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 기다리는 건 희망고문"…청약포기족 늘었다
‘로또’ 열풍으로 주목받았던 주택 청약시장의 인기가 시들해지고 있다. ‘청포족(청약 포기족)’이 늘어나 청약통장 가입자 증가세가 주춤한 상황이다. 서울을 비롯한 전국 아파트값이 조정기를 맞으면서 청약에 당첨되더라도 시세 차익을 노리기 어렵다는 인식이 퍼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22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으로 서울 주택청약종합저축 가입자는 623만5814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1월과 12월에는 각각 645명, 7852명 감소했지만 올 1월에는 전월보다 51명 늘었다. 수만 명씩 늘던 때와 비교하면 증가폭이 대폭 줄어든 것으로 풀이된다.

청약통장은 주택청약종합저축을 비롯해 청약저축, 청약부금, 청약예금 등 총 네 가지 유형으로 구성된다. 이 가운데 신규 가입이 가능한 통장은 2009년 출시된 주택청약종합저축이 유일하다. 지난해 서울 아파트 청약 물량이 적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아파트 청약에 당첨돼 통장을 해지한 경우보다 자발적으로 통장을 없앤 경우가 더 많았던 것으로 풀이된다.

전체 청약통장 가입자 수도 주춤하고 있다. 지난달 말 기준 청약통장 가입자는 2841만3016명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직전인 2016년 말 2147만여 명이었던 전국 청약통장 가입자 수는 지난해 7월 처음 2800만 명을 돌파했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청약통장 가입자 수 증가폭이 축소되기 시작했다. 전월 대비 청약통장 가입자 수 증가폭은 △지난해 9월 9만7117명 △10월 6만1262명 △11월 4만1255명 △12월 1만7872명 등으로 4개월 연속 둔화했다. 지난달에는 4만1302명으로 다소 반등했지만 지난해 8월 10만3728명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증가폭은 40% 수준이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당점 커트라인(최저점)이 급등하면서 2030세대들이 청약 시장에서 이탈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당첨 가능성이 작다고 판단해 아파트를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 대출)’ 매수하거나 ‘급전’이 필요해 청약통장에 묶여 있는 돈을 찾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는 뜻이다. 집값 급등으로 높은 분양가를 책정한 아파트가 증가하면서 ‘로또 청약’에 대한 기대감이 식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다만 전문가들은 “청약통장 해지 여부는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리서치본부장은 “청약통장을 해지한 뒤 다시 가입하면 가입기간 점수가 사라진다”며 “대선 이후 주택 공급 증가, 청약제도 개선 등으로 2030세대의 청약 문턱이 낮아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