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 우려로 주식시장이 흔들리자 개인들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달 들어 조정을 받은 나스닥 저가매수를 이어갔고, 국내에서도 주가 2700선이 무너지자 순매수로 돌아섰다. 코로나19로 인한 주가 급락 후 급반등을 경험한 개인들이 ‘공포에 베팅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22일 삼성증권에 따르면 삼성증권이 국내 증권사 가운데 유일하게 제공하고 있는 미국 주식 주간거래 서비스는 이날 오후 3시30분까지 314억9000만원어치가 거래됐다. 하루평균 거래대금의 2.9배 수준이라는 게 삼성증권 측 설명이다. 애플, 알파벳A(구글), 프로셰어 QQQ(나스닥 세 배 추종 ETF) 등이 주 매수 대상이었다. 나스닥 선물이 3% 가까이 빠지는 등 미국 주식시장이 조정될 조짐을 보이자 저가매수 전략을 취한 결과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나스닥 상승률의 세 배 수익을 노리는 ETF 매수가 집중적으로 이뤄졌다는 것은 공포 속에 기회를 노리는 투자자가 그만큼 많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국내 주식시장에 등을 돌리는 듯하던 개인투자자도 다시 돌아오고 있다. 이달 들어 국내 투자자는 미국 주식을 2조원 가까이 순매수했다. 반면 개인투자자는 이달 국내 주식시장에서 전날까지 8184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지난 17일엔 유가증권시장에서만 1조983억원어치를 팔았다. 한국 주식을 팔아서 미국 주식을 사모으고 있었다는 얘기다.

이날은 국내 주식도 사모았다. 개인은 국내 주식시장에서 장중 6800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10거래일 만에 최대 순매수액이다. LG화학(1196억원) 삼성전자(1162억원) LG에너지솔루션(539억원) 네이버(400억원) 엔씨소프트(394억원) 등이 순매수 상위 종목이다. 그동안 큰 폭의 조정을 받은 대형주들이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역사적으로 지정학적 이슈는 단기적이었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며 “러시아와 서방국가 간 외교 진행 상황을 주시해야 할 때”라고 설명했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