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심기철은 식목일(4월 5일)보다 한 달 빠른 3월 초순부터 시작된다. 한반도 기온이 기후 온난화로 1946년 식목일 제정 당시보다 높아져 4월 초가 되면 나무심기에 적합한 수준을 훌쩍 뛰어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2000년대 중·후반부터 ‘식목일을 앞당겨야 한다’는 요구가 사회 일각에서 꾸준히 나왔다.

산림청은 이런 여론을 의식해 지난해 3, 5월 국민투표를 실시하기도 했다. 그 결과 ‘앞당기자’는 응답 비율이 각각 56%와 57%로 나타나 “올해는 식목일이 바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임업계를 중심으로 제기됐다.

하지만 산림청은 올해도 식목일을 4월 5일로 유지하는 쪽으로 결론을 내렸다. 산림청 관계자는 “국민인식 조사에서 식목일을 변경할 만큼 압도적인 찬성이 나오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고 22일 밝혔다.

식목일은 조선 성종 24년 음력 3월 10일(양력 4월 5일) 왕이 동대문 밖 선농단에서 직접 밭을 일군 날을 기념해 1946년 제정됐다. 이후 76년째 같은 날을 유지하고 있다.

4월 5일에서 한 달가량 앞당겨야 한다는 내용이 본격적으로 공론화한 것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7년 4월 5일 북악산에서 열린 나무심기 행사에서 “식목일을 앞당겨야 하는지, 숲을 가꾸는 쪽으로 정책이 옮겨 가면 식목일이라는 이름을 바꿔야 하는지 검토해 달라”고 말한 게 계기가 됐다. 이후 2013년 날짜 변경을 염두에 두고 국민투표를 시행하기도 했다. 지난해 실시한 두 차례 국민투표에서의 날짜 변경 찬성률은 2013년(64%)에 비해 낮아진 것이다. 임업단체들은 “4월 5일 식목일은 역사성과 상징성이 있는 날인 만큼 다른 날로 옮기면 국민을 납득시키기 어렵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반면 ‘식목일을 앞당겨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국립산림과학원에 따르면 나무심기에 가장 알맞은 기온은 6.5도 수준이다. 하지만 4월 첫째 주부터는 전국의 평균기온이 10도를 넘긴다.

식목일에 딱 맞춰 나무를 옮겨 심으면 새로운 땅에 뿌리를 내리지 못해 고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종범 강원대 환경융합학부 명예교수는 “기후학적으로 볼 때 식목일은 지금보다 10~15일 앞당기는 게 맞다”며 “국민 의견을 충분히 듣고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전=임호범 기자 lh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