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관리군 확진자 '셀프치료' 이후 제때 복용 어려울까 불안감
부산시약사회 "재택치료자 필요한 의약품 처방 통해 공급해야"
"감기약 진열하면 동나요"…약국마다 가정 상비약 구매 증가
"타이레놀을 한 번에 1개밖에 살 수 없다고 해 2번에 나눠 카드 결제했습니다."

부산에 사는 이모씨는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3차 백신 접종을 앞두고 타이레놀 2통을 사려고 집 근처에 있는 편의점을 찾았다.

편의점 직원은 타이레놀을 찾는 손님이 많아 하루에 1통밖에 줄 수 없다고 했고, 이씨가 곤란한 표정을 지어 2번에 나눠 결제해줬다.

이씨는 "이상 반응에 대비해 타이레놀을 넉넉하게 구비해두려 했는데 1통만 살 수 있다고 해서 놀랐다"며 "코로나 확진 등 막상 필요할 때는 구하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어 미리 더 사놔야 하는지 고민된다"고 토로했다.

일반관리군 확진자에 대한 '셀프 재택치료'가 도입된 지 2주 가까이 지났지만, 미리 의약품을 구하려는 움직임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19 일일 확진자가 전국에서 9만∼10만명, 부산에서만 6천명대가 쏟아지자 더는 정부의 의료체계에만 의존하기 불안하다는 생각에 상비약을 미리 사두는 것이다.

부산 남구에 사는 김모(40)씨도 최근 집 근처 약국에서 편도염, 진통제, 종합감기약 등 가정 상비약을 급히 샀다.

김씨는 "코로나가 아닌데도 감기에 걸리면 병원에 가기가 쉽지 않다"며 "감기에 효과가 좋다고 소문난 제품을 골랐다"고 말했다.
"감기약 진열하면 동나요"…약국마다 가정 상비약 구매 증가
최근 약국에는 대표적 진통제인 타이레놀을 포함해 각종 종합감기약이 진열되자마자 동이 나는 상황이다.

약사 정모씨는 "의약품을 보관하기 위해 상비약을 한 번에 여러 개 사 가는 사람이 늘었다"며 "재고 문의 전화가 꾸준히 걸려오고 있고, 제품을 들여오면 곧바로 팔린다"고 말했다.

이어 "많은 사람이 살 수 있도록 한 사람당 약을 2개로 구매를 제한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시약사회 관계자는 "번화가에 있는 약국에서는 타이레놀 등 코로나 관련 약을 아예 구하기 어렵다"며 "제약회사에서는 예전보다 생산을 늘렸는데도 급증한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급기야 육아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자녀가 코로나에 확진됐을 경우를 대비해 산소포화도 측정기 등 의료기기를 구한다는 문의 글이 여러 개 등장하기도 했다.

해당 커뮤니티에서 한 누리꾼은 "격리 면제 대상이라도 가족 중 한 명이라도 확진되면 외출이 어려울 것 같아 미리 준비하고 있다"며 "해외·중고사이트에도 빠짐없이 검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의약계는 국민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에서 적극적인 행정을 펼쳐야 한다고 당부했다.

부산시약사회 관계자는 "실제 경증 확진자에게는 종합감기약과 유사한 의약품을 처방하기 때문에 일반인이 쉽게 구할 수 있는 감기약도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재택치료자에게 필요한 의약품은 처방을 통해 적절히 공급해야 한다"면서 "불안해하는 국민을 안정시키기 위해 정부는 적극적인 홍보와 행정을 시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