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22일 전날 밤 선거관리위원회 주최 대선 후보 경제분야 TV토론에 대해 “주요 후보들이 경제 비전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대장동 의혹 등을 둘러싸고 난타전을 벌인 것에도 “국민이 바랐던 토론이 아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이 후보는 경제 대통령을 내세우고 있는데, 차별적으로 뛰어나다거나 경제를 확실히 잘 알고 있다는 면모를 보여주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 “기축통화 발언이나 토지이익배당금 명칭에 대한 심상정 정의당 후보의 질문에 제대로 답하지 못한 것도 아쉬운 부분”이라며 “이 후보의 경제 공약이 분배정책에 성장정책을 얹어놓은 것이라 정리가 제대로 안 돼 있는데, 그 빈틈이 토론에서 드러났다”고 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이 후보가 경제학자가 아니라는 점을 고려해도 기축통화 발언은 잘못 끌어온 사례”라며 “팩트도 잘 모르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윤 후보도 자신의 공약을 숙지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신 교수는 “심 후보가 주식 양도세가 도입된 이유를 아느냐고 물었을 때 윤 후보는 ‘글쎄, 가르쳐달라’고 답했는데, 본인(윤 후보)이 주식 양도세를 없애겠다고 공약했다면 도입 이유 정도는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평론가는 “경제 공약 중 내세울 만한 것들을 강조하는 자리였으면 좋았을 텐데 그렇지 못했다”고 했다.

토론이 난타전으로 흐른 게 아쉽다는 분석도 나왔다. 최창렬 용인대 교양학부 교수는 “이 후보가 김만배 녹취록 패널을 들고나와서 공세를 편 것은 좋게 보이진 않았다”며 “윤 후보의 ‘대장동 공세’를 무디게 하려는 전략인데, 그러다 보니 경제정책에 대한 비전을 볼 수 없었다”고 했다. 이 평론가는 “윤 후보는 이번에도 ‘기승전 대장동’이었다”며 “윤 후보 토론에 대한 기대치가 워낙 낮다 보니까 기저효과는 있지만 이제는 그런 평가에서 벗어날 때도 되지 않았나”고 반문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 심 후보는 상대적으로 돋보였다는 평가도 나왔다. 신 교수는 “안 후보는 나름대로 품성을 계속 보여주고 있다”며 “팩트와 논리에 충실하고 자기가 잘 모르는 문제에 대해선 솔직함을 보이는 경우도 있었다”고 했다. 이 평론가는 “심 후보가 매섭게 파고들어 상대를 곤혹스럽게 하는 상황이 여러 번 나왔다”고 말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