To Drink·바로 마실 수 있게 포장된 음료) 컵커피 제품 가격도 평균 7.5% 인상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대다수 소비자가 커피를 매일 마시다 보니 쟁여두는 것에 대한 부담이 덜한 것 같다"며 "다만 캡슐커피든 인스턴트 커피든 유통기한이 정해져 있는 만큼 너무 많은 양을 구매해두는 것은 추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미경 한경닷컴 기자 capit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