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구조 개혁 같은 중대한 이슈에 대해 제대로 된 정책을 내놓은 후보가 안 보입니다.”(이성호 중앙대 교육학과 교수)

“교육은 백년대계라는 말처럼 장기적 비전이 필요한데, 포퓰리즘에 젖어 큰 흐름을 놓치고 있습니다.”(황매향 경인교대 교육학과 교수)

"표 떨어지는 대학 구조개혁…후보들 '백년대계' 외면"
한국경제신문과 싱크탱크 FROM100이 공동으로 진행한 교육 분야 공약 검증에서 전문가들은 여야 대선 후보가 제시한 ‘입시 공정성 강화와 대입 정시전형 확대’에 공감하면서도 진짜 중요한 현안들은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검증위원들은 코로나19로 지난 2년간 누적된 학생들의 학습 결손, 학령인구 급감과 관련해 확실한 해결책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지난 21일 ‘한경·FROM100 대선 후보 공약 검증’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공통적으로 내놓은 정시 확대 공약에 대해 “입시의 공정성을 강화하기 위해 정시 비중을 높이자는 데 동의한다”면서도 “다만 더 큰 틀에서 정부가 대학의 학생 선발 과정에 지나치게 간섭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시, 수시 비율을 떠나 입시는 대학에 자율권을 최대한 보장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이경 중앙대 대학원장도 “수시 모집의 핵심인 학생부종합전형도 고소득층 가정들이 맞춤형 사교육을 받으면서 형평성 문제를 불러일으켰다”며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입시 제도를 떠나 교육적 관점에서 어떤 인재를 양성할 것인가에 대한 비전이 안 보인다”고 꼬집었다.

검증위원들은 초등학교와 중학교의 ‘기초학력진단평가’ 부활에 대해서는 모두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에 대해 이 후보는 ‘반대’, 윤 후보와 안 후보는 ‘찬성’의 뜻을 나타낸 바 있다. 황 교수는 “아이들이 제대로 진도를 따라오고 있는지 교사들이 알기 위해서는 정기적인 평가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수능 난이도에 대한 논란이 매년 제기되고 있는 것도 수험생들의 수준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아이들에게 부담을 줘서는 안 된다’는 말은 교육의 본질을 외면한 일부 정치인의 수사에 불과하다”며 “가치 있는 것, 의미 있는 것을 얻기 위해서는 수고가 뒤따라야 한다는 것을 어릴 때부터 가르쳐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학생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교육 실태를 점검한다는 의미에서 기초학력평가는 어떤 형태로도 존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검증위원들은 대선 후보들이 다른 사회적 이슈에 비해 교육 문제를 등한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원장은 “대학 구조 개혁 문제만 해도 지방균형발전 문제와 맞닿아 있어 건드려봐야 표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후보들이 외면하고 있는 것”이라며 “국가의 미래가 달린 고등교육에 대한 근본적인 비전이 실종돼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한국 고등교육 문제의 근원은 1970~1980년대처럼 정부가 모든 걸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 관치주의에 있다”며 “대학 구조조정 문제도 대학의 자율에 맡기지 않는다면 어떤 정책을 내놓아도 미봉책에 그치고 말 것”이라고 주장했다.

황 교수는 “자율형사립고처럼 정부가 바뀔 때마다 바뀌는 교육정책이 가장 큰 문제”라며 “대선 때마다 학부모와 학생들이 우왕좌왕하며 피해를 보지 않도록 일관성 있는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최만수/김소현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